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욕스러운 경기였다.
한국은 10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경기장에서 펼쳐진 '2010 동아시아축구연맹 선수권대회' 2차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0-3,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지난 32년 동안 태극마크를 단 선배들이 땀 흘리며 지켜오던 중국전 무패 행진, 그로 인해 중국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공한증(恐韓症)'은 이제 없어졌다. 28번째 경기 만에, 16승 11무 뒤에 1패를 기록했다.
징크스라는 것은 언젠가는 깨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렇게 충격적으로, 치욕스럽게 깨질 줄은 몰랐다.
중국의 공한증이 사라졌다고 해서 이렇게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 아니다. 경기 내용면에서도 한국은 중국에 완벽하게 뒤졌다. 한 수 아래로 여겨왔던 상대에게 오히려 한 수 아래의 기량으로 쩔쩔 맸다는 점에서 더욱 치욕스러움을 느낀다. 공격, 미드필더, 수비, 어느 하나 중국에 앞서지 못했다. 집중력, 투지에서도 중국에 밀렸다. 중국에 농락당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는 자부심을 가진 한국이 FIFA(국제축구연맹) 순위가 한참 아래인 상대(한국 49위, 중국87위), 게다가 월드컵 본선에 단 한 번(2002년)밖에 진출하지 못한 축구의 변방 중국에 허정무호는 추락하고 말았다.
허정무호가 이렇게 추락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허정무호는 3가지 면에서 중국에 밀렸다. 아니 아예 없다고 하는 게 맞을지 모르겠다.
◆공격 無
한국은 이동국과 이근호가 선발 공격수로 나섰다. 하지만 이들이 보여준 것은 거의 없다. 결정적인 움직임, 결정적인 슈팅조차 때리지 못했다. 오히려 위협적인 장면을 자주 연출한 이들은 미드필더였다.
부진한 모습을 보여준 이근호는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돼 나갔고, 풀타임을 소화한 이동국 역시 단 하나의 결실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중국이 보여준 밀집수비와 안정된 수비력에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한 것이다. 한국 공격수들은 무기력으로 일관한 것을 제외하고는 별로 한 일이 없었다.
◆수비 無
수비는 공격보다 더욱 무기력했다. 양 사이드는 뚫리기 일쑤였고, 세 명이 달라붙고도 단 한 명 중국선수의 개인 돌파에 속수무책으로 몰락하고 말았다. 어설프게 공을 걷어내다 골을 허용하는 등 수비 실책도 많이 등장했다. 한 마디로 한국 수비진들은 중국의 공격에 농락당한 것이다.
허정무호 수비진이 허용한 3골 모두 수비수들의 어설픔에서 비롯된 것이다. 첫 번째 골은 볼컨트롤 미숙으로 오른쪽 사이드에 공간을 내준 결과였고, 두 번째 골은 잘못 걷어낸 킥 미스가 중국에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다. 상대 개인기에 말려 사람도 공도 놓치며 내준 세 번째 골은 허정무호 출범 후 가장 치욕스러운 골이라 할 수 있다.
◆집중력 無
경기에 임하는 집중력 역시 중국에 한참 모자랐다. 볼컨트롤은 제대로 되지 않았고, 그러니 패스워크도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 투지를 불살라 악착같이 들러붙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집중력 부족은 골결정력 부족, 압박 부족, 수비력 부족 등의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만들어냈다. 후반 42분에는 박주호가 스로인을 하며 발을 들어, A대표팀 경기에서 스로인 파울을 범하는 일도 보기 드문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허정무호는 불명예스럽게도 한국축구사에 치욕의 한 페이지를 남기게 됐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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