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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엄마'가 '내 남자'를 넘기 위해서는


강남엄마 윤수미(임성민 분)는 강북엄마이자 여고동창생인 현민주(하희라 분)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빠의 경제력과 엄마의 정보력이 일류대를 보낸다는 이야기 못 들어봤어? 서울대 커녕 서울에 있는 대학도 못 보내."

SBS 월화드라마가 '내 남자의 여자'의 불륜에 이어 다시 한번 논쟁적인 소재로 드라마를 만들었다. 지난 주 35% 대 시청률로 종영한 '내 남자의 여자'의 후속작 '강남엄마 따라잡기'(극본 김현희, 연출 홍창의)를 통해서다.

따지고 보면 40대 주부들의 판타지 성격이 짙은 김수현식 불륜보다 더 우리나라 주부들에게 현실적이고 흡입력 있는 소재다. 이 세상 어떤 국가보다 열정적으로 소문난 한국 엄마들의 교육열이 드라마의 핵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자식의 진학위해 헌신하는 엄마들 정면서 다뤄

'강남엄마 따라잡기'(이하 강남엄마)는 제목 자체가 드라마의 줄거리와 방향을 가리켜주고 있다. 드라마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없더라도 강남엄마의 교육열을 따라잡으려는 非강남 엄마의 이야기임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25일 첫 회 방송부터 '강남엄마'는 제목을 배신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공부는 잘했지만 가난한 중국집 딸이었기에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현민주. 그는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했고 그가 사법고시에 패스했지만 시댁에서 환영을 받지 못한다. 신분자체가 '강남스럽지 않은' 현민주를 강남의 부자인 시댁에서 좋아할 리 만무한 까닭이다. 설상가상 남편마저 교통사고로 잃고 만다. 오로지 남은 희망은 외아들 진우(맹세창 분) 밖에 없다.

다행히도 진우는 학교에서 줄곧 1등만 도맡아 하는 모범생이며 홀로 된 엄마 생각에 학원도 가지 않는 효자다. 현민주는 진우가 자신의 중학교에서 최초로 특목고에 가고 이어 서울대에 진학하기를 바라며 아침에는 식당일과 저녁에는 대리운전을 통해 뒷바라지를 한다.

드라마 첫 회는 현민주가 대학에서 주최한 외국어경시대회에서 강북의 중학교 전교1등 진우가 강남아이들의 사교육에 밀려 등수가 바닥인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강남으로 진출하려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그 과정에서 여고 동창생 윤수미와의 만남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윤수미는 과학고에 진학한 아들과 강남의 최강고등학교 전교20등의 딸을 둔 강남엄마. 사교육으로 무장한 윤수미의 딸이 학교교육에만 충실한 진우보다 영어경시대회 성적이 뛰어났다는 사실에 현민주는 충격을 받는다.

현민주는 극의 초반 입시강좌에 대해 "엄마가 중심을 잡아야지 괜히 저런데 다니는 거 보면 한심하더라"는 힐난의 태도에서 자신의 교육방침이 틀릴지도 모른다는 불길함에 결국 윤수미가 사는 강남으로 이사를 감행하게 된다. 아들을 최강고등학교에 전학시키겠다는 단 한 가지 목적으로.

풍자냐? 현실의 위화감 조성이냐?

서울 강남의 집값이 비싼 이유는 무엇보다 교육환경에 따른 차이 때문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 교육환경에 대한 평가는 아이들의 전인적 교육에 걸맞은 환경의 우열여부가 아니다. 소위 명문대에 많이 보내는 고등학교가 있는 곳. 이것이 우리나라 교육환경 평가에 가장 우선시 되는 덕목이고 지금까지 8학군으로 상징되는 강남은 이 부분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

최근 학군제가 달라지면서 예전만큼 8학군의 위세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더라도 불야성을 이루는 ‘대치동 학원가’에서 보는 것처럼 강남은 사교육의 성지로 그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다.

