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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③ "참 잘 살았다" 박보검, 이토록 멋진 배우


(인터뷰)배우 박보검, 영화 '원더랜드' AI 태주x현실 태주 1인 2역 열연
한결같이 다정하고 따뜻하고 배려 깊은 배우
"군대에서 마음 충전, '나부터 잘 챙기자'…도전하고 싶은 마음 커져"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무려 10년 만의 대면이었다. 게다가 수많은 기자가 인터뷰에 임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기억력 좋은' 박보검은 명함을 건네자마자 "오랜만이에요"라며 밝게 인사를 했다. 물론 '무려 10년 만인데 기억한다고?'라는 생각에 짐짓 예의상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당연히 기억하죠!" 못 믿겠다는 말에 "기사도 다 챙겨봤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놀랍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한, 다양한 감정이 밀려왔다.

이는 비단 특정 기자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수 십 명에 달하는 기자들에게 밝게 웃으며 안부를 묻고 인사를 건넨다. 어떤 기자가 이직했는지도 알고 있을 정도. 인터뷰를 온 기자뿐만 아니라 사진을 예쁘게 찍어줘서 고맙다며 "사진기자님께 감사하다고 전해달라"고 말하는 박보검이다. 수많은 기사가 쏟아질 테고,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바쁜 스케줄 소화하기도 힘들 텐데 이렇게까지 다 기억하고 따뜻한 말을 건넨다는 건 보통 정성과 노력이 있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배우 박보검이 영화 '원더랜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더블랙레이블,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박보검이 영화 '원더랜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더블랙레이블,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인터뷰 시작 전 참석한 기자들의 매체와 이름을 부르며 얼굴을 기억하려 애를 썼다. 일명 출석 체크는 박보검만 했던 일은 아니다. 배우 최원영도 인터뷰 시작 전 서로 소개를 하자며 이름을 불렀고, 박은빈은 기자들의 명함을 직접 받으러 다니며 인사를 건넨 바 있다. 하지만 거의 이례적인 일이다. 정말 많은 배우를 만났지만, 이렇게 기자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고자 마음을 쓰고 노력하는 배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극히 드물다. 게다가 박보검은 실제로 '무섭다 싶을 정도로' 거의 다 기억하지 않나.

여기에 더해 인터뷰 내용도 꼼꼼하게 준비해올 뿐만 아니라 기자들과의 소통도 놓치지 않았다. 영화에 대한 감상부터 달리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역으로 기자들에게 "달리기 좋아하세요?"라고 질문했다. 또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응원을 건네기도 하고, 대답할 때는 꼭 상대의 눈을 다정하게 바라봐준다. 어떤 대답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박보검의 다정하고 따뜻한 성품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지점이다.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에게 혹시 조금이라도 불편을 줄까 봐 매 순간 조심하고 배려하던 10년 전 박보검이 문득 떠올랐다. 그리고 톱스타가 된 지금도 한곁같이 착하고 멋진 배우이자 사람이라 더 뭉클하고 반가웠던, 박보검이다.

5일 개봉된 '원더랜드'(감독 김태용)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다.

'가족의 탄생', '만추' 등 탄탄하고 섬세한 연출력으로 평단과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김태용 감독의 신작으로,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한다. 탕웨이와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공유 등이 열연했다.

박보검은 의식불명에서 깨어난 후 다시 마주하게 된 모든 것이 낯설고 혼란스러운 남자 태주 역을 맡아 정인 역 수지와 연인 호흡을 맞췄다. 정인은 사고로 오랜 시간 의식불명 상태인 남자친구 태주를 그리워하며 '원더랜드' 서비스를 통해 AI 태주를 만든다.

배우 박보검이 영화 '원더랜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더블랙레이블,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박보검이 영화 '원더랜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더블랙레이블,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그런 가운데 태주는 기적처럼 눈을 뜨지만, 뇌 손상으로 예전 같지 않은 자기 자신까지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낯선 모든 것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태주지만, 사소한 것들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1인 2역을 맡은 박보검은 '원더랜드' 속 설계된 인공지능 태주의 밝고 따뜻한 모습부터 의식불명에서 깨어나 모든 것이 낯설고 혼란스러워 움츠러든 현실의 태주까지, 한 인물이 가진 양면성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스윗하고 완벽한 남자친구와 요동치는 감정 속 처연한 눈빛과 표정의 현실 태주를 넘나들며 넓은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여기에 작사에 참여하고 수지와 함께한 듀엣송으로 달콤함까지 선사했다. 다음은 박보검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제대한 지도 2년이 지났다. 군대 이후 달라진 점이 있나?

