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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 외려 음악 감상을 방해한다


[데스크칼럼]

요즘 가요계는 음반을 낼 때 대부분 뮤직비디오를 같이 만든다. 이를 일반 대중에게 판매하는 경우는 드물다. 뮤직비디오는 음반을 홍보하기 위한 게 일차적 목적이다. 그래서 음악 방송용으로 제공되거나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뿌려진다.

그런데 그 홍보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스럽다.

대부분 그렇지 않지만, 특별한 경우에는 제작비가 10억 원 대에 이르는 것도 있다하니, 주제넘게 걱정스런 마음이 들 정도다.

뮤직비디오가 음반 판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더 치밀하게 연구해봄직도 한 주제인데, 사람 감각 기관의 상호작용을 고려해보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직감적인 판단이다.

개인적인 경험과 관찰에 의한 것이지만 사람이 노래를 부르거나 음악을 감상할 때의 모습을 찬찬히 떠올려보면 알 일이다.

댄스 음악을 기반으로 립싱크가 대세인 요즘이야 덜하겠지만 신들린 것처럼 노래하는 가수들의 경우 눈을 감을 때가 많다. 노래 한 곡을 부르는 동안 계속해서 눈을 감고 있지는 않더라도 클라이막스 부분에서는 눈을 감고야 마는 가수들이 다수라고 봐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

노래를 듣는 것도 마찬가지다. 심금을 울리는 노래 소리가 귓전을 울릴 때 대부분의 사람은 저절로 눈을 감는 경향이 있다.

이런 관찰이 전혀 과학적인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런 현상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는 사실은, 노래란 귀를 통해 마음을 적시는 것이고, 그래서 귀 이외의 감각기관을 닫을 때 그 진수를 맛본다는 점을 암시한다.

따라서 뮤직비디오는 제작자들의 욕심과 달리 시각을 발동시켜야 하는 이유만으로도 노래 듣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겠다. 물론 이는 전혀 과학적인 주장은 아니다. 다만 가설로 과학자들이 연구해볼 가치는 있잖을까.

이야기를 한 김에 영화나 드라마의 OST의 경우를 들여다 보자.

라디오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 가운데 하나가 영화나 드라마의 OST이고, 대중이 이에 심취해 있는 것도 사실인 만큼, OST는 음반과 뮤직비디오의 관계와 달리 효과적으로 공감각(共感覺)을 만족시킨다고 할 수 있다.

둘 다 시청각이란 공감각을 다루는 데 왜 차이가 나는 걸까.

그것은 시각과 청각 사이의 주도권 문제로 보인다. 영화나 드라마는 시각이 우선하다. OST는 총소리나 말발굽 소리처럼 영상을 위한 효과음이다. 가수들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영화감독들의 생각은 대개가 비슷할 것이다. 그리고 이 효과음은 시각을 통한 감정(마음)의 이입을 강화하는 데 효율적이다. 시각이 주가 되어 청각을 이끌어 가는 데 무리가 없다.

그런데 청각은 시각보다 더 독립적인 듯하다. 시각이 청각을 통한 감정이입을 강화하는 경우가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오히려 방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눈을 감아야 음악이 더 잘 들리는 까닭이 거기에 있지 않을까.

위에서 말한 OST 또한 영화관을 떠나 들을 때는 저절로 눈을 감게 된다. 영화관을 떠나면 눈을 감아야 그 때 본 영화 장면이 재생되는 게 우리 몸이다. OST는 청각을 통해 마음 깊은 곳에서 영상을 재생시키는 것이다.

생체기능이 이러한데도 음반과 함께 뮤직비디오를 내놓는 게 대세가 된 까닭은 아무래도 동영상이 대세인 시대 조류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요즘 가수 상당수가 귀를 감고 들어야 할 음악보다 눈으로 보는 음악을 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짐작하고 있는 대로다.

분명한 점은, 대중은 귀로 듣는 노래를 지금보다 더 원한다는 사실이다. 뮤직비디오 제작에 드는 돈이 음반 제작에 드는 돈 못잖게 들어가는 게 현실이라면, 이 주제에 대해 한번쯤은 좀더 과학적인 검토가 필요한 게 아닐까.

[사진: 감정이입하며 눈감은 가수들. 모름지기 노래는 부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눈을 감을 때 진수를 맛보기도 한다]

조이뉴스24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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