[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고현정이 오랜만에 인터뷰에 임하며 자신을 둘러싼 여러 가지 시선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이제 50대 나이가 됐음에도 철저한 자기 관리로 리즈 시절 버금가는 미모를 유지하고 있는 고현정은 피해갈 수 없는 외모 평가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받아들인다"라고 말했다. 또 연기 보다 더 이슈가 되는 개인사에서 자유로워지고 싶고, 이제는 더 많은 곳에서 쓰이고 싶다는 바람도 피력했다. '마스크걸'에서 보여준 연기 변신만큼, 고현정의 더욱 단단해진 내면과 깊이가 느껴지는 여유 역시 강렬하고 짜릿했다.
'마스크걸'(감독 김용훈)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김모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고현정과 나나, 이한별, 안재홍, 염혜란, 최다니엘, 문숙 등이 출연했다.
고현정은 이한별, 나나에 이어 세 번째 김모미를 연기했다. 죄수번호 1047로 불리는 것에 익숙해진 중년의 김모미 역을 맡아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을 담아내 호평을 얻었다. 2021년 JTBC '너를 닮은 사람' 이후 2년 만에 시청자들을 다시 만나게 된 고현정은 라운드 인터뷰가 어색한 듯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특유의 여유와 모든 질문에 진심으로 답하는 솔직함으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다음은 고현정의 일문일답이다.
-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다루는 작품인데 출연 배우로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떤가.
"모미는 잘못된 선택을 한다. 외모를 뜯어고치는 것만이 해결 방법이 아니다. 그래서 모미를 생각하면 안타깝다. 모미는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혼자 헤쳐가야 하는 것에서 어려움이 있는 인물이다. 평상시 살면서 뉴스를 통해 접할 때가 있는데, 저 또한 연관이 없다고는 말씀 못 드릴 것 같다. 저도 외모에 대해 자유로운 사람이 아니다. 너무나 상관이 있는 일이다. 저도 늘 '동안이다', '피부가 어떻다' 등의 외모 평가를 받는다. 그 중심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로 받아들인다거나 찬사를 언제까지 끌고 가겠다고 생각하는 건 없다. 다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지기 전의 불빛이 가장 잘 탄다고 하는데 저 또한 지기 직전이라서 이렇게 찬사를 받을 수 있는 거라 생각하며 기분 좋게 받아들인다. 칭찬은 기분 좋게 받고, 사진 보고 '얼굴 쳐졌네'라는 얘기가 나오면 '이걸 보셨네' 하면서 받아들인다."
- 콤플렉스를 해결하는 방법이 따로 있나.
"저는 콤플렉스를 이겨내려 하지 않고 인정한다. 대신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웃을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한다. 제가 몸이 진짜 많이 아팠을 때 유튜브에서 정말 웃긴 영상을 봤다. 아프다고 하다가 그걸 보고 '깔깔'거리며 소리 내 웃었다. 그 순간은 안 아팠다. 웃음이 좋은 작용을 한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웃기는 걸 봤더니 안 아프더라. 콤플렉스도 심리적인 것이 많다. 진짜 아픈 일은 아니다 보니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오면 그 크기보다 더 많이 웃으려고 한다. 사실 스트레스를 이겨내려 하는 것도 스트레스다 보니 다 인정하고 '올 게 왔네'하고 웃는 것이 좋은 것 같다."
- 30년 차 배우 고현정도 여전히 연기 고민도 노력도 많이 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고현정에게 연기란 어떤 의미인가.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다. '연기 안 하고 살 수 없나' 그런 생각도 해봤다. 별별 생각도 다 했는데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다. 그 생각을 빨리했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늦게 한 것 같다. 이런 얘기를 '마스크걸'로 하는 것이 비겁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사실이다. '마스크걸'은 그 가능성을 많이 열어준 작품이다. 촬영할 때는 조금 촬영하는 것이 좋았는데, 사람 욕심이라는 것이 온에어가 되면 내가 한 것보다 더 잘 나오길 바란다. 그런데 '마스크걸'은 작품이 괜찮다 보니 제가 적게 나와도 좋더라. 모미가 아직 걱정 없고 기분 좋을 때의 영상을 딸이 돌려보는 엔딩이다. 모든 것이 가능했던 그 시간을 돌려준 것 같다. 그 순간을 보면서 끝나는 것이 뭉클하면서 좋더라. 제가 주인공을 맡은 작품 중에서는 가장 적게 나왔지만, 너무 뿌듯하고 우리 집안에 경사가 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 면에서 달랐다."
- 왜 연기를 그만두고 싶었나?
"연기가 회자가 되어야 하는데, 제 개인사만 이슈가 되는 것 같더라. 개인사가 연기를 덮으니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 지금은 개인사에서 자유로워졌나?
"자유로워지고 싶다. 중간에 몇 년 몸이 아팠는데 그것도 원인이었다. 작품을 안 하는 동안 건강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제가 저를 안 돌봤더라. 그래서 저를 사랑하기로 했다. 연기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은 건강해진 만큼 어떤 모습으로든 많이 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전작인 JTBC '너를 닮은 사람' 촬영 당시 스태프들을 위해 '편의점 골든벨'을 울렸다고 해 화제가 됐다. 이뿐만 아니라 '마스크걸' 제작발표회 당시 후배인 이한별을 센터에 세우며 배려한 것도 큰 이슈를 모았는데, 평소에 이렇게 후배들과 스태프들을 위하려는 태도가 주연 배우로서의 책임감에서 나오는 것인가.
"후배를 센터에 세운 건 SBS '리턴' 때도 똑같이 했다. 저는 늘 가운데 서려고 한 적이 없다. 늘 하던 행동이고 이한별에게만 한 것이 아니다. 일이 잘 되려는지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스태프들에게 그렇게 하는 건, '착한 사람 병', '좋은 사람 병'에 걸린 것이 맞는 것 같다. 어려서부터 이 일을 하다 보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런 병에 걸린 것 같다. 하지만 스태프들에게 잘하고 싶은 건 진심이다. 항상 가장 안 좋은 곳에서 고생을 하기 때문에 잘해드리고 싶다. 물론 '다 필요 없구나', '그냥 나만 생각해서 연기만 잘하면 되는데 왜 그 외의 것을 생각하냐'라며 후회로 많이 끝나기도 했다. 그래서 '하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그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감사의 표시를 하게 된다. 리드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다. 그냥 칭찬도 듣고 싶고, 좋은 사람으로 봐주면 좋겠다는, 속물적인 마음도 있다."
- '마스크걸'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누구에게나 다 있는 문제다. 문제가 없는 분은 없다. 누구나 마스크 몇 개는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서 정말 뗄 수 없는 문제, 콤플렉스가 있다. 이걸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내가 어떤 심리를 가지고 있고 해결 방법이 있는지 직면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그래서 '마스크걸'의 마지막을 꼭 봐주시면 좋겠다. 세련되면서도 아름답다. 시처럼 끝나는 것이 너무 좋아서 함께 나누고 싶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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