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뒤통수 맞고 얼굴 맞고...이용규 속은 '부글부글'

이용규가 단단히 뿔이 났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은 오히려 그의 투지를 불러일으켰다.

이용규는 24일(한국시간) 미국 LA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또 한 번 '악재'를 당했다.

이용규는 1-1이던 6회말 1사 이후 볼넷으로 출루한 후 이진영 타석 때 야심차게 2루를 훔치기 위해 스타트했다. 일본 투수 이와쿠마는 수 차례 1루로 견제구를 던졌지만 이용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런데 2루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가운데 사건이 발생했다. 포수 조지마의 송구를 받고 나카지마가 태그하는 과정에서 이용규의 왼쪽 안면과 나카지마의 왼무릎이 정통으로 충돌한 것. 이용규의 헬멧은 쪼개졌고, 한동안 그라운드에 누워서 일어서지 못했다.

판정은 아웃. 하지만 이용규에게 세이프-아웃 판정은 중요하지 않았다. 정확히 2루 베이스를 향해 슬라이딩했지만, 나카지마의 왼무릎이 이용규와 충돌하는 와중에서도 그대로 버텼던 것. 사실 일반적인 상황상 충돌했다면 나카지마 역시 충격을 받아야했지만 왜인지 나카지마는 충돌 후에도 그대로 꼿꼿이 버티고 있었다. 어느 정도 고의성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

이용규는 지난 20일 2라운드 순위결정전에서는 일본 선발 우쓰미의 직구(140km)를 머리 뒷부분에 맞으며 고통으로 그라운드에 나뒹굴었다. 이후 빈볼 논란으로 이용규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우쓰미가 결승전 전날 호텔에서 한국 대표팀에게 사과를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용규의 화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그런데, 나카지마의 이상한(?) 행동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7회초 1사 1, 3루서 조지마의 3루 땅볼을 이범호가 고영민에게 힘껏 송구하는 과정에서 1루 주자인 나카지마가 병살플레이를 막기 위해 슬라이딩 도중 양팔로 고영민을 밀쳐버린 것.

다행히 고영민은 버티면서 1루로 송구, 5-4-3 병살을 완성시켰지만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이래저래 일본전에서 수난을 당하고 있는 이용규. 벌개진 왼쪽 안면이 안쓰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