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특훈을 받고 했어야 할 정도로 다들 연기가 월등했다." 배우 고현정이 '마스크걸'을 완성한 배우들의 열연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자신의 연기 보다 후배 배우들의 연기 칭찬을 할 때 더 신나서 눈을 반짝이는 고현정이다. 특히 안재홍의 주오남 연기를 얘기할 땐 톤이 더 높아졌다. 그만큼 안재홍의 충격적인 연기가 고현정에게 크게 다가왔다는 의미일 테다. 그리고 함께 하는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쏟아내면서도 본인의 연기를 더 엄격하게 바라보며 열정을 불태우는 고현정이 있어 더욱 빛날 수 있었던 '마스크걸'이다.
지난 18일 전 세계에 공개된 '마스크걸'(감독 김용훈)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김모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고현정과 나나, 이한별, 안재홍, 염혜란, 최다니엘, 문숙 등이 출연했다.
'마스크걸'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비영어) 부문 2위를 차지했으며, 대한민국을 비롯해 일본,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14개 국가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고현정은 이한별, 나나에 이어 세 번째 김모미를 연기했다. 죄수번호 1047로 불리는 것에 익숙해진 중년의 김모미 역을 맡아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을 담아내 호평을 얻고 있다.
이에 고현정은 지난 24일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마스크걸' 배우들의 연기를 본 소감, 온몸을 내던진 열연에 대한 소회 등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 이한별, 나나 배우가 연기한 모미를 어떻게 봤나.
"훌륭하다. 저는 놀랐다. 첫 촬영을 할 때 '그동안 했던 모미를 보여드릴까'라고 물어보셨는데 안 보겠다고 했다. 근데 두 사람이 너무 잘해서 '봤어야 했나' 했다. 이한별은 데뷔작인데 그렇게 오바하지 않으면서 마치 모미를 분장한 것처럼 연기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하더라. 첫 작품이 아닌 것 같았다. 나나는 모미로 예열이 된 것 같았다. 집중도가 굉장히 높았다. 표현이 세련됐다. 신파적인 것도 없고 굉장히 심플하면서 집중적으로 표현하고 나머지는 생각해 세련된 연기를 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 다른 두 모미의 연기 장면을 안 보겠다고 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저는 제가 한 것도 모니터를 안 한다. 보면 쓸데없는 자극이 온다. 물론 정보가 필요한 부분은 어느 정도 보지만 모니터가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면 '이렇게 하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이 들어가는 유형이라서 안 보는 편이고 시나리오대로 이어서 제 할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 3인 1역이고 제일 마지막에 나오는 역할이다 보니까 생기는 고민도 있었나.
"고민보다는 걱정은 있었다. 캐릭터가 아니라 전체를 신경을 썼다. 내가 어떻게 해야 내 연기를 잘할 수 있을지 보다는 이 작품이 어떻게 나올지, 내가 그 안에서 잘 서 있나. 가려는 전체 방향과 내가 하려는 연기가 맞는지를 계속 생각했다."
- 모든 배우가 연기 차력쇼를 한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열연을 보여줬는데, 스스로도 느끼는 바가 있는지 궁금하다.
"'나도 특훈을 더 받고 과격하게 했어야 했나' 후회가 될 정도로 다른 분들이 너무 좋고 월등히 잘하셨다. 제가 염두에 두고 지키려고 했던 건 '어디서 본 듯한 걸 하면 안 돼'였다. 제 연기도 그렇지만, 딸과 만나는 장면에서 모성을 표현한 작품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스크걸'만의 표현이 있어야 한다고 감독님과 얘기를 나누고 신경 썼다. 연기는 제 몫이었고, 어떻게 끝이 나느냐에 따라 작품의 결이 결정되는데 '더 절해야 한다'기 보다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에 신경을 쓰고 거기에 맞춰서 하고 있는지를 더 생각했다."
- 김모미 뿐만 아니라 안재홍, 염혜란 배우가 연기한 주오남과 김경자에도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당연한 결과다. 염혜란 씨는 같이 한 부분이 있어서 '대단하겠다'라고 생각을 했었다. '마스크걸 자기 아냐?', '큰일 났다'라는 식의 농담도 했다. 김경자가 많이 기대됐었다. 안재홍 씨는 보면서 정말 깜짝 놀랐다. '왜 이러지? 목숨 거는 거야?'라면서 심각하게 충격을 받았다. 너무 잘하더라. '아이시떼루'에서 그냥 넘어갔다. 심지어 그게 애드리브라고 하더라. '미쳤다' 했다. 그래서 안재홍 씨에게 '이거 연기한 게 아니라 그냥 너지?'라고 하기도 했다. 그 역할을 배우가 잡아먹은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두 분은 충분히 받을만한 칭찬이다."
- 고현정 배우는 버석버석한 느낌의 모미를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연기하려고 했나.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제 삶이 버석버석하다.(웃음) 첫 촬영을 할 때 집중했다. 10년 동안 교도소에 갇혀있던 인물이다. 원래 모미는 춤과 노래 등 탤런트를 많이 가진 사람이다. 외모 콤플렉스가 있고 관종 끼가 있다. 그런 사람이 갇혀있다면 어떤 상태일지에 집중하려고 했다. 제 생각엔 힐링하는 상태일 것 같다. 가만히 주는 밥 먹고 짬도 되다 보니 눈치 볼 일도 없지 않을까. 쉬고 있는 상태라 텐션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를 생각하고, 첫 장면에서 튀지 않고 '어딨어?'라고 했으면 했다. 그러면 성공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 교도소 벽을 타고 아스팔트에 얼굴을 대기도 하고, 온몸을 내던져 연기했는데 만족도는 어떤지 궁금하다.
"그런 장면은 당연히 제가 최선을 다해서 해야 하는 장면이었다. 작품마다 그 팀만의 분위기가 있지 않나. 모든 배우가 더 열심히 하지 못해서 후회하는 분위기라 좋았고, 저 또한 그런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감독님의 디렉션도 친절하고 세심했다. 감독님의 덕도 있다. 감독님이 이렇게 또 저렇게 디렉션하는 것을 보고 '이게 감독이지'라는 생각을 했다."
- 액션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병원 탈출 장면에서 떨어질 때는 보는 사람도 아프다 싶게 몰입이 크게 됐다. 힘든 점은 없었나?
"신나고 재미있었다. 체질까지는 아니고, 하라고 하는 대로 했는데 되는 것이 신기했다. 믿어도 되는데 떨어질 때는 진짜 아팠다. 별명이 송아지였다. 송아지가 태어나서 서는 것처럼 일어난다고 해서 송아지라고 불렀다. 액션은 처음이었는데 진짜 떨어지다 보니 아팠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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