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 집중. 라돈~ 거기서 어떻게 할 거야?"
비와 진눈깨비가 섞여 내리는 가운데 상지대학교와의 연습경기는 전후반 90분도 모자라 30분이 더 추가됐다. 집중력이 떨어져 연이어 실수를 범하자 이를 지켜보던 감독은 선수들을 향해 목소리를 더 높였다. 순간순간 상황이 발생할 때는 즉석에서 어떻게 행동을 할 것인지 선수에게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질책과 칭찬을 분명하게 가려하는 신태용 감독
25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고성종합운동장. 모자를 쓰고 그라운드를 응시하던 성남 일화의 신태용(39) 감독은 120분 내내 서서 선수들을 독려했다.
젊은 감독답게 선수들을 관리하는 방법도 화끈했다. 잘못하면 바로바로 지적하고 잘하면 "그래 좋았어"라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현역 시절 401경기에 출전해 99골을 넣은 화려한 기록이 말해주듯 지도자로 나선 신태용 감독의 목소리는 화끈하게 경기장 전체에 울려퍼졌다.
신 감독은 선수들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촬영하고 있는 비디오분석관에게 "OOO, 몇 분"이라고 선수 이름과 시간을 얘기하며 체크해둘 것을 지시했다. 팀 미팅 때 잘못한 점을 확실히 설명해주기 위해서다.
그래도 선수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신 감독은 교체되어 나오는 선수에게 "얼른 가서 온수로 샤워해라"며 따뜻한 말 한마디를 잊지 않았다.
라돈치치-모따, '정적'에서 '격정적'으로 변신
정성스러운 신태용 감독의 지도에 선수들은 집중을 거듭하며 변신하고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이적해온 공격수 라돈치치는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니고 있다. 인천에서는 하프라인 아래로 잘 내려오지 않고 버티기를 자주하던 라돈치치지만 아크 부근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하는 열성을 보였다.
라돈치치는 전반 25분만을 소화하고 벤치로 물러났다. 사타구니를 가리키며 고통을 호소했기 때문. 그래도 짧은 시간이지만 라돈치치의 변화에 기자가 놀라움을 표시하자 "오늘은 정말 적게 뛴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모따라고 다르지 않다. 지난 시즌 종료 후 브라질로 돌아가 플라멩구 이적을 추진했다가 딱 걸려 '불량 외국인 선수'로 찍힌 모따는 신 감독 밑에서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뛰어다니며 멀티플레이어 기질을 키우고 있다.
신 감독은 "모따 많이 달라지지 않았느냐"라며 되묻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모따의 몸에는 테크니션에서 팀플레이를 할 수 있는 능력까지 이식돼 있었다.
개혁 마무리 단계..."이근호 영입이요? 그럴 일 없어요."
1992년 K리그에 데뷔, 줄곧 성남에서만 선수생활을 했던 신태용 감독은 2004년을 끝으로 K리그에서 은퇴했다. 지난해 12월 전임 김학범 감독의 뒤를 이어 성남을 이끌게 된 신 감독은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약점(?) 때문에 구단에 약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개혁'을 내세워 김상식, 김영철, 박진섭 등 노장 선수들을 모두 내보냈다.
신 감독의 개혁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아시아쿼터제(3+1)로 호주에서 영입한 사사 오그네노프스키는 다음달 2일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추가적인 선수 영입도 협상 중인 외국인 선수 한 명을 제외하면 더 이상 없다.
유럽행이 좌절될 경우를 대비해 성남과 협상을 하고 있다는 이근호에 대해서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그럴 일 없다"고 분명히 했다. 옆에 있는 코칭스태프들도 '이근호를 뭐하러 영입하느냐'는 뜻의 농담을 쏟아냈다.
어느새 새로운 시즌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성남은 다음달 8일 대구FC와 원정 경기로 개막전을 치른다. 초보 감독인 만큼 떨릴 법도 하지만 이른바 '대인배'답게 "하나도 안 떨립니다. 경기나 빨리 했으면 좋겠어요"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조이뉴스24 속초=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