"군대에서 마음을 많이 충전했다. 마음이 많이 평안해졌다. 휴대폰을 아예 안 들고 들어가서 누구와도 연락하지 않았다. 시간이 좀 흐른 후에 연락했다. 그러다 보니 생각을 좀 많이 하게 됐고 나 자신의 시선을 바꾸게 됐다. 그전에는 모든 것을 다 챙기고 아우르려는 마음이 켰다면 지금은 저부터 신경 쓰려고 한다. 내가 먼저 건강하고, 나부터 잘 지켜야 다른 사람도 잘 지키고 품을 수 있고 아우를 수 있는 힘이 커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군대에서 친구, 후임들을 많이 챙겼는데, '그럼 나는 누가 챙겨주지?'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나부터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마음의 주머니가 커진 것 같다."

- 사실 내가 아닌 남, 모든 것을 다 챙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심적으로 힘든 지점이 있지는 않았나?

"어려서부터 그렇게 살아서 그런지 상대방이 괜찮고 편하면 저도 그게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 사실 아직까지 완벽하게 온앤오프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 시선들과 방향들을 예전보다는 저에게 포커스를 맞추려고 하는 편이다. 원래 크게 힘듦을 느끼지 않는 체력, 정신력이었는데 입대 전 표시는 나지 않았지만 마음만큼은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나고 나면 그런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더 건강하게 잘 걸어가고 있지 않나 싶다. 감사한 건 자고 나면 잊어버린다. 모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열심히 즐겁게 일하세요. 건강하세요, 모두!"

배우 박보검이 영화 '원더랜드'에서 태주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박보검이 영화 '원더랜드'에서 태주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연기를 향한 마음가짐에도 변화가 있나?

"예전보다 더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고, 더 대담해졌다. 장르나 역할이든, 작품이든, 모든 면에서 해보고 싶은 것이 더 다양해지고 많더라. 군대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다 만나서인지 다양한 인물을 이해하게 되더라. 나이를 먹어가고 겪은 경험치가 쌓이다 보니 삶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집중하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된다. 어렸을 때 봤던 이야기들은 공감하기가 쉽지는 않지 않나. 그런데 연배가 쌓이면서 나도 알아가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신기하더라. '만약 내가 어렸을 때 이걸 읽었더라면 이해를 못 했겠지, 공감 못 했겠지, 이만큼 표현 못 했겠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은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좀 넓어졌구나'라고 생각했다."

- 나이 먹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나이 먹는 건, 순리를 역행하고 거스를 수 없고 벗어날 수도 없으니까 (웃음) 기쁘진 않지만 마냥 슬프지도 않다.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제 모습이 신기하다. '원더랜드'를 봤을 때도 '저 때는 진짜 팽팽하네, 더 젊네' 이런 느낌이 보인다. 제 눈에 그게 보이는 것이 신기하더라. 선배님들이 "어릴 때가 좋은 거야, 더 많은 것을 남겨"라고 하셨는데, '더 많은 작품을 더 바쁘게 했어야 했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그래서 지금은 더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 그리고 저는 작품을 만날 때 확실한 기준은 있다."

- 기준이 무엇인가?

"추천하고 싶은 작품을 하고 싶다. 예를 들어 시간이 지나 내 자녀들에게 '아빠 이런 작품 했어'라고 하면서 자녀들과 같이 봐도 '굉장히 좋다'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 중고등학교부터 미담이 매우 많은 배우이지 않나. 워낙 미담 제조기로 불리니까, 평소의 모습에서 부담이 되거나 신경이 쓰이거나 하지는 않나?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 모두가 신경 쓰면서 살아가고 있지 않나. 제가 감수성이 더 발달되어 있어서 혹은 상대방을 너무 많이 신경 써서인지는 모르겠다. 이 신경 쓰인다는 것이 '이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라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의 편안함을 먼저 생각하는 것 같다. '불편하지 않을까?'를 생각한다. 저를 좋게 바라봐주셔서 감사하지만,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 좋은 거니까 그것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거나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배우 박보검이 영화 '원더랜드'에서 태주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박보검이 영화 '원더랜드'에서 태주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나?

