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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밴쿠버] '꿈' 꿨던 7살 소녀, 13년 후 '여제' 대관식


한 마리 학 또는 봉황이 환생한 듯한 연기였다.

수줍은 나비가 되었다가 다시 꽃망울을 터뜨리듯 우아함과 강렬함을 보인 김연아(20, 고려대)의 환상적인 몸놀림에 온 세계가 빠져들었다.

4년 전인 지난 2006년 한국 피겨 사상 처음으로 여자 싱글 세계주니어선수권 우승을 거머쥐며 '피겨 요정'으로 떠올랐던 그녀가 이제는 올림픽이라는 가장 큰 무대에서 '피겨 여제' 자리에 오르는 대관식을 화려하게 거행했다.

김연아가 세계 최정상에 오르기까지는 딸의 재능을 알아보고 인내와 사랑으로 그를 키워낸 어머니 박미희(52) 씨의 눈물이 있었다.

김연아는 7살 때 고모가 버린 스케이트를 우연히 신어본 게 피겨와의 인연을 맺은 시작이었다. 연아를 지켜본 코치들은 "유난히 팔다리가 길고 재능이 있다. 한 번 가르치면 바로 소화한다"며 그녀의 타고난 재능을 인정해 주었다.

7살 소녀 김연아의 '꿈'이 시작된 때였다.

시련도 많았다. 중학교에 올라가 2년 동안은 고질적인 오른쪽 발목 및 무릎 부상에 시달렸다. 점프 훈련을 하면 할수록 부상은 심해졌다.

그래도 김연아는 이를 악물었다. 상처가 덧나고 아물기를 반복하면서, 주위 근육이 굳은살처럼 박일 때마다 연아의 실력도 더욱 성장해갔다.

이를 통해 주니어 무대에서 김연아는 점차 국제적인 선수로 자리잡았다. 지난 2004년 주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부터 8개 대회에 연속으로 출전해 우승과 준우승을 잇따라 따냈다.

7분여 되는 쇼트와 롱 프로그램을 소화하기 위해 김연아는 하루 10시간 넘게 땀을 흘렸다. 태릉선수촌과 과천 빙상장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찾아 얼음판에 땀과 눈물을 쏟아냈다.

2005년 11월에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한국 피겨 역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으며, 이듬해(2006년) 3월에는 주니어 세계선수권마저 석권했다. '김연아 세상'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고한 것이다.

4년 전 토리노 동계올림픽 때에는 불과 2개월 차이로 나이 제한에 걸려 올림픽 무대에 서지 못한 김연아였다. 그녀는 4년 뒤를 위해 본격적으로 시니어 무대에 뛰어들어 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꿈'을 향해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았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를 만나게 된 것은 또 하나의 운명. 김연아는 오서 코치의 지도로 더욱 안정감 있는 연기를 펼치게 되었다.

무엇보다 피겨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단계로 끌어올린 듯한 김연아의 연기에 세계는 이 한국의 무섭도록 아름다운 소녀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청소년 무대 때부터 숙명적 라이벌이 된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트리플 악셀이라는 고난이도 기술에만 매진할 때, 김연아는 점프의 교과서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인상깊은 점프 기술을 하나 둘씩 갖춰나가며 스스로 경쟁력을 키웠다.

밴쿠버 올림픽이 개막되기 전부터 세계의 피겨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김연아 우승'을 손꼽았다. 하지만 당연시 여겨지는 우승은 김연아에게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다 전국민적 성원까지 보태지면서 심적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김연아는 모든 것을 떨쳐냈다. 13년 전 처음 피겨화를 질끈 동여매며 얼음판을 뛰어오를 때 꿈꾼 '피겨 여왕'의 모습을 마침내 이루고야 말았다.

'여왕'보다는 '여제' 칭호가 더 어울리게 된 김연아는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자랑스런 '황제의 관'을 머리에 올려놓았다.

조이뉴스24 문현구기자 brando@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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