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경기에서도 허정무 감독의 뚝심은 이어졌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7일 오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최종전 이란과의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출범 후 첫 경기인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0-1로 패한 것을 제외하면 대표팀은 24경기 무패행진(22승22무)을 계속하며 월드컵 예선을 마감했다. 최종예선도 4승4무(승점 16점)를 기록, 조 1위로 종료했다.
이미 한국은 7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이란보다 한층 여유로웠다. 한국에 무조건 승리하고 북한-사우디아라비아가 무승부로 끝나야 조 2위로 본선행을 확정할 수 있었던 이란은 초반부터 거센 공격으로 골을 넣는데 주력했다.
거친 이란의 경기는 자칫 선수들의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혹시라도 경고 누적으로 인해 퇴장이라도 나온다면 본선 첫 경기에서 나설 수 없는 위험도 있었다.
사우디와의 7차전까지 한국은 '주장'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비롯해 박주영(AS모나코), 조원희(위건 애슬레틱), 기성용(FC서울), 김동진(제니트), 정성룡(성남 일화), 조용형(제주 유나이티드), 김형일(포항 스틸러스) 등이 한 장의 경고를 받았다.
이런 부담과 상관없이 허 감독은 왼쪽 풀백 이영표를 김동진으로 대신한 것을 제외하고 모두 주전으로 이란을 상대했다.
혹시나 후보 내지는 신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리라는 희망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이근호-박주영 투톱은 그대로였고 박지성을 비롯해 '쌍용'도 제자리에서 이란의 수비진을 헤집는데 주력했다.
허 감독은 이란전을 앞두고 후보급 선수들의 투입에 대해 "기회가 된다면 고려해보겠다"라며 큰 변화없이 최종예선을 마무리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후반 시작과 함께 허 감독은 이청용을 불러들이고 조원희를 내보냈다. 실험성 플레이 같았지만 김정우와 중원에서 기성용의 파트너를 놓고 겨루기에 또 다른 시험무대가 되기에 손색 없었다. 측면으로 옮긴 기성용도 별 문제 없이 제 역할을 수행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나마 허 감독은 후반 30분 공격수 양동현을 기성용과 교체 투입하며 기회를 줬다. 같은 시각 김동진을 대신해 들어간 이영표에겐 경험으로 어린 선수들을 조율하며 동점을 이끌어내기를 기대했다.
허 감독의 믿음은 박지성의 골로 실현됐다.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지친 박지성이었지만 허 감독은 끝까지 믿었고 마침내 후반 36분 환상적인 왼쪽 측면 돌파로 동점골을 터뜨려 허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박지성의 동점골에 허 감독은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환호로 자신의 원칙이 맞아떨어졌음을 확인했다.
조이뉴스24 상암=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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