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제6호 프리미어리거 조원희(26, 위건)가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조원희는 낯선 환경과 문화, 그리고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당당히 들어갔다. 조원희는 해내겠다는 자신감이 넘치고 세계 최고 선수들과 한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다는 마음에 설렌다.
그리고 조원희는 두렵다. 새로운 환경을 만나면 누구나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그것도 자신보다 강한 이들이 우글거리는 전쟁터다. 저마다 '내가 세계 최강'이라는 이들과 상대해서 이길 수 있을까. 조원희는 그들을 아직 만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직접 만나기 전 상상이 더 무서운 법이다. 조원희는 아직 두렵다.
당초 조원희의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은 3월1일 펼쳐지는 첼시전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비자발급에 문제가 생겨 데뷔전은 3월15일 선더랜드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조원희가 25일 비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국했다. 비자문제로 데뷔전이 늦춰졌고, 특급 스타들이 즐비한 첼시와의 경기에 나서지 못해 조원희는 안타까워할 것만 같았다. 최고의 선수들과 한 그라운드에서 경쟁하는 것은 모든 축구선수들의 꿈이다.
입국 인터뷰에서 취재진들은 조원희에게 '첼시전에 나가지 못해 아쉽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조원희의 입에서는 의외의 말이 나왔다. 조원희는 "첼시전에 나가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첼시전은 피하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조원희가 환하게 웃으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한 대답이다.
이런 의외의 대답에서 조원희가 갖고 있는 두려움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고작 2주 동안 팀 훈련에 참가했을 뿐이다. 프리미어리그의 템포, 분위기, 전술 등 아무것도 모른다. 프리미어리그의 수준 역시 아직 몸으로 느끼지 못했다. 조원희는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새내기의 첫 상대가 '최강' 첼시라면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것도 원정팀의 무덤이라는 스탬포드 브릿지다. 처음부터 너무나 강한 상대를 만나면 주눅이 들 수도 있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격차부터 느낀다면 상실감이 커질 수 있다. 이제 막 2차방정식을 풀기 시작한 학생에게 미분, 적분을 풀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조원희는 "개인적으로 자신감은 있다. 함께 훈련해보니 한국선수가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성실성, 근성을 살려 내 모습을 보여줄 것이고 적응을 하면서 잠재력을 키울 것이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조원희가 첼시를 당당히 만나기에는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한 듯하다. 조원희는 "첼시전을 피하라는 운명인가보다. 첼시전은 집에서 TV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조원희의 첫 상대는 다소 약체로 평가받는 선더랜드(리그11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조원희는 "감독님이 15일 선더랜드전에 나갈 준비를 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조원희에게는 어쩌면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 조금은 부담이 없는 팀이다.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중간 수준을 느낄 수 있는 팀이다. 또 자신의 수준을 냉정하게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다.
약간의 두려움은 인간을 더욱 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 어떤 두려움도 없다면 오만이나 나태에 빠질 위험이 있다. 조원희가 두려움을 즐기며 그라운드를 누비다보면, 당당히 첼시를 마주치는 날이 꼭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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