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사상 최대 제작비가 투입되는 MBC 월화드라마 '태왕사신기'(연출 김종학, 극본 송지나) 첫 방영이 내달 6월 25일로 확정된 가운데 그 성공 여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총 24부작으로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일대기를 담은 '태왕사신기'는 제주도 야외 세트제작비를 포함해 43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용이 든 환타지 역사대작 드라마. 이밖에 배용준, 최민수, 문소리 등 화려한 출연진, 그리고 영화 '반지의 제왕'을 뛰어넘는 화려한 특수효과(CG) 등 방영 전부터 국내외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러한 겉으로 드러난 기대감 이외에도 국내 드라마 업계에서 '태왕사신기'가 갖고 있는 의미는 매우 크다.
'태왕사신기'가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드라마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간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저작권' 문제의 핵으로, 향후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줄 가늠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외주 제작사들은 방송사가 외주제작 드라마의 '제작비'를 현실화 시켜줄 수 없다면 드라마의 '저작권' 부문에서 더 많은 양보를 해야 한다며 방송사를 압박하고 있다.
드라마 외주제작사인 J사 관계자는 "회사가 설립된 지 7년이 다 되어 가는데 회사 명의의 자산이 하나도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과거와 달리 방송 환경이 변화한 만큼 방송사가 저작권 부문에서 더 많은 양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방송사와 제작사간의 저작권 문제는 계약조건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해외 판매 수익분배는 판매수수료를 제외한 후 반반씩 나눈다. 하지만, 외주제작사는 제작비 상승, 해외시장의 다변화, 다채널 시대에서 부가수익 등을 이유로 자신들의 저작권 비율을 더 올려달라는 입장이다.
'태왕사신기'가 이러한 국내 드라마 시장의 제작현실에서 저작권 확보 등 제작사 측의 주장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는 이유는 처음부터 수백억원이 투입된 대작드라마라는 어마어마한 몸값을 내세워 방송사에게 방영권만을 판매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태왕사신기'의 경우 방송을 내보내는 MBC 측이 국내 및 미주지역 방영권만을 구매하고, 해외 판매에 대한 저작권은 제작사인 TSG컴퍼니가 갖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태왕사신기'를 기획하고 제작을 총괄하는 김종학프로덕션은 그동안 드라마의 특수성을 이유로 MBC 측에 이에 걸맞게 편당 방영권 구매액도 미니시리즈 제작비 이상으로 높여 줄 것을 요구하며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제작사 측은 국내 방영권 판매는 물론 전 세계 90여개국 등지에서 배급, DVD 및 캐릭터 판매, 각종 부가수입 등을 통해 제작비를 충당하고 장기적으로 수익을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다시 말해, 해외 판권 확보를 통해 국내 못지않게 커진 해외 시장에서 제작비용과 수익을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몸집을 키워 더 많이 얻겠다'는 의도도 숨어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계약조건에서 방송사에 끌려 다니던 제작관행과 패러다임을 바꿔 보겠다는 보이지 않는 야심(?)도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오는 6월 25일 첫 방송되는 '태왕사신기'가 작품성이나 흥행적으로도 성공을 거둔다면 드라마 업계에도 더 많은 '제 2의 태왕사신기'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주제작사 E사 한 관계자는 "현재 업계의 관심사는 과연 '태왕사신기'가 흥행이나 수익 측면에서 모두 성공을 할 수 있을까에 모아지고 있다"며 "만약 수익적으로 성공을 한다면 이런 방식을 모방한 대작드라마가 대세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연 '태왕사신기'가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라는 한국 드라마 외주제작사들의 자조 섞인 탄식에 종지부를 찍고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사진='태왕사신기'의 남녀주인공 배용준(오른쪽), 문소리(왼쪽)가 극중 의상을 입은 모습.(사진 위), 130억원의 비용이 투입된 제주도 세트장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사진 아래)]
조이뉴스24 정진호기자 jhju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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