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힘겨웠다. 하지만 모든 고비를 이겨내고 롯데는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부산갈매기'를 목터져라 외쳐부르던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이제 '승리의 가을야구'를 위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롯데는 23일 문학 SK-삼성전에서 SK가 파죽의 17연승을 기록, 선두 '호랑이 사냥'을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발휘하며 7-4로 이겨준 덕으로 4강행을 확정지었다. 경기 일정이 없어 숙소에서 비룡과 사자군단의 싸움을 초조하게 지켜보던 롯데 선수단은 삼성의 패배로 가을야구 티켓을 거머쥐자 환호를 멈추지 않았다.
사실 아쉬운 면이 없지는 않다. 자력으로 4강행을 결정짓지 못했기 때문. 롯데(66승 66패)는 25일 LG전만 남겨두고 있다. 물론 이날 경기 포함 3경기를 남겨둔 삼성(64승 66패)이 SK전 뿐만 아니라 24일 두산전, 25일 한화전을 모두 승리하고 롯데가 마지막 경기서 패하지 않는다면, '부산 갈매기'의 꿈은 이뤄지는 상황이었지만, 혹시 모를 불안감을 지울 수는 없었다.
이런 가운데 'SK의 승리', 즉 '삼성의 패배'라는 낭보가 들려왔고, 롯데의 2년 연속 가을야구는 현실이 됐다.
되돌아보면 롯데의 4강행은 9월 초만 해도 어려운 듯 보였다. 지난달 30일 히어로즈전 패배 후 지난 8일 한화전까지 띄엄띄엄 가진 경기에서 롯데는 1승이 천금같은 때에 한 번도 못이기고 5연패 늪에 빠졌다. '경쟁자' 삼성은 어느덧 치고 올라왔고, 4위 자리를 빼앗기고 주춤거렸다.
하지만 롯데는 12일~13일 사직 삼성전에서 2연승을 거두면서 극적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후 22일 히어로즈전서 연패가 끊길 때까지 파죽지세의 6연승 행진을 벌이며 승수를 쌓아 잔여경기를 1게임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4강의 꿈을 일궈낸 것이다.
시즌 초 롯데는 총체적인 난국에 부닥치며 악몽의 봄날을 보냈다. 투-타 할 것 없이 동반 부진하면서 6월초까지 하위권을 맴돌았고 최하위까지 경험하면서 나락으로 추락하는 듯했다. 어깨 부상으로 손민한은 좀처럼 모습을 나타내지 못했고, 실질적으로 원투펀치 역할을 맡은 장원준과 송승준도 4경기씩 출전할 때까지 1승도 신고하지 못했다.
공격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홍성흔, 가르시아, 이대호로 구성된 클린업트리오는 모조리 헛스윙을 해댔고, 나머지 선수들도 함께 추락해 팀 타율은 8개 구단 중 최하위로 처졌다. 게다가 4월 22일 문학 SK전에서는 주장 조성환이 채병용의 공에 왼쪽 광대뼈 부분을 맞고 쓰러지는 악재까지 겹쳤다. 그야말로 봄날의 롯데는 눈물의 롯데였던 셈이다.
하지만 6월초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6월 7일 잠실 두산전 이후 올 시즌 마지막 최하위서 벗어난 롯데는 '민한신' 손민한이 어깨 통증 속에서도 팀을 구하기 위해 등판을 선택했고, 그와 때를 같이해 조성환까지 복귀하면서 반전의 드라마를 시작했다.
선발진의 큰 형님으로 손민한이 후배들을 독려했고, 조성환은 팀 전체를 이끌어가며 '파이팅'을 외쳤다. 그 결과 롯데는 급격히 투타 밸런스를 맞추며 안정감을 되찾았고, 7월까지 '무적의 롯데'로 변했다. 실제로 6월과 7월 롯데는 31승 15패라는 성적표를 거머쥐며 4강의 불씨를 살려낸 것이다. 특히 7월 10일 목동 히어로즈전부터 21일 잠실 두산전까지 거둬들인 8연승은 '4강 롯데'를 알리는 전주곡과 다름 없었다.
이후 8월 주춤거렸지만 롯데는 여전히 4할대 후반 승률을 기록하며 버텨냈고, 9월 삼성과 박빙의 승부를 벌인 끝에 막판 6연승의 뒷심을 발휘해 대망의 4강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다.
6월초까지 하위권에서 맴돌았고, 6~7월 반격의 기치를 올린 후 8~9월 치열했던 삼성과의 4강 혈투에서 승리를 거둔 롯데. 이제 '봄날의 롯데'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고 '가을의 롯데'로 거듭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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