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송중기가 '로기완'을 통해 또 한번 새로운 얼굴을 끌어냈다. 이렇게 처절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극한의 상황을 연기해낸 송중기다. 5개월의 헝가리 촬영 동안 한 달 정도를 혼자 연기했다는 송중기는 당시 임신 상태로 현지에 함께 있으면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아내 케이티의 반응이 궁금했다고 고백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 3월 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감독 김희진)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송중기 분)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최성은 분)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조해진 작가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원작으로 각색된 작품으로, 단편 영화 '수학여행'으로 전주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아시아나 국제단편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김희진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처음엔 작가로 참여했던 김희진 감독이 연출까지 맡아 '로기완'을 이끌었다.
송중기는 살기 위해 베를린으로 간 탈북자 로기완 역을, 최성은은 벨기에 국적을 가진 한국인 사격선수 출신의 마리 역을 맡아 열연했다. 또 와엘 세르숩, 조한철, 김성령, 이일화, 이상희, 서현우 등이 연기 호흡을 맞췄다.
김희진 감독은 '로기완'에 자신의 이름도, 국적도 증명할 수 없는 이방인이 낯선 유럽 땅에서 겪게 되는 고난과 아픔, 냉혹한 현실에서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담아냈다. 결국 사람을 사람답게 살아가게 하는 건 '사랑', 그리고 '사람'이라는 보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며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로기완'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 3위, 대한민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일본, 필리핀, 모로코, 카타르 등 12개 국가 TOP 10에 이름을 올렸다. 다음은 송중기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로기완'을 통해 송중기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는 반응이 많은데 어떤가?
"새로워 보이고 싶다. 배우로서 성장하고 싶고 새로워 보이고 싶어서 한다. 새롭게 했는데 전형적으로 보일 때가 있고, 전형적으로 했는데 새롭게 봤다는 얘기를 들을 때가 있더라. 제가 느끼는 건 주관적이라 잘 모르겠지만, 업계 친한 관계자들은 이상희 배우와 함께 하는 신이 새로웠다고 하더라. 대화하는 신이나 둘의 감정이 격양되던 신들에 대해 그런 얘기를 들었고, 저도 이상희 배우와 하는 신에서 새로운 것을 느꼈다."
- 굉장히 밀도 높은 정서를 담고 있는데,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대본을 처음 본 건 7년 전 쯤, 오래 전이다. 제작사 대표님과 같이 얘기를 하다가 결과적 안 하고 '군함도'를 했다. 처음 봤을 때는 너무 하고 싶었다. 그런 정서를 표현하고 싶었다. 하지만 최종 고사한 이유는 작품 공개 후 안 좋은 반응이 나오는 것과 같은 이유고 일맥상통한다. '왜 사랑을 하냐', '공감이 안 된다'였다. 엄마의 시체를 팔아 얻은 돈, 엄마의 희생으로 그렇게까지 건너가 살아남으려 하는 상황에 대해 송중기 개인으로 상상을 해본다면, '내가 마중을 안 나갔다면', '이랬다면 저랬다면' 별별 생각이 다 들어서 죄책감에 허우적대고 못 빠져나왔을 것 같다. 대사에도 나오지만 사랑을 하는 것이 사치 아닌가. 그게 공감이 안 되다 보니 하자고 해놓고 고사를 했다. 하자고 하고선 안 한 건 제 실수이고 잘못이다. 공감이 안 되는데 어떻게 하나. 제가 깜냥이 큰 배우가 아니라 도무지 안 되겠더라. 그거 말고는 다 좋았다. 몇 년이 지나 한 2년 전에 대본을 다시 봤다. 대본은 예전 거에서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큰 줄기는 다 같았다. 다시 보는데 옛날과 똑같으면 어쩌지 했다. 그런데 사치라는 것이 안 느껴지고 오히려 예뻤다. 악으로 깡으로 살아남고 싶을 거고, 사람이 살고 싶고 견디고 하다 보면 더 잘 살고 싶고 '잘 사는 것이 뭐지?'라고 했을 때 사람과 부대끼고 사는 것이 최고지 않나. 그것이 사랑이다. 제가 나이를 먹었나 보다. 대본은 그대로니 제 생각이 바뀐 거다. 배우뿐만 아니라 모두가 예전과 지금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대본을 고를 때 그때 뭐에 관심이 있는지가 중요한데, 제가 생각하는 것과 지금의 생각이 달라진 것이 큰 이유였다."
- 극 초반 기완이 벨기에에서 엄청 처절하게 고생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디테일은 배우가 직접 해낸 것이라고 하더라. 어떻게 담아내려 했나?
"다큐처럼 찍은 신이긴 하다. 헝가리의 공중화장실에 촬영 감독님과 둘이 들어가서 찍었다. 최종 버전은 20분 나오지만, 헝가리 가서 거의 한 달을 혼자 찍었다. 초반 버전에선 영화 40분이 지나야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지금은 편집을 한 거다. 감독님은 이 영화가 달려갈 때 기완이가 처한 상황에 공감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 배우들 없이 혼자 공들여 찍었다. 출연료 받았으니 열심히 해야지 않겠나."
- 언급한 것처럼 헝가리에서 5개월간 촬영을 했다. 해외 촬영이 힘들지는 않았나?
"해외 촬영은 기본적으로 힘들다. 일반 친구들은 일하면서 해외를 간다고 좋겠다고 하는데 해보면 다를 거다. 변수가 많다. 한국이면 컨트롤할 수 있는 거리가 있고, 허가도 받을 수 있겠지만 쉽지 않다. 안전사고가 나도 안 되고, 그 나라에서 무례한 행동을 하면 안 되고 챙길 것이 너무 많다. 그런 것이 쉽지 않다. 물론 쉽지는 않은데 저는 크게 힘들진 않았다. 그것이 주인공이 가져야 하는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이 첫 해외 촬영이면 힘들었을 텐데, 감사하게도 몇 번 경험이 있어서 괜찮았다. 변수가 너무 많다 보니 감독님께도 대단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영화 처음 하는 데 힘든 걸 다 모아뒀다. 용기 있다는 말씀을 드렸다."
- 아내 분이 헝가리 촬영 때 현지에 함께 있었고, 최근 '로기완' VIP 시사회에도 참석했는데 어떤 반응을 해줬나?
"저도 아내 반응이 가장 궁금했다. 한국 사람이 아니다 보니 이 북한과 관련된 설정을 이해할까 하는 것이 걱정이었다. 그런데 알더라. 저 찍는 것을 다 봤기 때문에 짠했나 보다. '고생했다'라는 얘기를 제일 먼저 해줬다. 아내는 '위안이 됐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아내 얘기를 하려니 쑥스럽다.(웃음)"
- 아내, 아들에 대한 부분이 늘 화제가 많이 된다. 사생활 공개에 대한 부담이 있나?
"제 직업이 이렇다 보니 그렇게 부담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아들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친구(아들)는 동의를 안 할 수도 있지 않나. 하지만 화제가 되는 건 자연스러운 것 같다."
- 아들은 누구를 많이 닮았나?
"아들 사진을 보신 분들은 입술이 저와 닮았다고 하시더라. 제 친한 친구들은 '네 성격은 안 닮았으면 좋겠다'라고 한다. 아이 얼굴은 크면서 바뀌니까 어떻게 바뀔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고, 다음 인터뷰 때 다시 얘기하겠다.(웃음)"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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