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지저귀지 않는 새가 없는 것처럼 사람은 노래를 떠나 살 수 없다. 천하의 음치라도 남몰래 흥얼거리기는 하며 음악이 흐르면 절로 몸이 움찔거리고 마음은 뛰논다. 노래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축복의 선물’이다.
그런 노래가 요즘 TV에서 심하게 푸대접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가수에게 노래를 잘 시키지 않는다. 가수를 출연시켜놓고 노래를 부르게 하는 일보다 시시껄렁한 사담이나 늘어놓게 하고 면박이나 주는 경우가 심심찮다. 그 가수로부터 들을 만한 노래가 없어서 그러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러면 입담 좋은 개그맨을 내세울 일이다. 들을 만한 노래를 부를 줄 아는 가수는 많다. 가수를 출연시키려면 그런 가수를 택해야 하고 노래를 부르도록 해야 한다.
가수가 노래보다 얼굴이나 입담에 의존하게 된 데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TV 영향이다. 시청자가 과연 그것을 원하는지는 모르겠으나 TV가 그것을 바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가요계에서 일하는 사람들 말로는 노래 잘하는 가수가 가요 프로 나가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그러나 얼굴 좋고 입담 센 가수가 예능 프로에 나가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그런 가수들은 노래를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노래 잘하는 가수는 TV와 갈수록 더 멀어지고 얼굴 좋고 입담 센 가수는 TV와 더 친해진다. 시청자로서는 TV에서 자주 대하는 가수가 그러니 그것이 유행이라 생각하고 노래보다는 잡담에 더 즐거워한다.
MBC가 가을 개편 때 ‘쇼바이벌’을 폐지키로 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프로는 일종의 가요계의 신인 등용문 역할을 했으나 시청률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방송 6개월 만에 문을 내리게 됐다. 방송사로서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시청률로 먹고사는 게 사실인 만큼 현실적으로는 합리적인 결정인 셈이다.
하지만 그게 최선의 방법이었는지는 나중을 위해서라도 따져볼 일이다. 실제로 가요 프로그램이 시청률 측면에서는 바닥을 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죽하면 TV 방송이 시작하기 전에 나오는 애국가에 빗대어 ‘애국가 시청률’이라는 비아냥이 있을까. 그만큼 가요 프로는 외면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따져보고 판단해봐야 할 지점이 여기다.
가요 프로의 시청률이 낮은 이유가 시청자가 노래를 싫어하기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데 방송사는 ‘이제 TV로 노래를 듣는 시대는 갔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 판단이 ‘쇼바이벌’의 폐지로 연결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요즘 시청자는 TV를 통해 노래를 듣지 않을까.
다음 사례를 심각하게 비교해보자. 일요일 낮에 방송되는 KBS '전국노래자랑'의 시청률은 지난 7일 12%, 지난 14일에는 10%였다. 반면에 7일 SBS '인기가요'는 5.4%에 불과했다. 금요일에 하는 '뮤직뱅크'도 5.3%였다.
뭔가 이상하지 않는가. 대부분 일반인이 출연하고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은 가수 몇 명이 게스트로 출연하는 전국노래자랑이 인기도 많고 프로인 가수들이 출연하는 정통 가요프로보다 시청률이 두 배나 된 다는 게. 상식적으로는 그 반대가 돼야 하는 게 아닌가. 최소한 10% 이상은 돼야 그게 프로 가수 아닌가.
TV가 집중 고민해야 할 지점이 바로 여기다. 시청자는 TV를 통해 여전히 노래를 듣고자 한다. 특히 기술 발전으로 요즘 TV 수상기는 무대의 분위기나 노래의 제 맛을 전하는 데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안방에서도 수만 원을 내고 봐야 하는 콘서트의 느낌을 어느 정도 만끽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노래는 취향에 따라 세대 차이를 느끼게 하는 장르이기도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세대 차이를 극복하게 해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세대가 노래를 통해 서로 다른 감정과 감성 표현법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이 가교의 노릇을 할 수 있는 게 TV 가요 프로의 주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도 있다. 그 일을 잘 했을 때 TV 가요 프로는 오락적 요소와 공익적 요소를 모두 충족시키게 된다.
쉬는 날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전국노래자랑'을 시청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라. 다는 아니지만 TV 가요 프로가 만들어내야 할 주요한 풍경 가운데 하나다. 그런 점에서 TV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가요와 가수를 사랑해야 한다.
조이뉴스24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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