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BWF 슈퍼시리즈 마스터스 파이널대회에서 남자 배드민턴 복식 정상에 오른 정재성(27, 국군체육부대)-이용대(21, 삼성전기)가 8일 오전 귀국했다.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반다라야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결승에서 정재성-이용대 조는 세계랭킹 4위 덴마크의 카르스텐 모겐센-마티아스 보에 조를 2-0(21-15, 21-15)으로 완파하고 우승했다. 이 환상의 복식조는 11월 중순에 열린 홍콩오픈과 중국 오픈, 24일부터 전라남도 화순에서 펼쳐진 제3회 코리아 챌린지 대회에 이어 4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4주에 걸쳐 무려 4개 대회를 돌고 왔지만 정재성-이용대는 피곤한 기색은 없었고 밝은 표정이었다. 8일 이른 아침 인천공항 입국장에 들어선 이들을 만나 시즌을 마친 소감과 내년에 대한 목표, 그리고 다짐을 전해 들었다.
▲이용대
-올해 마지막 국제대회를 잘 마무리했다. 소감은?
"시즌 초부터 좋은 성적을 냈는데 마지막 대회까지 목표를 이룰 수 있어 기쁘다. 작년엔 준우승을 했었는데 이번에 우승을 해서 더 값지다.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들만 참석하는 마스터스 대회라 우승이 더 값지고 남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본다. 사실 부상으로 한동안 대회에 나서지 못했는데 마지막에 연이어 좋은 성적을 내게 되어 너무 좋다."
-8월에 있었던 대만오픈에서 부상을 당한 이후 한동안 뜸했었다.
"그렇다. 오른쪽 팔꿈치를 다쳤다. 욕심내고 계속 시리즈에 참가하기보다는 쉬면서 기회를 엿본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지 않았다면 홍콩오픈, 중국오픈에서 연이어 우승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을 계기로 부상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또 몸을 어떻게 챙겨야 하는 지도 배웠다. 내년에도 부상당하지 않도록 조심해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이번 대회에선 혼합 복식엔 나서지 않았다. 그 이유는?
"혼합은 세계 랭킹 1위기 때문에 당연히 출전이 가능했지만 (이)효정이 누나의 부상으로 불참했다. 그래서 (나로서는) 복식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두 종목을 다 뛰다 보니까 아무래도 체력에서 한계를 느낀다. 하지만 (이)효정이 누나, (정)재성이 형이 나를 배려해주는 면이 많아 큰 어려움은 없다. 서로간의 믿음이 중요한 것 같다."
-이번 대회는 아니지만 대부분 복식과 혼합에 동시 참가를 한다. 두 종목 모두 결승진출이 많은데 체력소모도 크고 힘들 것 같다.
"형과 누나가 한 발짝 더 움직여줘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두 종목에 출전하면 예선을 번갈아 뛰기 때문에 간혹 실수도 있고 플레이도 느슨해지는 편이다. 그 때마다 형과 누나가 그 부족함을 채워준다. 하지만 4강이나 결승전에 올라가면 집중력이 생긴다. 솔직히 첫 경기부터 지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예선 때 부담감이 크다. 오히려 결승전은 긴장되지 않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앞선다. 올림픽 무대를 경험한 후 달라진 점이다."
-올해 거둔 성적에는 만족하는지, 그리고 내년 시즌에 대한 각오는?
"슈퍼시리즈에서 거둔 성적은 대체로 만족한다. 하지만 개인세계선수권대회 준우승(복식)과 3위(혼복)를 한 것이 너무 아쉽다. 내년엔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있고 또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다. 내년에도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가 좋은 선수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고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정재성
-4개 대회 연속 우승을 이뤄냈다. 소감은?
"개인적으로도 신기록이다. 좀처럼 내기 쉽지 않은 대단한 성적이다. 나도 믿겨지지 않는다. 최근에 16년간 위암을 앓고 계시던 어머님을 잃었다. 그래도 내가 해야 할 일을 한다는 마음으로 게임을 뛰었다. 게임 마지막 쯤엔 어머니를 생각하고 뛰었다. 하늘에서 어머니가 많이 도와주신 것 같다."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작년 첫 경기에서 어이없는 패배를 당한 것이 개인적으로도 큰 충격이었다. 올림픽에 대해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들었다. 하지만 그 때에 비해 지금이 (이)용대와 호흡도 더 잘 맞고 기량도 나아진 걸 느낀다. 서로에 대한 믿음도 커지고 의지도 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 같다. 올림픽은 이제 다 잊었다.(웃음)"
-현재 상무에 소속되어 있다. 올림픽 메달을 땄으면 군 면제도 받을 수 있었는데?
"군에 오기 전까지는 잘 몰랐는데 남자라면 군생활을 경험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 오길 잘했다. 정신적으로 강인함을 배울 수 있고 상사 분들도 잘 챙겨주신다. 이제 상무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의 금메달에 대한 압박감은 없어졌다.(웃음)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진짜 국가를 위해, 또 명예를 위해 도전해야 할 것 같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도전을 의미하는가?
"나이가 있는 만큼 일단 내년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아시안게임이 내년 11월에 있기 때문에 여유가 많다. 1월에 열리는 코리아오픈을 시작으로 여러 슈퍼시리즈 대회에서 성적을 낸 뒤 아시안게임을 준비할 것이다. 그 이후에 대표팀 은퇴 여부를 생각해볼 것이다. 일단 내년 시즌의 성적이 중요하다."
-대표팀에서 맏형이다. 최근 남자복식에서 괜찮은 선수들이 많이 나온 편인데.
"그렇다. 겁난다.(웃음) 성적도 꾸준히 내고 있고 복식은 우리 말고도 유망주가 계속 나오고 있다. 국제대회 경험을 쌓아가면서 기량이 늘고 있다.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긴장하고 있다."
-내년 1월 국내에서 코리아오픈 슈퍼시리즈가 개최되는데.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가 솔직히 더 부담되고 긴장된다.(웃음)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플레이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많은 분들이 분명 큰 기대를 걸고 있을 것이다. 준비 잘해서 5개 대회 연속 우승 행진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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