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1995년 의류 광고 모델로 데뷔해 1996년 MBC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을 통해 본격적인 배우 활동을 시작한 송승헌은 이제 데뷔 30년을 바라보는 현재도 여전히 빛나는 비주얼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대표 미남 배우'다. 이제는 본인도 "잘생겼다"는 말이 지겹지 않을까 싶지만, 여전히 참 잘생겼다. 특히 10년 만에 김대우 감독과 다시 만나 완성한 '히든페이스' 속 송승헌은 어떤 각도에서도 우월한 외모를 자랑해 또 한번 감탄을 자아낸다. 연기 역시 더 깊어졌다. 송승헌이 언급한대로, '히든페이스'는 여러 이유로 새로운 송승헌을 마주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최근 개봉된 영화 '히든페이스'(감독 김대우)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 분)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분)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 분)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색(色)다른 밀실 스릴러다.
송승헌은 숨겨둔 욕망을 드러내는 성진 역을 맡아 '인간중독' 이후 10년 만에 김대우 감독, 조여정과 재회했다. 그는 카리스마 있는 지휘자이면서 이면에는 욕망을 품고 있는 성진으로 완벽 변신해 깊이 있는 감정 열연, 지휘와 피아노 연주, 파격적인 노출 베드신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다음은 송승헌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영화 개봉 소감은?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나니까 재미있고 좋았다. 직접 관객들을 만나니 좋더라. 영화가 그런 점에서 좋은 것 같다. 집에서 보는 것과 달리 몰입해서 두 시간을 즐긴다는 것이 좋다."
- '인간중독'에 이어 다시 김대우 감독과 만났다. 어떻게 출연을 결정하게 됐나?
"'인간중독' 이후 감독님과 계속 만났다. 감독님도 작품을 준비하고 시나리오를 계속 쓰셨는데, 10년이 됐더라.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다. 처음부터 '히든페이스' 얘기를 한 건 아니고, 밥 먹자고 하시더라. 제가 김대우 감독님을 너무나 신뢰하고 인간적으로 좋아한다. 어떤 역할이든 하고 싶다고 했다. 성진은 제가 지금까지 연기해본 적 없는 류의 사람이다. 현실적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망을 숨긴 '욕망 덩어리'다. 속물 같아 보이기도 하고, 현실에 닿아있는 캐릭터다. 이런 캐릭터를 연기할 기회가 생겨서, 새로운 것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하게 됐다."
- 조여정 배우와도 10년 만 재회다. 이번에도 바람을 피우는 역할이라 미안하다고 했는데 어땠나?
"조여정 배우는 워낙 베테랑이고 상대방을 든든하게 해준다. '인간중독'에서도 너무 좋았고, 이번에도 그랬다. "우린 왜 이런 역할로만 만나나", "다음엔 정상적인 역할로 만나자"라고 얘기하곤 했다."
- '인간중독'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송승헌에게 그 작품은 어떤 의미인가?
"다들 노출, 베드신이 도전이 아니냐 하는데 그건 크게 힘든 것이 아니다. '인간중독' 이전엔 정의롭고 바르고 착한 캐릭터를 많이 했다. '인간중독'의 김진평은 멋진 군인이지만 나름의 아픔과 모자람이 있다. 부하의 아내와 사랑하는 건 불륜이다. 그것이 도전이었고, 감독님에 대한 신뢰로 할 수 있었다. 감독님이 아니었으면 시도를 못 했을 것 같다. 빈틈도 많고 일탈을 하는 캐릭터가 재미있었고, 이후 캐릭터를 볼 때 여러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선택의 폭을 넓게 만들어준 작품이다."
- 그렇다면 이번 '히든페이스'의 성진은 어떤 캐릭터라고 해석했고, 어떤 재미를 느꼈나?
"성진은 송승헌으로 봤을 때 안 좋아하는 인간 스타일이라, 참 별로다. 누구나 본능, 욕망이 있다. 성진은 대놓고 욕망 덩어리가 아니라 약간 의뭉스럽다. 송승헌이 했던 캐릭터 중에서 현실에 가장 닿아있고 일탈도 할 수 있어서 재미있겠다 싶었다. 반전도 결국 보면 성진이 이용당한 것 같고 뒤통수를 맞기도 하는데 그런 점이 재미있었다."
- 수연은 성진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며 시험하려고 한다. 수연도 사랑하지 않으면서 성진과 결혼하려 하는데, 이런 관계를 어떻게 바라봤나?
"제가 결혼을 안 해서 모르겠는데, 저는 사랑 없이는 결혼 못 할 것 같다. 이거 하나는 자신할 수 있다. 하지만 성진은 그런 종류의 인간이다. 어떻게 보면 "재수 없어" 할 수 있고 개인적으로도 별로다. 미주를 처음 찾아갔을 때 농담으로 "개수작 같은데"라고 하면서 촬영했다.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 오케스트라 지휘자이기 때문에 연습도 많이 해야 했는데 준비 과정이 궁금하다.
