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신현빈 만세!" 배우 정우성이 신현빈과의 호흡을 전하며 깊은 신뢰와 믿음을 드러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를 가득 채웠던 가슴 따뜻한 멜로가 두 사람의 진한 케미를 통해 더욱 빛날 수 있었던 이유다.
지난 16일 종영된 지니 TV 오리지널 '사랑한다고 말해줘'(연출 김윤진, 극본 김민정, 원작 일본 TV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각본 키타카와 에리코·제작 TBS 텔레비전))는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정우성 분)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신현빈 분)의 소리 없는 사랑을 다룬 클래식 멜로 드라마다.
청각장애로 인한 소통의 시차로 어긋나 이별을 택했던 차진우와 정모은은 결국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재회해 다시 사랑을 이루게 됐다. 마지막 회 엔딩엔 차진우의 "사랑해, 모은"이라는 내레이션이 더해져 진한 여운을 남겼다.
정우성은 11년 만에 멜로 드라마로 돌아와 다시 한 번 자신의 진가를 확인시켰다. 정우성은 어린 시절 이유 모를 열병으로 인해 청력을 상실한 차진우 역을 맡아 배우를 꿈꾸는 정모은 역 신현빈과 가슴 설레는 멜로 호흡을 맞췄다. 말이 아닌 눈빛과 표정, 그리고 수어로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고 공감하며 서로의 위로가 되어준 차진우와 정모은의 사랑 이야기는 감성적이고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을 통해 더욱 반짝반짝 빛이 났다는 평가를 얻었다.
정우성은 눈빛을 언어 삼아, 표정을 고백 삼아 사랑을 속삭이며 멜로 눈빛의 진수를 보여줬다. 또한 완벽한 수어 연기로 몰입도를 높였고, 고요한 세상을 대변하는 그의 내레이션은 매 회 깊은 울림을 안겼다. 이에 정우성은 지난 16일 종영을 앞두고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차진우를 연기하기까지의 과정과 드라마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전했다.
- 진우가 7년 잠적해 살았을 때의 이야기는 대사로 등장하고, 그 이후와 현재 사이 진우가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그려지지 않는다. 진우는 참 힘든 삶을 살았고 여전히 외로워 보이지만, 그 내면은 깊고 단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느낌도 있다. 어떤 인물이라고 바라봤나?
"'진우가 어떤 삶을 살았을 것이다' 보다는 현재 진우가 세상과 앞에 있는 대상과의 관계를 유지할 때 마음가짐이 이러지 않을까를 더 많이 생각했다. 지나간 감정도 놓지 않는 사람이다. 다 가지고 있다. 아팠다고 해서 버리지 않는다. 가지고 있다고 해도 연연하지 않는다. 간직하려고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다 쥘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뭘 하나 쥘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냥 순간순간 앞에 오는 것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 진우의 보육원 시절 이야기가 나올 때는 내레이션이 등장한다. 이 장면들이 좋았던 건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진우가 세잎클로버 사이 네잎클로버를 잘 찾게 되는 것이 혼자만 다른 모습이 안쓰럽기 때문이라는 시선이 뭉클했다. 이런 내레이션을 하면서 느낀 감정이 있는지 궁금하다.
"내레이션을 할 때 차진우의 감정을 다 빼려고 했다. 글이 담고 있는 내용이 풍성하기 때문에, 최대한 담담하게 했다. 이 드라마는 관점과 입장 차이를 계속 보여주고 이해하고 인정하는, 그런 태도의 드라마다. 누군가에겐 행운이지만 누군가에겐 안쓰러워 보이는 네잎클로버처럼, 전혀 반대의 시선과 입장이 공존하고 있음에도 이를 인지하지 않고 빠르게 가려고 하는 세상이 함축되어 있다고 본다."
- 그걸 다시 한번 보여주는 인물이 태호라는 생각이 든다. 청인인 태호가 농인들 사이에 들어오면서 오히려 낯설고 때로는 방해가 되는, 도와줘야 하는 인물이 된다는 설정이 새로웠고, 다시 한번 관점을 달리해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세상은 규정짓기 바쁘다. '어느 것이 좋아?'라며 자꾸 이분법적인 사고로 선택을 강요하는 사회다. 그러다 보니 온전한 개인의 사유는 사라진다. 쫓기고 빨리 답을 내서 밝혀야 하는 강박이 든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드라마다. 태호(한현준 분)가 지민(나현진 분)에게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뭘 듣고 싶으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지민은 '소리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듣고 싶은 것이 없다'라고 하면서 미안한 표정 짓지 말라고 한다. 태호의 입장에서는 그런 것이 당연하다. 우리는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괜히 미안해하는 거다."
