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뮤지컬 배우 정성화는 이력이 독특하다. 개그맨으로 데뷔해 이름을 알렸고, 이후 드라마와 연극을 거쳐 뮤지컬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2004년 뮤지컬 '아이러브유'를 시작으로 어느새 뮤지컬 한길을 걸은 지 20년이 흘렀다.
특히 정성화는 '레미제라블'에 이어 '노트르담 드 파리'까지,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대작 두 편을 모두 경험한 몇 안되는 배우다.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진행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정성화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번 시즌 새롭게 합류한 정성화는 극중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 역을 맡았다.
'레미제라블' 장발장에 이어 '노트르담 드 파리' 콰지모도까지 섭렵한 정성화에게 빅토르 위고 작품의 매력을 물었다. 그는 "빅토르 위고 작품의 장점은 인물의 묘사"라며 "이 인물이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명확히 드러난다. 많은 사람들이 빅토르 위고의 작품을 사랑하는 이유가 그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어 그는 "다만 '노트르담 드 파리'는 사랑과 욕망의 이야기이고, '레미제라블'은 그 시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배고픔과 권력자들의 욕망을 다룬다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2015~2016년 '레미제라블'을 원캐스트로 이끌었던 그는 올해엔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노트르담 드 파리'로 대변신을 꾀했다.
그는 "'레미제라블'은 내가 하고 싶다고 시켜주지 않는다. 다시 하고 싶어도 엄격한 오디션을 다시 봐야한다"면서 "다른 작품과 시기가 맞물렸다. 또한 장발장은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역할이다. 그간 영화 '영웅'부터 뮤지컬 '영웅'까지 스케줄이 이어지다보니 장발장까지 하기엔 체력적으로 무리가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하지만 곧이어 그는 "'노트르담 드 파리'가 더 쉽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며 "마음을 리프레시하고 이 작품 통해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레미제라블' 장발장으로 300회 이상 무대에 섰어요. 민우혁에게 '생각한 것 보다 작게 불러야 한다. 그래야 오랫동안 매일 똑같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조언했죠. 관객분들은 아실테지만 '레미제라블' 음향이 보통 작품과는 다르거든요. 무대 위 배우가 시원하게 노래를 부르기 어려운 구조예요. 답답한 마음에 소리를 크게 내면 목이 금방 상하니 염두하라고 이야기했어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15세기 파리,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 대주교 프롤로, 근위 대장 페뷔스의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향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
'노트르담 드 파리'는 탄탄한 스토리는 물론이고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음악과 고난도의 현대무용, 아크로바틱, 브레이크 댄스 등 장르를 넘나드는 안무가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정성화는 "이번 작품을 통해 '알고보니 내가 이 세상 최고는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며 "무대 위에서 움직이는 앙상블의 위대한 몸짓이 나를 겸손하게 만든다. 잘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구나. 이런 틈바구니에서 내 역할을 잘 해야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고 텐션이 올라가고 내가 최고인 것처럼 행동하게 되는데 그건 바보같은 짓이구나 느꼈다. 1천회 이상 공연한 댄서가 있고, 300회 이상 공연한 윤형렬을 보면서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다짐했다"면서 "세상은 넓고 위대한 사람은 많다. 덕분에 터닝포인트가 된 공연이다"고 덧붙였다.
1994년 SBS 3기 공채 개그맨으로 첫 출발한 정성화는 이후 '카이스트'를 통해 드라마 연기에 도전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일이 뚝 끊겼다고. 혼자 살던 집에 전기가 끊기는 절박한 순간에 연극 '아일랜드'에 참여하게 됐단다.
그는 "돈이 필요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이었다. 개그맨 표인봉의 제안으로 '아일랜드'에 참여했다. 우연히 그 작품을 설도윤 대표(설앤컴퍼니)가 봤고, 뮤지컬 '아이러브유'에 캐스팅됐다"면서 "사람이 누구를 만나느냐가 참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첫 공연때 들었던 관객의 함성 소리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당시를 추억했다.
"무대 서는 배우들은 관객의 환호성과 박수에 중독돼 있어요. 그건 매일 받아도 질리지 않죠. 두시간 반동안 무대서 고생했다고 인정받은 기분도 들고, 그간 열심히 연습한 부분을 보상받는 것 같아요. 그 칭찬을 또 받고 싶어서, 그걸 꿈꾸면서 연습해요. 그래서 변하지 말아야 할 건 연습량 딱 한가지예요."
뮤지컬 '영웅' '레미제라블' '맨 오브 라만차' '킹키부츠' '레베카' '광화문연가' '팬텀' '웃는 남자' '그날들' '젠틀맨스 가이드' '미세스 다웃파이어' 등. 정성화가 지난 20년 간 활약해 온 작품만 해도 10작품을 훌쩍 넘는다. 이제 무대의 중앙에 서서, 관객들의 환호성과 박수를 받는 게 익숙해졌을 정성화가 강조하는 '연습량'은 과연 어느정도일까.
그는 "연습량은 딱히 정하지 않는다. 그냥 내 몸에 붙어서 체득할 때까지 한다. 노래도 예복습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공연이 정해지면 어느정도 음악을 연습하고 들어간다. 그래야 심화과정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오늘 배운 건 바로 복습한다"고 20년간 고수해온 자신만의 원칙을 전했다.
이어 그는 "그때도 절실했지만 지금도 늘 절실하게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하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한편, 정성화, 양준모, 윤형렬, 유리아, 정유지, 솔라, 마이클 리, 이지훈, 노윤, 이정열, 민영기, 최민철 등이 함께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2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이어 부산, 대구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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