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기나긴 여정이 모두 끝나고 선수단도 귀국했다. 준우승이라는 값진 성과에 국민들은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고, 25일 밤 선수단이 귀국한 인천공항은 취재진과 환영인파로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북새통이었다.
한국 선수단은 많은 짐들을 챙기느라 26일로 넘어가는 자정 무렵에야 인천공항 입국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결승전 다음날 곧바로 비행기에 올라 심신이 피로했지만, 국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기자회견을 갖는 등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이 자리서 유독 강하게 아쉬움을 표현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일본전서 수 차례 신체적 견제(?)를 당한 이용규다.
이번 WBC 대회서 이용규는 일본을 상대하면서 많은 고생을 했다. 2라운드 순위 결정전에서는 일본 선발 우쓰미의 초구에 뒤통수를 맞고 그라운드를 나뒹굴었고, 결승전에서는 도루 과정에서 2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나카지마의 왼무릎에 얼굴을 부딪혀 원치않는 고통을 맛봤다.
헬멧마저 쪼개지는 섬뜩한 모습은 ESPN이 수 차례 보도하는 등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용규는 일본 선수들의 다분히 고의적인 플레이에도 화를 내지 않았다. 승리로 복수하겠다는 집념 하에 경기에만 집중했다. 일본의 견제에 화가 머리 끝까지 났지만, '우승'을 일궈내기 위해 참고 또 참았다.
하지만 마지막 결승전에서 일본에게 분패하자 억울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일본을 그토록 꺾고 싶었지만, 실패로 돌아가면서 가슴 속에는 한이 남았다. 때문에 이용규는 시상식장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지도 않았고,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서도 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귀국 후에도 이용규는 이러한 분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듯 어두운 표정이었다. 일본전만 생각하면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지는 느낌이었다.
이용규는 "일본전부터 이상하게 모두 큰 부상을 당할 뻔했다. 빈볼에 맞을 때부터 감정적으로 안좋았고, 결승전에서도 일본 선수의 위치나 그런 면에서 안좋은 일을 당했다"고 일본전에 대해 화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또 소중한 은메달이지만 목에 걸지도 않은 이유에 대해 "너무 분하고 억울한 마음이었다. 옆에서 일본 선수들이 즐기고 웃는 모습을 보고 있는게 너무 불쾌했다"고 답변했다.
이번 대회서 이용규는 그야말로 상대의 혼을 쏙 빼놓는 플레이로 만점 활약을 펼쳤다. 타석에서는 안쪽에 바짝 붙어 투수들을 긴장시켰고, 누상에 나가면 끊임없이 큰 폭으로 리드하면서 상대 배터리를 신경쓰게 만들었다. 게다가 승부근성 만큼은 최고였다. 나카지마의 니킥(?)에 정확히 부딪히면서도 끝까지 2루 베이스를 터치하고 있는 장면은 지켜보는 이들의 눈시울마저 적셨다.
지고 싶지 않은 승부근성으로 최선을 다한 이용규였기에 일본전 패배는 더욱 쓰라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깨끗한 플레이로 전 세계에 자신이 대한민국의 건아임을 증명했다. 비록 아쉬움에 화도 났지만, 철저히 경기로만 승부한 이용규는 누가 뭐래도 최고의 선수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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