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요즘 가수는 ‘동네북’이다.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는다. 가창력이 떨어진다는 게 주요 이유다. 노래가 전문이 아닌 개그맨한테도 치일 정도다. “차라리 립싱크를 해라”는 힐난도 있다. 도대체 가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런데…,
요즘 가수에게 진짜 절실한 건 가창력이 아닐 수도 있다.
이 말만 듣고는 음반 기획사 관계자들도 동의할지 모른다. “그래 얼굴이 최고야”라고 맞장구 칠 분도 계시겠다. 몇 집 걸러 노래방인 우리나라에서 이제 노래 못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러니 일단 노래는 됐을 테고, 조금만 연습시키면 되고, 얼굴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듯하다. 요새 가요계 상황을 살펴보면 이러한 판단이야말로 가수를 스타덤에 올릴 지름길일 수도 있다. 현실이다.
이를테면, 스타는 얼굴로 되지 노래로 되는 게 아니라는 인식이다. 그럴지도 모른다. 부정해보지만 현실은 외려 그 편이다.
그래서다. 요즘 가수에게 절실한 건 가창력이 아니다. 물론 얼굴은 더더욱 아니다. 요즘 가수에게 필요한 건 뮤지션의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이다. 치열한 고민이다. 세상과 인생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애정이다.
추사(秋史) 식으로 말하면 문자향서권기(文字香書卷氣)다. 큰 배우인 김명곤 전 문화부장관식으로 하면 광대(廣大)정신이다.
대체 가수란 무엇인가. 박진영식으로 하면 ‘딴따라’요, 김명곤식으로 하면 소리꾼 광대요, 영어로 하면 뮤지션이나 아티스트 아니겠는가. 그들이 대중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세상과 인생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이해를 바탕으로 스스로 아파하며 창의적인 노래를 만들고 불러 수많은 대중의 아픔을 위무하고 껴안는 것 아닌가. 그게 가수의 혼 아닌가. 그 혼이 리듬과 가락에 실릴 때 대중은 감동하고 감격하는 것 아닌가.
요새 가수에게서 별 감동이 전해져 오지 않는 이유가 그것이 부족한 때문 아닐까. 요즘 TV로 보는 가수는 얼굴 되는 이도 많고 가창력 되는 이도 제법 있는데, 한편으로는 도무지 맛과 멋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모두가 그렇다고 하면 이는 가수에 대한 모독일 터이다.
하지만 TV에 보이는 적잖은 가수는 살아 꿈틀거리는 생물체, 그것도 희노애락의 감정을 가진 인간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잘 계산된 율동으로 잘 꾸며진 음을 되풀이하는 잘 조각된 ‘바비인형’의 느낌이 강하지 않은가. 그들에게 인생의 내면이나 삶을 관통하는 희노애락을 주문하는 게 외려 억지스럽지 않나.
사실을 말하는데, 가수 대부분이 그렇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오버다. 지금도 불타는 창작 의욕에 잠 못 이루는 싱어 송 라이터가 한 두 명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가수 전체가 ‘동네북’이 되어야 하는 현실은 심각한 착시 현상 때문이다. 그 착시 현상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두 말 할 것도 없이 TV다. 진짜 소리꾼은 배제하고 바비인형들만 줄을 서게 하는 TV의 보여주기가 낳은 착시이다.
TV의 이미지 중심주의와 상업자본의 결합이 그 배경이다.
하지만 TV를 탓하는 건 별 효과가 없다. 언론 등이 누누이 지적해왔지만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것은 TV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이제 남은 마지막 방법은 하나다. 대중이 그들, 진짜 소리꾼을 불러내야 한다. 그들더러 노래하게 해야 한다. 음반을 사주고 음원을 사주고 TV와 라디오를 통해 노래하게 해야 한다. 그들 노래가 나올 때까지 TV와 라디오에 그들 노래를 신청하고 또 신청하여야 한다.
감동적인 노래가 세상에 울려 퍼지게 하려면 그길 말고 무엇이 있겠는가.
지금은 훌륭한 가수에게 목청껏 앵콜을 신청할 때다.
그러니, 가수들이여! 낙담 말고 자존심을 지키라.
[사진: 록과 세상의 소통에 대한 자긍심 하나로 40년 이상을 흔들림 없이 살아낸 '록의 대부' 신중현]
조이뉴스24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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