"감독님의 첫째 원칙은 대역을 안 쓰신다. 대역 쓰는 걸 극단적으로 싫어하신다. 그래서 3개월 레슨을 했다. 평소 클래식을 잘 듣지 않는다. 집에서 들어본 적이 없는데 영화 때문에 슈베르트 음악을 달고 살았다. 듣다 보니까 좋더라. 클래식의 좋은 면을 알게 됐다. 저는 전문가가 아니니까 오케스트라 음악이 나오면 바이올린인지 첼로인지 모르겠더라. 그런데 지휘자가 악보를 보고 미리 포인트를 줘야 그 악기 연주를 하는 거더라. 지휘자가 모든 것을 숙지해야 한다. 내 손짓에 따라오는 것이 신기했다. 한번은 내 손 보지 말고 알아서 해달라고 하니까, 이분들은 연기자가 아니라 그게 더 익숙하지 않은 거다. 그분들은 내 지휘만 따라온다. 그래서 부담스러웠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깨달았다. 이래서 지휘자가 최고, 선장이라고 하는구나 알게 된 신기한 경험이었다. 피아노도 어렸을 때 계속 배우다가 실패했다. 이번에 배웠지만, 앞부분만 따라 하면서 했다. 인생에서 클래식을 가장 많이 들었던 기간이다."
- 노출을 위한 노력도 꽤 긴 시간 했더라.
"처음엔 성진이는 노출 안 해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나중엔 그 얘기를 안 하시더니 "그랬나?" 이러시더라. 사실 운동 열심히 해서 멋진 몸을 만들라고 하면 더 자신 있고 쉬울 것 같다. 그런데 감독님은 지휘자니까 그렇게까지는 아니고 슬림한데 좋아야 한다고 하시더라. 그게 더 쉽지 않다. 일단 다이어트를 심하게 해야 할 것 같아서 3주 동안 견과류만 먹었다. 일반식을 못 먹다 보니 예민했다. 배고프니 빨리 끝내 달라고 했다."
- 박지현 배우가 신인이라 베드신 촬영에서 긴장을 많이 하거나 하지는 않았나?
"노출 연기는 여자 연기자가 더 부담될 거다. 박지현 배우가 샤이하고 말도 없는데, 촬영에 들어갔을 때는 전혀 긴장 안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인간중독' 임지연 배우 같은 느낌을 받았다. 대단하게 느껴졌다. 감독님은 굉장히 정확하다. 필요한 것만 찍으시고 더 요구하지 않으신다. 배우들에게 "알아서 해"라며 내던지지 않는다. 여자 배우를 많이 생각하고 배려해주셔서 더 편하고 믿음이 갔다."
- 김대우 감독에 대한 무한 신뢰가 느껴진다. 방금 언급한 배려를 비롯해 어떤 점에서 그렇게 신뢰가 형성됐나?
"감독님은 표현이 됐으면 하는 걸 정확하게 얘기하신다. 같은 대사인데도 30 테이크를 간 신이 있다. "한잔 더 할래?" 같은 평범한 대사인데, 정말 여러 번 테이크를 갔다. 본인이 원하는 미묘한 톤이 있다. 성진의 말투나 눈빛을 기존 승승헌이 아닌 것을 원해서 얘기를 정말 많이 하고 촬영했는데 솔직하고 좋았다."
- 세 사람의 비정상적인 관계가 결말까지 이어진다. 어떻게 생각했나?
"셋 다 정상이 아니다.(웃음) 시나리오 상에는 미주에게 하는 말이 있었고 촬영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성진이가 자신을 합리화시키려 하는 것 같더라. 그게 없는 것이 섬뜩할 것 같더라. 아무렇지 않게 골프를 가지 않나. 완성본을 봤을 때 그렇게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섬뜩하더라."
- 여전히 멋진 비주얼을 유지하고 있다. '히든페이스'에서도 비주얼이 돋보이는데,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나? 유지 비결도 궁금하다.
"감독님께서 멋지게 잡아주셨구나 했다. 인간은 좀 그렇지만 카리스마 있게 지휘를 할 때는 그런 의도로 찍어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비결은 없다. 저도 메이크업 안하면 안 되는 나이가 됐다. 그래도 하나 생각해보면, 담배 끊은 것이다. 20년 전에 담배를 끊은 건 정말 잘한 일 같다. 담배는 정말 좋은 것이 하나도 없다."
- 술은 마시나?
"둘 중 하나만 하자고 해서 담배를 끊은 거다. 술을 좋아하지만 세지는 않고 맥주나 와인을 마신다. 와인을 안 마셨는데, 어느 순간 좋아하게 됐다. 커피랑 같다. 예전엔 믹스만 마셨다. 한참 캡슐이 유행할 때는 왜 마시나 했는데 어느 날 제가 찾고 있더라. 언제부턴가 좋아했던 믹스가 달고 싫어지더라."
- 배우 송승헌의 욕망은 무엇인가?
"저도 욕망이 당연히 있다.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이 욕심을 부릴수록 불행하다는 걸 조금은 알겠더라. 부가 되었든 지위가 되었든,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지금에 만족 못 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제 주변에 아는, 돈 많은 분이 최근 쓰러져서 돌아가셨다. 돈 걱정 없겠다 하는 분이었는데 돌아가시니 다 의미가 없더라. 그래서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10년 전부터는 '내일 죽어도 한이 없어야 한다,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것이 최고다'라는 생각을 한다. 내 안의 욕심을 배제할수록 나에게 오는 행복이 큰 것 같다. 너무 아등바등 사는 건 별로다. 그래서 '욕심을 버리도록 노력하자'라는 말을 많이 한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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