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연고 선수를 우선 지명하는 방식을 버리고 2010 신인부터 프로야구는 전면드래프트제로 신인을 뽑았다. 총 749명이 지원한 가운데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린 선수는 신정락(고려대4)이었다. 전년도 최하위로 1번 지명권을 가진 LG는 주저하지 않고 예상대로(?) 신정락을 택했다.
사이드암으로 최고구속 149km까지 기록하면서 시즌 초반부터 최대어로 손꼽혔던 신정락은 결국 프로야구 12년 만에 대졸선수로서 전체1번 자리를 꿰차는 영광의 주인공이 되었다.
하지만 신인지명회의가 있던 8월 17일 행사장에서 소감과 각오를 밝힌 것을 제외하면 그는 언론을 통해 자신을 노출시키는 일에 연연하지도 몰두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모교 훈련장에서 동기와 후배들과 함께 하며 어제와 다르지 않은 생활을 지속했다.
◆ 남은 마지막 목표라던 정기전 승리~
"정기 고연전 준비에 들어가서요, 합숙 훈련 중이에요. 올해는 꼭 이기고 웃으면서 졸업할래요."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직후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그는 정중히 사양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가장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있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9월 11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연세대와의 정기전 야구에서 고려대는 신정락의 소원대로 5-4,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신정락은 4.2이닝 동안 홈런 한 개를 허용했을 뿐 나머지 타자들은 삼진이나 범타로 돌려세우며 위용을 과시했다.
"처음부터 전 많이 던질 계획이 아니었어요. 중간에 올라갔는데 나성용(연세대3, 포수)에게 (홈런을) 내준 볼은 실투였어요. 그것만 빼면 나름대로 좋았어요." 지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했지만 결코 질 것 같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는 그는 게임에 대한 중압감에 시달려 당시 마운드에서 정신도 몽롱했고 온 몸에 힘이 빠지는 이상한 현상까지도 경험했다고 한다.
◆ 늦은 합류, 이제 진짜 LG 맨!
LG는 8개 구단 가운데 신인들을 가장 늦게 소집했다. 9월 12일 LG 사무실 내에 모인 신인무리 속에 신정락은 없었다. 전국체전에 서울대표로 고려대가 출전했기 때문이었다.
"구단에서 다녀오라고 하시더군요. 양승호 감독(고려대)님도 참가하라고 하셔서 뜻에 따랐습니다." 그러나 다른 졸업예정선수들은 모두 빠진 상태로 4학년은 자신 혼자였다. 후배들을 이끌고 나선 첫 경기였던 원광대에게 패하면서 일찍 짐을 꾸려야 했다.
"졌다고 구단에 연락하니까 바로 오라고 하더군요. 지난 토요일에 합류했어요." 먼저 합류해 이미 2주간 훈련을 받은 다른 새내기들과 달리 신정락은 24일에야 합류했다. 기자가 신정락을 만난 건 합류한 지 겨우 사흘째가 되는 26일이었다.
"아직 숙소 생활이나 훈련 내용도 잘 모르겠어요. 생각보다 훈련이 힘드네요.(웃음)" 지명행사 이후 다른 선수들과 달리 여유를 부릴 짬도 없이 모교를 위해 끝까지 뛴 그는 드디어 LG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 2010시즌의 목표? 1군 진입!
"체력 위주로 훈련 중이에요. 대학에선 솔직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시간도 없었고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거든요. 여기서는 집중적으로 하네요.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다보니 이것도 어려워요.(웃음) 와서 보니까 신인 중에 제가 가장 키도 작고 체중도 적게 나가더군요. 앞으로 몸무게를 더 늘려야겠어요."
177cm, 77kg으로 고교선수 1,2학년의 평균 정도밖엔 되지 않은 체구에 얼굴 또한 고교 신인들보다 더 어려보인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는 그는 배시시 웃어보였다.
신정락은 올 초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전국대회 우승, 정기전 승리, 그리고 드래프트에서의 좋은 결과. 이 세 가지를 모두 이룬 그가 내년 프로 첫 시즌의 각오는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한동안 침묵했다.
"1군에 올라가는 거죠. 선발은 어려울 것 같고 중간에 던질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신인왕요? 누구나 꿈꾸는 거 아닌가요? 잘하면 상은 따라 오겠죠."
다음날(27일) 기자단이 선정하는 시즌 MVP와 신인상 시상식이 열린다는 말에 한국시리즈에서 맹활약을 펼친 안치홍이 신인왕으로 유력하지 않겠느냐며 고졸 선수지만 대단하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체 1번이라는 부담감이 솔직히 크죠. 팀에서도 기대를 많이 걸고 또 팬들도 그렇구요. 하지만 전 숙소에 입소하는 동시에 제 순번은 잊었어요. 똑같이 출발하는 거잖아요. 우리 팀이 이번에 투수를 많이 뽑았잖아요. 그 속에서의 경쟁도 치열할 거 같아요. 또 기존의 선배들도 쟁쟁하잖아요. 무조건 잘하는 게 내년 저의 목표에요."
◆나보다는 팀이 우선!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은 KIA-SK의 한국시리즈 7차전 명승부를 지켜보면서 신정락은 부러움이 컸다고 했다. "원래 우리 홈구장인데 다른 팀들이 뛰는 거 보니까 좀 그렇더군요. 내년엔 우리가 3만 관중 앞에서 멋진 명승부를 펼쳐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속에 저도 한가닥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어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죠."
딱 1년 뒤 시상식의 주인공(신인왕)이 되어 있길 바란다는 기자의 덕담에 신정락은 신인이라면 모두가 꿈꾸는 희망사항이 아니겠냐며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신인왕도 좋지만 단계를 밟아야겠죠. 전체 1번이라고 유리하기보다는 오히려 상대가 더 경계하니까 쉽진 않을 겁니다. 신인왕보다는 3만 관중이 모인 잠실구장에서 팀이 한국시리즈를 치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신인 중 최고의 계약금(3억)을 받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신정락이지만 여전히 예전과 달라진 건 없었다. 오히려 평범함이 더 무섭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외유내강, '작은 거인' 신정락이 펼치는 활약이 내년 시즌 LG 마운드에 어떤 새바람을 몰고올 지 기대가 된다.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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