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태어난 김에 대상까지.'
기안84는 그 자체로 독보적 캐릭터다. '나 혼자 사는' 일상에서도, 지구 반대편으로 떠난 여행에서도 기안84는 '하고 싶은대로' 움직였다. 늘 입던 옷을 입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사람들과 어울렸다. 시청자들을 홀린 기안84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날것의 매력이 웃음을 자아내고, 가식 없는 솔직함에 공감하고, 툭툭 내뱉는 말과 행동이 울림을 선사하기도 했다.
기안84는 엔터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올해의 최고 예능인' 1위에 올랐다. 기안84는 모두 62표를 얻으며, 쟁쟁한 예능인들을 제쳤다. 조이뉴스24 창간 설문조사가 진행된 이래 전문 방송인이 아닌 인물이 1위를 차지한 경우는 기안84가 처음이다.
기안84는 조이뉴스24에 "(방송이) 업이 되어가는 것 같다"며 "재미있는 것을 쫓아서 했을 뿐이다. 만화도 재미있어서 그렸고 방송도 재미있어서 계속 하게 됐는데, 하다보니 잘됐다. 억지로 했으면 못했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변 아닌 이변으로,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결과다. 올해 연말 시상식에서 강력한 대상 후보로 점쳐질 만큼, 기안84의 활약은 대단했다. 기안84는 MBC 장수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든든한 중심축이자, 시즌제로 정착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의 일등공신이다.
기안84는 "너무 요란 떠는 것을 안 좋아한다"고 멋쩍어했다. 그는 "저도 카메라가 꺼지면 욕도 하고, 방송에서 못하는 이야기도 한다. 불만도 많다"며 "너무 좋게 봐주셔서 부담이 된다. '착한 척 해야지' 하는 건 아니지만, 방송에서는 한 번 걸러주지 않나"라며 겸손해했다.
"나는 나대로 했는데 너무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은 입체적이라고 생각해요. 만화를 그릴 때도 캐릭터를 완전 착하게 혹은 나쁘게만 안 그려요. 저 역시 입체적인 사람이에요. 즐거워서 했는데, 너무 주변에서 띄워주니까 겁나요."
기안84의 매력이 돋보였던 프로그램은 단연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는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가 태어난 김에 지구 반대편에 가서 현지에 밀착하면서 이야기를 담은 여행 버라이어티로, 기안84가 있었기에 시작할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었다. '나 혼자 산다'를 함께 하며 기안84의 캐릭터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던 김지우 PD와의 완벽한 합작품이다.
시즌2에서 인도로 떠난 기안84는 낯선 문화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으로 호응을 얻었다. 커리를 거침없이 맨손으로 먹고, 온몸으로 갠지스 강을 만끽하는가 하면 인도 결혼식에 참석하는 등 현지인보다 더 현지인 같은 인도 초밀착 여행기를 보여줬다. 김지우 PD는 그런 기안84에 "감탄에 가까운 놀라움을 느꼈다"고 했다.
기안84는 "'태계일주' 김지우 PD는 친한 동생이기도 한데,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남달랐던 호흡을 자랑했다.
화제의 여행기 속 기안84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인도 마니까르니까 화장터다. 그는 "인도에 처음 가자마자 화장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방송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내 눈앞에서 (태워지는) 사람들이 보였다. 언젠가 죽는다는 생각을 늘 하지만, 그 장면을 볼 때 기분이 남달랐다. 예능을 떠나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오는 26일 방송을 앞둔 '태계일주3'도 기다리고 있다. 덱스와 빠니보틀, 시즌1에서 함께한 이시언과 함께 태초의 자연을 품은 비밀의 섬,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 세 번째 여행을 다녀왔다.
기안84는 "아프리카도 너무 재미있었다"라며 "시청률 때문이 아니라 정말 기대하셔도 된다. 이시언과 덱스는 이번 여행에서 학을 뗐다"고 웃었다. 또 "인도 화장터보다 더 센 감정이 찾아오는 순간도 있었다"고 살짝 귀띔했다.
기안84 특유의 소탈함과 낙천적 마인드는 '나 혼자 산다'에서도 어김없이 빛을 발했다. 관찰 예능 속 화려하고 잘 꾸며진 연예인들과 비교해, 털털하고 수더분한 기안84의 일상은 공감 그 자체였다. 올해는 40대를 앞두고 씁쓸한 병나발을 불며 시작해, 체력적 한계를 딛고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모습으로 감동까지 더했다.
"저는 진짜 못 뛴다고 생각했어요. 조깅을 좋아했지만 마라톤을 제대로 배운 것이 두 달 밖에 안 됐고 연습 기간도 짧았잖아요. 시각장애인 할아버지를 보면서 뛸 수 있었지, 아마 혼자 뛰었으면 못했을 것 같아요. 지금 마음은 4시간 안에 완주할 수 있도록, 한 번 더 도전 해보고 싶어요. 1년에 한 번은 해도 괜찮지 않을까, 나이를 먹으니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살려고 하는 느낌이죠(웃음)."
'대상 수상을 위한 완벽한 드라마'가 완성됐다. 주변에서도 '대상' 언급이 많다. 그는 방송에서 이미 수차례 이야기 했듯 '독이 든 성배'라고 부담감을 토로했다.
"저는 재미있는 것을 쫓았을 뿐이에요. 좋아하니깐 술도 마셨고, 달리기도 했고, 편하니깐 수건과 걸레를 같이 쓰고 있는데 그걸 또 좋아해 주시더라구요. 그렇게 (대상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도 부담이에요."
기안84는 웹툰 '패션왕' 등으로 먼저 얼굴을 알렸고, '나 혼자 산다'를 통해 공개한 리얼한 일상이 인기를 얻으면서 방송가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벌써 방송을 시작한 지도 7년,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다. 기안84의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면, 지금은 어디쯤을 달리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걸 모르겠어요. 제 인생이 언제 끝날지 모르니깐요. 어제 사무실 앞에 한 여자분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면서 울먹이더라구요. 항암 중인데, 마라톤 하는 것을 보고 힘이 됐다고 하더라구요. 위안이 됐다고 하니까 참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담도 됐죠. 전 위인도 아니고 본받을 만한 사람도 아닌데.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요."
올해 예능으로 바쁜 한 해를 보냈지만, 본업인 만화도 게을리 할 생각이 없다. 내년에는 그림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태계일주'와 '나혼자산다', 그리고 개인 유튜브 채널을 하고 있지만 제일 시간을 많이 쓰는 건 그림이에요. 붓을 놓으면 안될 것 같아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올해 전시회를 하려고 했는데, 그림이 몇 점 안 나왔어요. 전시 준비를 열심히 해서 내년엔 개인전을 하고 싶어요. 첫 전시회 때는 기부했는데, 이번에도 그러고 싶어요. 베풀고 살아야 하지 않나, 요즘 그런 마음이 듭니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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