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오래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네." 연기 경력 70년에 빛나 배우 이순재의 한마디가 후배 배우들, 그리고 시상식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배우 이순재가 지난 11일 진행된 '2024 KBS연기대상' 영예의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에 앞서 '개소리'에서 함께 열연한 배우 연우, 강아지 소피와 베스트커플상까지 수상하며, 2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그의 수상에 시상식장의 배우들은 모두 기립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지난해 이순재는 미니시리즈 '개소리'의 주연으로 활약했다. '개소리'는 활약 만점 시니어들과 경찰견 출신 소피가 그리는 유쾌하고 발칙한 노년 성장기를 담은 시츄에이션 코미디 드라마. 이순재는 극중 몰락한 국민배우이자, 은퇴견 소피의 말소리를 알아듣고 '탐정 듀오'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순재 역을 맡았다.
'개소리'는 개 소리를 알아듣는 독특한 설정에 이어, 김용건, 예수정, 임채무, 송옥숙 등 중년, 노년 배우들이 전면에 나선 작품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날 최수종 등 후배 배우들의 부축을 받으며 무대에 오른 이순재는 "60세가 넘어도 연기를 잘하면 공로상 말고 (연기)상을 주는 거다"라며 "연기는 연기로만 평가해야지, 인기나 다른 조건으로 평가하면 안된다"고 일침을 놨다. 나이를 넘어 연기 자체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 이어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여우주연상을 30대에 한번, 60대 넘어 세번 수상한 미국 배우 캐서린 햅번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순재는 1956년 KBS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가'로 데뷔했다. 이후 TBC와 전속계약을 맺은 이순재는 다양한 채널에서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하지만 KBS와 인연은 많지 않았다. 그의 대표작은 MBC '동의보감' '사랑의 뭐길래' '보고 또 보고' '허준' '상도' '거침없이 하이킥' '이산' '베토벤 바이러스' '선덕여왕', KBS '목욕탕집 남자들' '엄마가 뿔났다'. SBS '토지' 등이다.
이순재는 "KBS와 인연은 있었지만 출연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 생각하며 늘 준비했다"며 "그리고 오늘, 이 아름다운 상, 유쾌한 상을 받게 됐다"고 벅찬 소회를 전했다.
올해로 90세가 된 '국민 배우' 이순재는 '찾아올 기회를 생각하며 늘 준비했다'는 말로 또한번 젊은이들의 가슴에 뭉클함을 선사했다. 연기생활 70년차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새 작품과 새 캐릭터를 꿈꾸는 남다른 연기 열정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이순재에게 생애 첫 연기대상을 안겨준 작품 '개소리'는 경상도 거제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총 12부작 드라마를 위해 총 20회 이상 서울과 거제를 오갔다. 차로만 4시간 반이 소요되는, 노년의 배우가 소화하기엔 극한 일정이었다. 그런 와중에 이순재는 건강이상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날 이순재는 "'개소리'를 시작할 때 수많은 노심초사를 했을 건데 결국 어려움을 극복했고 KBS에서 문호를 개방해줘 오늘날 '개소리'가 전국에 들리게 했다"면서 "(시청자) 여러분께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방송사와 제작진, 시청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13년째 석좌교수로 있는 가천대학교 학생들을 언급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작품을 정해 한 학기 연습해서 기말에 발표하는데 (촬영 때문에) 도저히 시간이 안 맞아 학생들에게 ‘난 교수 자격이 없다’고 했다. 학생들이 '걱정 말고 다녀 오시라'고 하더라. 학생들 덕분에 오늘의 결과가 온 것 같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제작진과 방송사, 시청자와 가르치는 제자들까지 모두 아우르며 감동을 전한 수상소감이었다.
한편, 1935년생인 이순재는 현존하는 최고령 현역 배우다. 지난 10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공연 중 건강이상으로 활동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대가족'에 큰 스님 역으로 특별출연했다.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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