"저 먹는 거, 걷는 거, 뛰는 거 좋아한다. 뛰다 보면 응어리, 스트레스가 풀린다. 션 선배님 리드 하에 달리곤 하는데 항상 새로운 루트로 달리다 보니 여행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집 근처, 동네 말고 내가 알지 않고, 내가 살고 있지 않은 동네를 달리면 여행 온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어서 에너지 충전이 되더라."

- 과거 SNS는 트위터만 하겠다고 했는데 인스타그램을 개설해서 화제가 많이 됐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사칭이 생기더라. 어떤 한 브라질 팬이셨는데, 저를 사칭한 사람이 '돈을 주면 만날 수 있다'라며 악용한 사례가 있었다. 저를 아는 분들은 제가 SNS는 X(구 트위터)로만 한다는 걸 아시는데 저를 새롭게 알아가시는 분들은 모르실 수 있다. 그런 악용을 막기 위해서 인스타그램을 만들게 됐다."

- 이번에 '살롱드립2'에 출연해서 장도연 씨를 만났다. 어땠나?

"진짜 유쾌하시다. 제가 고등학교 시절 야자를 할 때 박나래 선배님과 했던 라디오를 들었다. 응원해달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그때 들었던 선배님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대면해서 듣고 이야기를 나누니까 신기했다. 어쩜 그렇게 유쾌하고 재미있고 재치 있으신지, 닮고 싶다. 입담이 대단하다. 저에게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

- VIP 시사회를 굉장히 크게 했고, 지인들이 정말 많이 왔더라. 코엑스를 들썩이게 한 변우석 배우부터 해서 오랜만에 만난 분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진짜 감사했다. 마음을 많이 써주셔서 배우마다 초대할 수 있는 관을 주셨다. 박보검관, 매니지먼트숲관 등 이런 식으로 관을 나눠주셨다. 제가 데뷔 때부터 쭉 연락하면서 지내고 같이 작품했던 선배님, 작가님, 감독님께 다 연락드렸는데 거의 다 오셨다. 거기서 마음이 울컥했다. 한마음으로 응원해주셨다. 대학 동기, 친구들, 선생님, 동료들, 선배님들 다 한자리에 있는 걸 보니까 그렇게 한걸음에 달려와 주신 것이 고맙더라. 이런 좋은 이야기를 담은 작품에 또 초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럴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진짜 진짜 행복했다."

배우 박보검이 영화 '원더랜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더블랙레이블,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박보검이 영화 '원더랜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더블랙레이블,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좌우명이 있다면?

"군대 갔다 와서 너무 오랜만에 연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 '폭싹 속았수다' 촬영 때 그랬다. 현장이 그립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좌우명이라기보다는 '박보검이라는 배우와 오랜만에 일하니까 너무 좋다. 보고 싶었다. 같이 일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배우, 좋은 에너지와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더라. 그런 기분들이 잘 담긴 영화가 '원더랜드'라 좋았고, 감사하다. 그게 또 영화 속에서 잘 그려지고 감독님이 연출을 잘 해주셨다. 현장 분위기도 좋았다. 관객들에게도 그런 기운이 잘 전해졌으면 좋겠다."

- 그토록 하고 싶었던 뮤지컬도 도전했고, 신인상 후보에도 올랐었다. 무대에서 받은 에너지도 컸나?

"진짜 영광이었다. '진짜 열심히 잘 살았다' 싶었다. 연기를 라이브로 하는 것이 처음이었다. 무대 연기가 주는 희열이 굉장히 크더라. 내가 웃고 우는 포인트마다 관객 반응이 확실하게 오니까 '서로 소통하고 있구나', '지금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이 감정이 즉각적으로 전달되는구나'라고 느꼈다. 그래서 무대 연기도 놓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시간이 되고 기회가 된다면 작품 활동하면서 무대 연기도 꼭! 놓치지 않을 거예요."

- 다음엔 (피켓팅에 실패한 팬들을 위해) 대극장에서 해야 할 것 같다.

"아직 대극장에서 할 역량은 안 된다. 차근차근 스텝을 밟아가겠다.(웃음)"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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