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SK 감독은 최정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렸다. 선수들의 자만심을 키우지 않기 위해 플래툰 시스템과 지옥훈련, 그리고 따끔한 훈계까지 마다하지 않는 엄한 김성근 감독이 최정을 두고서는 "이제 내가 고개를 조아려야 할 정도"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지난달 31일 우여곡절 끝에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서 2-0으로 승리를 쟁취하며 2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공교롭게도 지난해와 같이 두산을 4연속 패퇴시키며 김 감독은 생애 최고의 기쁨을 누렸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김 감독의 표정은 후련한 모습이었다. 만 66세의 한국 프로야구 현역 최고령 감독으로서 체력적인 부담도 없지 않았지만, 강인한 정신력으로 선수들을 이끌며 대한민국 야구판을 접수했으니 그 기쁨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
연신 얼굴에 인자한(?) 미소를 띠며 우승 소감을 밝힌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 MVP의 영예를 안게 된 최정에 대해 좀처럼 듣기 힘든 칭찬을 쏟아내 옆자리에 앉은 '소년장사'를 안절부절 못하게 만들었다.
김 감독은 "처음에는 이 녀석의 글러브를 공이 뚫고 빠져나갔어. 공을 하나도 못잡았지"라며 "뭐 이런 야구 선수가 다 있냐 싶었어. 볼을 계속 놓쳤고 한 번 잡으면 폭투였지"라고 최정의 첫 인상이 '꽝'인 수비 실력이었음을 고백(?)했다. 바로 옆에 앉은 최정은 할 말을 잃은 채 고개를 떨굴 뿐이었다.
하지만 뒤이어 김 감독은 최정에 대해 극찬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하지만 난 최정보다 확 바뀐 선수를 본 적이 없어. 재작년 캠프 때 새벽부터 힘든 훈련을 내색도 안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보고 아~ 얘는 큰 선수가 되겠구나 싶었어"라고 기를 살려주더니 "지금처럼 변할 줄은 몰랐어. 이제는 누가 뭐래도 국가대표감이야"라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최정은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 8타수 1안타로 실책없는 완벽한 수비에 비해 저조한 타격감 때문에 체면을 구기고 있었다. 하지만 3차전 1-1로 팽팽히 맞서던 6회초 결승 좌월 투런포를 터뜨리더니 4차전 역시 2루타 두 방을 쏘아올리며 완벽히 부활을 선언했다. 게다가 그 중에 한 방은 결승 1타점 적시타였다.
타격감을 되찾은 최정은 5차전서도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1-0으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잡고 있던 8회 2사 1, 2루 상황서 좌전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승부에 쐐기를 박은 것.
SK가 거둔 4승 가운데 무려 3차례나 승리를 가름짓는 '한 방'을 날려준 최정이기에 당연히 기자단은 그를 MVP로 선정했다.
"이제는 내가 경기에 나와달라고 이 친구한테 부탁할 정도"라고 최정 칭찬에 열올린 김성근 감독. '선수만들기 프로젝트'의 큰 성과물로 거듭난 최정을 보는 김 감독의 눈은 인자하기만 했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