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017년 마무리 된 줄 알았던 음원 사재기 논란으로 다시 홍역을 앓고 있다. 방탄소년단 편법 마케팅에 동원된 이후 이를 빌미로 협박해 돈을 갈취한 혐의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은 A씨의 판결문이 공개된 것. 당시 판결문에는 '사재기 마케팅을 빌미로 돈을 갈취했다'고 명시돼 있었다. 이 사실이 최근 수면 위로 오르며 논란이 생겼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29일 팬 커뮤니티 위버스를 통해 "2017년 당시 빅히트 뮤직이 협력업체로부터 협박을 받은 사건이며, 범인은 공동공갈과 사기 죄목으로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고 밝혔다. 음원 사재기 논란을 부인한 방탄소년단 측은 "범인의 공갈과 협박에서 언급된 부적절한 마케팅 활동은 범인의 일방적 주장이며, 편법 마케팅은 통상적인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이라 해명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대체 SNS 바이럴 마케팅이 뭘까? SNS 바이럴 마케팅이 뭐길래 음원 사재기로 느껴질 정도로 난리가 났을까? 이미 조이뉴스24는 지난 2월부터 과도한 SNS 바이럴 마케팅의 위험성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그 사이 추가 취재된 부분까지 더해 공개한다.
◇SNS 바이럴 마케팅, 대체 어떻게 진행되나
방식은 다양하다. 우선 틱톡 챌린지의 경우, 우측 하단에 노래 제목이 뜬다. 그 노래를 클릭하면 멜론 플레이리스트에 노래가 들어간다. 틱톡 챌린지를 '바이럴 돌리게' 되면 영상이 많아지고, 그중 일부는 '얻어걸리듯'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다. 그렇다면 멜론 플레이리스트에 노래가 들어갈 확률도 높아지니, 자연히 차트 순위도 올라간다는 설명이다. 이 방식은 과거 몇몇 가수들이 사재기 논란에 휘말렸을 때 설명했던 '페이스북 바이럴 마케팅' 방식과 동일하다.
뿐만 아니다. 글로벌 인기를 높이기 위해 유튜브나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에 무작위로 해당 노래가 삽입된다. 어느 누구도 플레이리스트에 노래를 끼워넣지 않았지만, 바이럴 마케팅으로 노래가 들어가면서 '아무도 스트리밍 한 적 없지만 엄청나게 스트리밍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렇게 바이럴 되는 노래가 과연 진짜 체감 가능한 인기라고 볼 수 있는걸까. '유명한 걸로 유명해지는' 실체 없는 인기는 여기서 비롯된다.
돈을 좀 더 들인다면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들의 브이로그에서도 노래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도통 노래 추천이라고는 하지 않던 유튜버가 갑자기 특정 뮤직비디오를 보거나 노래를 추천한다면 의심해 볼 여지가 있다. 바이럴 마케팅 업체에서 인플루언서 회사와 연계를 맺어 일정 금액을 주며 노래를 홍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 쌩뚱맞은 음악이 BGM으로 깔리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노래 홍보는 물건을 광고하는 것과 다르고 실체가 없는 경우이므로 광고 자막을 깔지 않는다. 빈틈을 노린 잘못된 관행이기에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바이럴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이는 앞서 소개한 SNS 바이럴 마케팅에 비해서는 매우 낮은 금액으로, 높아도 수 천만원 정도다. 남초, 여초 커뮤니티에서 노래 홍보 혹은 회사 홍보를 위해 비정상적으로 공격적, 혹은 방어적인 발언을 이어가며 여론을 조성하는 경우다. 스포츠 관련 남초 사이트, 대형 연예 커뮤니티, 여초 카페 등에는 이미 바이럴이 침투해 있다.
◇사재기 논란 가수들 "바이럴인데 억울"…그러나 실체 없는 인기
201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약 10여년에 걸친 시간동안 사재기 논란에 휘말린 가수는 수도 없이 많다. 이들은 모두 "SNS 바이럴 마케팅이다", "편법 마케팅일 뿐이다", "우리만의 노하우일 뿐"이라며 음원 사재기 논란을 부인하며 억울한 입장을 취해 왔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정도'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현재 SNS 바이럴 마케팅은 대부분의 가요 기획사가 시행할 정도로 널리 퍼져 있는 홍보 방법이다. 적당한 SNS 바이럴 마케팅은 절대 불법도, 편법도 아니다. 그 기준은 활동마다 5천만원에서 1억원 사이, 그 이상을 넘어가도 2~3억을 넘진 않는다. 대형 기획사부터 소형 기획사까지, 가요 업계가 대체적으로 수긍하는 가격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십 억의 자본으로 찍어누르는 SNS 바이럴 마케팅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재기 효과'가 나는 SNS 바이럴 마케팅은 결국 실체 없는 인기를 만들어 내고, 대중적 인지도가 없는 가수들이 데뷔와 동시에 1위에 오르니 부정 여론까지 생겨나게 된다. 알 수 없는 인기를 만들어내고 그걸 자랑스럽게 언론에 떠들어 대니 국내외 K팝을 둘러싼 시선은 과연 어떨까. 실력 없는 가수들을 자본만으로 정상에 올려놓은 뒤 실체 없는 인기로 글로벌 시장에 내놓는 행위, 결국 K팝의 수명을 깎아먹는 짓이다.
억지로 올려놓은 음원 순위가 대중의 체감과 완전히 유리돼 버린다면 오히려 아티스트에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합법적인 방식이라 할지라도 과도한 SNS 바이럴 마케팅들이 '스타'보다는 '역적'을 만들어 낸 전례가 있음을 업계 관계자들은 알아야 한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자본 있는 회사가 업계 질서를 흐트러지게 만든다면 견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모든 건 적당해야 하는 법이다. 거대 기획사가 자본으로 찍어눌러 음원 차트와 업계 질서를 교란시킨다면, 결국 남는 건 그 회사 가수 뿐이다. 실력과 입소문과 체감으로 정직하게 떠오른 가수들은 결국 사라진다. 이게 K팝을 위하는 길인가. 무작정 실적 내는 '사업'이 아닌 '음악'을 하는 회사들이 중심에 서야할 때가 왔다.
/정지원 기자(jeewonje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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