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얼굴의 영화', '얼굴의 향연'이라는 말이 딱 맞아떨어질 정도로 다양하고 새로운 얼굴을 포착했다. 그 중심에 있는 전도연은 뒤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것을 얻고자 사정없이 직진한다. 무표정한 얼굴은 참 차가운데, 전달되는 감정은 뜨겁다. 여기에 이정재와 전혜진 등 예상치 못한 인물들이 재미와 여운의 방점을 찍는다. 참 묘하고, 독특한 영화 '리볼버'다.
'리볼버'(감독 오승욱)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전도연 분)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 '무뢰한'으로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며 연출력을 인정받은 오승욱 감독과 전도연이 재회한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2년 전 꿈에 그리던 새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던 경찰 수영은 뜻하지 않은 비리에 엮인다. 믿었던 이에게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것. 모든 죄를 뒤집어쓰면 큰 보상을 해준다는 제안을 받은 수영은 이를 받아들이고 교도소로 향한다. 그렇게 2년이 지나 출소를 하게 된 수영은 처음 보는 윤선(임지연 분)만이 자신을 찾아오자 일이 잘못되었음을 직감한다.
수영이 받기로 한 건 7억. 그리고 자신의 아파트에 사는 것이다.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기 위해 보상을 약속한 앤디(지창욱 분)를 찾아 나선 수영은 그 뒤에 있는 더 크고 위험한 세력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의 큰 줄기는 단순하다. 자신의 돈을 돌려받기 위해 질주하는 한 여자, 그리고 이를 막아서는 세력의 이야기다. 내 집 마련이라는 소박한 꿈을 이루려던 찰나 사랑하는 이에게 뒤통수를 세게 맞은 여자는 출소 후 잃어버린 자신의 것을 찾겠다고 나서고 그 과정에서 정말 다양한 인물을 만난다. 그중에는 아군도 있고 적군도 있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판 안에서 두려움 하나 없이 달려나가는 수영은 무모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무표정한 얼굴에 감정을 다 걷어낸 전도연의 얼굴은 이 영화의 중심이다. 대사도 많지 않고, 감정 표현도 거의 없지만 전도연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극에 긴장감을 더하는 건 수영의 판에 뛰어든 주변 인물들이다. 특히 정윤선은 수영과 묘한 관계를 형성하며 끝까지 예측불가의 재미를 안겨준다. 임지연의 특유의 에너지로 완성된 정윤선은 ‘리볼버’의 킥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지창욱의 앤디는 참 하찮다. '향수 뿌린 미친개'라는 수식어에서 기괴한 악역을 기대하게 하는데, 정작 극 속 앤디는 뭐 이런 캐릭터가 다 있나 싶을 정도로 지질함 맥스다. 독기 장전한 수영과의 맞대결이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악역으로서의 존재감은 사뭇 아쉽다.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욕설도 과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럼에도 지창욱의 연기 변신을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특히 후반 반전이 드러나는 순간, 지창욱의 표정과 눈빛에 담긴 처연한 감정은 절대 놓쳐선 안 될 관전 포인트다.
여기에 이정재, 정재영, 전혜진 등 특별출연도 특급이다. 단순히 한 컷으로 지나가는 역할이 아니라 극에서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 배우의 연기가 '리볼버'를 풍성하게 만든다. 흔쾌히 출연을 결정한 이정재에 대한 오승욱 감독의 헌사처럼, 이정재는 너무나 멋지게 극을 장악한다. 또 전혜진은 후반 결정타를 날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며 극을 압도한다. 특별출연 배우들의 연기마저 이렇게 좋으니, 왜 '얼굴의 향연'이라고 했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제대로 이해가 가능하다.
오승욱 감독의 취향이 반영된 미술, 탁월한 미장센, 고급스러움이 배가된 음악도 '리볼버'의 장점이다. 그간 많이 봐왔던 장르에 단순한 뼈대의 서사이지만, 사이사이 볼거리가 많아 지루하거나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무거울 것 같은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웃음이 터지는 구간이 꽤 있어 블랙 코미디의 묘미도 느낄 수 있다.
8월 7일 개봉. 러닝타임 114분. 15세 이상 관람가.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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