- 진우는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것에 대해 미안해하고 선을 긋지 않나. 그럼에도 타인에 대한 배려가 깊고, 따뜻한 인물이다. 혹시 배우 스스로를 투영시킨 것이 있나?
"하하. 진우는 20대의 젊은 나이였다. 시간이 흐르고 보니까, 물리적인 나이를 먹어서 진우의 나이를 올리자고 했다. 차진우가 관계를 대하는 방식, 고민하는 방식도 차진우다워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 어쩔 수 없이 '차진우는 이 상황에서 이럴 거야'라는 생각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게 정우성의 전체는 아니다."
- 학생들과 함께 수업할 때 삼촌미가 담겨 굉장히 편해 보이는 느낌을 받았다. 어린 후배들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정서의 전이가 있다. 젊은 친구들과 있을 때 선생이지만 그 친구들에게 다가간다. 내 표정을 따라 한다. 학생들과의 수업에선 진우가 평상시에 쓰지 않는 표정이 나온다. 번외로, 그 친구들도 배우를 꿈꾸고 있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아직 연기할 수 있는 배역이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알바를 하기도 하더라. 모은 같다."
- 신현빈 배우와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의 인연이 있지만, 이번에 제대로 연기 호흡을 맞추게 됐다. 어땠나?
"'신현빈 아니면 어떻게 완성이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믿음이 되고 신뢰가 가는 동료였다. 대본 처음 받았을 때부터 '소통에 대한 이야기'라는 얘기를 했을 때 깜짝 놀랐다. 함께 하면서 굉장히 든든하고, 딴 생각하지 않는 동료가 옆에 있을 때 불확실한 결과로 갈 때의 불안함이 사라진다. 이 드라마가 어떤 드라마여야 한다는 것에 대한 지향점을 같이 가지고 왔던 멋진 동료다. 신현빈 만세!"
- 본인 촬영이 없음에도 중반까지도 현장에 다 나갔다고 들었다.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그랬던 이유가 있나?
"제작자니까.(웃음) 드라마 촬영은 스케줄이 정해지면 그 안에서 끝나야 예산을 넘기지 않는다. 사실 스태프들도 처음 하는 장르다. 그러다 보니 자꾸 모습을 드러내며 '잘 가고 있다'라는 믿음을 나누고 싶었던 생각이 있었다."
- 모은과 연애를 시작한 후, 진우는 모은과 손을 많이 잡는다. 의도한 것인가? 대본에도 있는 건지, 현장에서 얘기를 나누면서 만들어진 것이 있는 건지 궁금하다. 특별히 손을 잡는 의미가 있나?
"의도했다. 계속해서 얘기하면서 추가된 것도 있다. 손을 놓아야지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손을 잡는 순간 침묵의 시간이 된다. 더 깊은 공감을 의미한다."
- 진우는 문자 메시지를 쓸 때, 맞춤법을 다 지키는 것은 기본이고 마침표까지 다 찍는다. 이것이 배우의 습관인 건가?
"제 습관이기도 하다. 큰 의도는 없다.(웃음) 그렇게 쓰려고 노력한다. 마침표는 꼭 찍어야지.(웃음)"
- 휴대폰 자판은 쿼티(QWERTY)를 사용하나?
"천지인이다. 그냥 지정된 대로 사용한다.(웃음) 모든 기술을 빨리 수용할 필요는 없지 않나. 저에게 맞는 걸 하면 되지.(웃음)"
- 모은이 "답답해"라고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부분은 어떤 의미를 담았나?
"두 존재를 제외하고,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여러 가지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실생활에서 두 존재가 관계를 맺을 때는 예기치 않은 상황 속 누군가는 답답할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 모은의 입장에선 농인 진우와의 관계라서가 아니라 다른 답답함일 수 있다. 하지만 농인 진우이기 때문에 이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답답함의 모습을 보여준 거다. '니가 선택했는데 어떻게 그런 표현을 할 수 있어?'라는 건 너무 가혹한 거 아닌가. 우리가 사랑하면서 서로 표현 못 하는 지점이 있기도 하지 않나. 그런 것을 용감하게 보여준다. 다른 드라마에서 만드는 외부적 사고 보다는, 이것이 '사랑한다고 말해줘'가 말하는 심리적인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는 드라마다."
- 모은이 진우가 틀어준 음악을 끄는 장면도 비슷한 지점으로 느껴진다.
"모든 사람이 상대에게 자기 내적 갈등을 표현 못 한다. 삭히고 삭히다가 엉뚱한 방식으로 터진다. 그런 인간적인 고민과 갈등을 담은 모은의 모습이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