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일 '2009 하나은행 FA컵' 16강전 전북 현대와 FC서울이 맞붙은 전주월드컵경기장.
올 시즌 K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두 팀의 대결, 사실상의 결승전답게 두 팀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전쟁을 그라운드에서 펼쳤다. 그만큼 경기는 과열됐다. 옐로카드가 9장이나 나올 만큼 선수들은 흥분했고, 경기는 두 팀 선수들의 몸싸움으로 수 차례 지연될 정도였다.
경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거칠어졌다. 어떤 팀의 잘못이라 할 수도 없었다. 두 팀 선수들 모두 이성을 잃은 듯 고의적인 파울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다 후반 40분, 서울의 이청용과 전북의 이요한이 또다시 몸싸움을 벌였다.
이 때였다. 전북 서포터즈 쪽에서 충격적인 말이 터져나왔다. 전북 서포터즈는 한 목소리로 외쳤다. 너무나 자극적이라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전북 서포터즈는 그 말을 반복하며 외쳤다. 서울의 기세를 꺾으려는 응원이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상식과 도를 넘어선 외침이었다. 그들이 한 목소리로 외찬 말은 바로 '이청용 개XX'였다.
응원단이 한 목소리로 전주월드컵경기장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외친 말이 욕설이라니. 응원이 아니었다. 언어폭력이었다. 상대 선수의 인격을 처참하게 모욕했다. 전북 서포터즈는 스스로 인격을 내던지고 기본적 매너도 없는 추태를 부렸다.
아무리 상대 선수가 싫고 미워도 그런 직접적인 욕설을 경기장에서 한 목소리로 내뱉을 수 있는 것일까. 상대팀 선수의 기를 꺾기 위해 야유를 보낸다든지 하는 경우는 축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듣기 민망한 욕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도, 상대팀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얼굴에 침 뱉는 결과만을 초래할 뿐이다.
전북의 서포터즈는 열정적인 응원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청용 개XX'라고 외친 건 열정적인 응원과는 전혀 상관없다. 악의를 가지고 상대방의 인격을 짓밟는 폭력일 뿐이다. 전북 서포터즈는 응원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만을 초래했다.
욕설을 내뱉어 서포터즈들이 얻는 이득이 무엇인가. 아무 것도 없다.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룰에 어긋나는 플레이를 하면, 경기장의 판관인 심판이 제재를 가하면 된다. 파울을 선언하고, 경고를 하고, 퇴장을 시키게 된다. 몸을 부딪히며 승리를 얻기 위해 경쟁을 하는 스포츠가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이런 룰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은 이날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부모님 손잡고 따라온 어린이 축구팬들은 무엇을 배우겠는가. 아이들 귀를 막으며 '다시는 축구장에 데려오지 않겠다'고 다짐했을 팬들에게 전북 서포터즈는 어떤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응원문화에도 일정한 선이 있어야 한다. 상대를 모독하고 욕을 해야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위상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서로 죽는 일이다. 건전한 응원으로도 얼마든지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사기를 높여줄 수 있다. 아니 그렇게 해야 한다.
한국 축구가 갈수록 팬들의 관심 밖으로 멀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축구 발전의 주요 구성원으로서의 위상과 책임을 갖고 있는 서포터즈들이라면 욕설과 폭력적인 응원문화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욕설이 난무하는 축구장에 누가 오고 싶어 하겠는가.
안타깝게도 K리그에는 이런 욕설 응원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하지만 규정에 의해 제지를 당하기에 앞서 상식적인 선에서라도 응원 문화에 대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규정이 없다는 것은 어찌 보면 욕설이나 폭력적인 응원 문화는 아예 있어서는 안된다는 기본적인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어떤 명문 클럽의 서포터즈라도 상대 선수를 인격적으로 모독할 권리는 없다.
조이뉴스24 /전주=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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