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왕과 나'(극본 유동윤, 연출 김재형 외)와 MBC '이산'(극본 김이영, 연출 이병훈 외)이 닮은 것 같으면서도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사극의 양대 거장 김재형, 이병훈 PD의 신작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두 드라마에 대해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인물의 설정, 시간적 배경, 소재 등 비슷한 구도를 보이고 있다는 의견이 방송 내내 팽배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드라마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왕과 조정신료 외에 내시들이 주요인물로 등장하며, 3명의 남녀 주인공이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얼핏 보면 드라마 자체가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다.
먼저 남녀 주인공을 살펴보면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왕과 나'의 주인공은 성종(고주원 분)을 중심으로 후궁 소화(구혜선 분)와 내시 처선(오만석 분)이, '이산'은 정조(이서진 분)를 중심으로 후궁 송연(한지민 분)과 호위무사 대수(이종수 분)가 감정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모두 어릴 적부터 사랑과 우정을 키운, 한 여자를 사이에 둔 두 남자와의 삼각관계다.
게다가 세 인물의 신분적 차이도 유사하다. '왕과 나'의 성종은 임금이고, 연인 소화는 몰락한 양반가의 여식으로 최근 후궁으로 입궐하면서 신분이 상승됐다. '이산'의 이산 역시 현재 동궁이고 훗날 정조가 된 뒤 도화서 다모 출신 송연을 후궁으로 맞는다.
신분의 격차를 뛰어넘는 사랑을 이어가는 남녀 주인공들처럼 남자들 사이에서도 신분의 고하를 떠난 우정을 키워간다. '왕과 나'에서 성종과 어릴 적부터 두터운 우정을 키워온 처선은 고아 출신으로 천하게 살다가 스스로 양물을 자르고 내시로 들어가 성종을 보좌하는 신하가 된다.
'이산'에서 대수는 내시가 되기 위해 궁에 들어갔다가 어린 이산을 돕는 계기로 끈끈한 동무의 연을 맺고, 성장해서는 이산을 목숨 바쳐 보호하겠다는 신념으로 무과에 급제해 정조의 호위무사가 된다.
이들의 감정선 역시 비슷한 점이 많다. 여자의 마음은 늘 임금을 향해 있고, 또 다른 남자의 마음은 그녀를 향해 있다. 이들은 늘 엇갈린 운명 속에서 뚜렷하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태운다. 처선과 대수의 입장이 같고, 소화와 송연의 마음이 같고, 성종과 정조의 태도가 같다.
두 드라마의 주요 스토리도 세 주인공이 애틋한 마음을 간직하며 서로에게 닥친 위기를 합심과 협력으로 극복하는 내용. '왕과 나'에서는 내관 정한수(안재모 분)와 설영(전혜빈 분)이 주인공에 대한 적대세력으로 늘 모사를 꾸미고, '이산'에서는 화완옹주(성현아 분)와 정후겸(조연우 분)이 산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내시들의 활약도 두 드라마의 공통점이다. 다만 다르다면 방법의 차이. '왕과 나'는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내시가 중심인물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힘과 조건들을 내세워 문제를 해결하는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한다면, '이산' 속 내시는 권력은 약하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궁리를 거듭하며 기지를 발휘해 해결하는 등 다소 가볍게 터치하는 편이다.
'왕과 나'에서는 처선과 소화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판내시부사 조치겸(전광렬 분)의 도움을 받는다. 조치겸은 처선의 간곡한 부탁에 자신의 권력과 권모술수를 이용해 해결해 주고, 이로 인해 궁중 내 오해를 받거나 공격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윗선에서 해결해주는 형국이다.
'이산'에서는 동궁 이산과 송연이 위험에 처했을 때 주변 우호세력이 힘을 모은다. 내관 남사초(맹상훈 분)과 대수(이종수 분), 달호(이희도 분)가 손과 발이 돼주고, 이제 홍국영까지 가세해 물심양면으로 이들을 돕는다. 밑에서 보좌하는 형국이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두 드라마는 이렇게 수없이 많은 요소들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결국 각각 다른 소재를 다룬다 하더라도 성공적인 사극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기본 형식을 동시에 취하고 있다는 것. 틀은 같지만 내용물이 다르다보니 서로 다른 전개가 이뤄지고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현재 두 드라마는 시청률 20%대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왕과 나'는 '이산'을 약 2~3% 사이의 격차를 두고 월화드라마 1위 자리를 꾸준히 지키고 있고, '이산'은 언제라도 그 아성을 뛰어넘을 태세다.
최근 각각의 주인공들이 우여곡절 끝에 한 데 모이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시점에서 닮은꼴의 두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공평하게 사랑받고 있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이제는 어떤 작품이 1위를 하느냐보다 종영 시점까지 얼마나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느냐가 각 제작진의 숙제로 남는다.
조이뉴스24 문용성기자 lococo@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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