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파리 올림픽이 한창인 요즘 경기를 새벽까지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것뿐만 아니라 오전에 들려오는 한국선수들의 승리 소식이 하루를 즐겁게 한다. 믿고 보는 효자 종목인 양궁은 물론, 20년 만에 메달에 도전하는 삐약이 신유빈 선수의 여자 탁구 준결승 진출, 여자 복싱 54kg 임예지 선수는 올림픽 역사상 한국 첫 메달 도전에 한 걸음 바짝 다가섰다. 대한민국에 첫 번째 금메달을 안겨다 준 펜싱의 오상욱 선수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도 3연패 달성하며 한국 첫 2관왕과 함께 아시아 최초라는 기록을 동시에 새우고 있다.
선수들이 입는 운동복은 스포츠마다 요구하는 신체 활동에 맞게 소재, 디자인, 색상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선수들의 최상의 퍼포먼스를 위해 과학적으로 디자인된다. 소재는 폴리에스테르(polyester), 나일론(nylon), 라이크라(lycra), 면(cotton)과 같이 신축성, 통기성, 흡습성에 적격인 소재를 주로 사용한다. 여기서 라이크라(lycra)는 'expand(확장하다)'의 의미를 사용한 스판덱스(spandex)로도 흔히 알려진 소재이다. 라이크라의 명칭은 이 소재를 개발한 Dupont 회사가 만든 브랜드명이 소재명이 된 것이다.
선수들은 하계 올림픽이기에 최경량화된 가벼운 유니폼을 입는다. 육상 선수나 수영선수들은 바람과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킨-타이드((skin-tight)한 운동복을 착용한다. 몸에 붙는 남자 수영복 또한 1914년 호주 시드니에서 설립된 회사의 브랜드명인 스피도(speedo)를 수영복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운동복의 색상은 주로 국가를 상징하거나 단결을 위한 팀의 정체성(team identity), 눈이 잘 띄는 시인성(visibility), 위압감이나 동기를 부여 줄 수 있는 심리적 영향(psychological impact), 세 가지를 고려해 디자인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펜싱 유니폼을 예로 들어 보자. 점수 등록을 위해 전기 시스템이 연결되어 있는 펜싱 재킷은 긴 소매에 방탄 소재(puncture-resistant)를 사용하며 큰 움직임에도 다시 제자리를 찾도록 다리 사이로 스트랩(strap)이 재킷을 고정한다. 겉 재킷 밑에 입는 플라스트론(plastron)은 반 재킷으로 검을 쥔 팔과 상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역시 방탄 소재로 된 바지를 브리치(breeches)라고 하며 기장은 활동성을 위해 무릎 아래까지 오며 긴 양말이 종아리를 보호한다. 국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유니폼과는 다소 다르게 펜싱 유니폼이 흰색인 이유는 상대방의 공격 자국을 쉽게 확인하기 위함이다. 브리치 옆면과 자켓 뒷면에 새겨진 KOREA라는 문구가 팀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의 사연이나 이전 경기 모습까지 화제를 모이고 있다. 할머니의 소원을 들어 주기 위해 일본에서 한국으로 귀화해 은메달을 획득한 여자 유도의 허미미 선수의 사연이 그 중 하나이다. 또한 6살 딸의 엄마인 사격 선수 김예지의 킬러다운 모습을 BBC, CNN까지 다루며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멋진 선수 중 한명으로 손꼽히고 있다. 김예지 선수는 뭉뚝한 단발머리(blunt bob)에 모자를 거꾸로 쓰고(She is wearing a backwards hat on.) 있으며 눈빛 하나 흔들림 없는(unflinching) 모습 뒤에 손가락에 끼워진 코끼리 인형이 반전 매력을 보이며 이전 경기 모습까지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메달 획득 후 단상에 올라갈 때 입는 유니폼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블루컬러가 가슴 부분에 그라데이션(gradation)으로 처리되어 있다. 이는 수세기에 걸쳐 사용된 염색 기술로 특히 18세기와 19세기에 프랑스 궁정 패션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에는 사용된 실크 가운과 리본을 보면 주로 어두운 색에서 밝은 색으로의 전환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라데이션 대신 옴브레(ombre)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ombre는 프랑스어로 '그림자‘, '음영'을 의미한다. 이는 패션뿐만 아니라, 헤어 컬러링, 네일 아트, 메이크업, 심지어 베이킹까지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 사용되며 은근한 색상 전환은 우아한 시각적 매력을 더한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포효하는 선수 모습 뒤에 전해지는 감동적인 사연, 숨겨진 모습이 마치 그라데이션처럼 은근한 감동과 매력을 전하고 있다. 드라마보다 더한 감동을 선물해 주는 한국 선수들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와 스톡홀름 경제대학교(SSE) MBA 출신으로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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