'강남엄마'는 이런 강남의 교육현실에 대한 풍자를 통해 지금 이 나라의 공교육 시스템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만들고 싶어 한다. 다른 사람의 말이 아니다. 드라마를 연출한 홍창의 PD가 지난 17일 드라마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홍 피디는 "드라마 방영 후 비난에 대해 모두 감수하겠다"며 "제작진이 원하든 원하지 않던 간에 강남에 계신 분들이나 아니면 다른 곳에 살고 계신 분들에게 욕을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극중 희화된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란 이유를 덧붙였다.

홍 PD는 시청자 게시판의 의견을 마치 예상한 것 같은 발언을 했다. 25일 1회 방영이 끝나자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드라마가 현실의 위화감을 심화시킨다는 의견들이 많이 올라왔다. 강남이란 특수한 곳을 마치 대한민국 전체의 보편적인 현상인양 확대해석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강북에 사는 사람들, 아니 강남에 살고 있지 않은 다른 학부모들을 마치 자식교육의 무능력자인양 묘사한 것이 거슬렸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당연히 그럴 만 했다. 강남엄마 윤수미를 통해 "강남하고 강북하고 수준차이가 있지" 라던가 혹은 현민주의 시댁 식구들이 "이딴 서울 변두리 지역에서 아무리 잘해 봤자야". 그리고 진우의 학교 담임선생님이 되레 현민주에게 특목고를 가기 위해서는 학원에 가야 한다고 권하는 모습까지 '강남엄마'는 오히려 우리가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은 현실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강남엄마'가 '내 남자'를 넘기 위해서는

'강남엄마'는 우리나라 교육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자식교육에 목숨을 바치신 엄마'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스스로의 인생을 자식의 시간표에 저당 잡힌 엄마들은 그 자체로도 지극히 한국적인 드라마 소재다.

'강남엄마'가 '내 남자의 여자'보다 더 사회적인 폭발력을 가져올 수 있다면 바로 한국적인 특수성을 담아낸 소재 때문일 것이다. 시청자들은 자신들이 겪는 현실의 문제나 불만을 드라마를 통해 대리해결 되거나 혹은 대리만족하기를 원한다. 무엇보다 드라마를 보면서 자신의 삶에 공감대를 얻고 혹은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감동 받기를 원한다.

'강남엄마'는 '시청률의 마법사' 김수현의 이름을 걸고 시작한 ‘내 남자의 여자’보다 출발선상에서 뒤쳐져 있음은 분명하다. 김희애의 파격적인 변신과 함께 불륜에 대한 중년 부부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꽤 뚫며 본능적인(?)호기심을 이끌어 냈던 '내 남자의 여자'에 비해 '강남엄마'의 흡입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강남엄마'가 '내 남자의 여자'보다 조금 더 화제가 되고 조금 더 공론화되길 바란다. 사채업을 다룬 '쩐의 전쟁'이 대부업체들의 고리 이자에 대한 실질적인 제도 변화를 이끌어 냈듯이 '강남엄마' 또한 이 시대 엄마들에게 진정한 자식 교육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질문과 그 해답을 함께 고민해주길 바란다. 이와 같은 사회적인 흐름을 '강남엄마'가 만들어 낸다면 드라마 제작진들 스스로 더 이상의 보람은 없지 않을까?

그런 측면에서 아이디 lamer55씨가 드라마 첫 회를 보고 올린 시청 후기를 제작진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첫 회를 보고 글을 올립니다. 첫 회가 강하게 이목을 끌고자 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대사가 너무 위화감을 조성하네요. 강북에서 행복하게 공부하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솔직히 보기 굉장히 불편하네요.

강남에 비하면 강북의 교육 수준은 마치 저기 외딴 아프리카 나라 정도로 비유되는데 고교평준화 시대에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발상이 아닐 수 없군요. 문제의 소지가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화제가 되어 시청률 높여보려는 생각보다 현실을 올바르게 비꼬고 서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드라마가 되도록 노력해주시죠."

조이뉴스24 김용운기자 woo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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