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군단'이 실리로 무장한 '삼바 축구'를 무너트렸다.
네덜란드가 2일 밤(한국 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 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월드컵 8강전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2-1로 역전승을 거두며 4강에 진출했다.
지난 1974년 서독 월드컵에서 2-0으로 이긴 뒤 1994 미국과 1998 프랑스 대회에서 각각 8강과 4강에서 연이어 브라질에 무너졌던 네덜란드는 16년 만에 설욕에 성공하며 결승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미리 보는 결승전'으로 불린 빅매치답게 경기는 흥미롭게 전개됐고 선제골은 브라질이 터뜨렸다. 전반 10분 펠리페 멜루(유벤투스)가 중앙 수비진의 사이가 벌어진 틈으로 침투패스를 시도했고, 뒷공간으로 파고든 호비뉴(산토스)가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브라질은 수비에서 천천히 볼을 돌리며 네덜란드가 압박하기를 기다렸다. 네덜란드가 전진하면 순식간에 깔끔한 패스로 역습하기 위한 의도였다.
네덜란드는 미드필드에서 얻은 기회를 몇 차례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쉽지 않았다. 되려 브라질의 끊기지 않는 패스에 의한 공격에 애를 먹었다.
대표적인 장면이 30분 브라질의 삼각편대가 보여준 공격이다. 왼쪽 측면을 파고든 호비뉴가 수비와의 몸싸움에도 불구하고 넘어지며 패스를 했고 루이스 파비아누(세비야)가 힐패스로 볼을 뒤로 흘렸다. 이를 놓치지 않은 카카(레알 마드리드)가 오른발로 감아 슈팅을 했고, 볼은 오른쪽 포스트를 아슬아슬하게 빗겨가며 네덜란드를 흔들었다.
다소 조급했던 네덜란드는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에게 집중적으로 볼을 투입했지만 서너 명의 수비진이 에워싸며 전진을 막았다. 고립된 로번으로 인해 네덜란드의 득점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그러나 후반 시작과 함께 로번의 돌파가 살아나기 시작했고 동점골로 이어졌다. 8분 로번이 얻어낸 파울로 얻은 프리킥 기회를 살린 네덜란드는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테르 밀란)가 아크 오른쪽 근처에서 슈팅한 것이 멜루의 머리에 맞고 방향이 살짝 꺾이며 행운의 자책골로 연결돼 1-1을 만들었다.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가자 양 팀의 경기는 더욱 박진감있게 전개됐다. 후반에도 브라질은 알베스와 카카가 아크 좌우에서 쉴새없이 슈팅을 시도했고 네덜란드도 스네이더르와 판 페르시, 로번으로 이어지는 공격진이 골 사냥에 집중했다.
23분 균형이 무너졌다. 로번의 코너킥을 디르크 카윗이 백헤딩으로 연결했고 스네이더르가 머리로 방향을 돌리며 역전골을 터뜨렸다. 브라질은 당황했고 28분 멜루가 볼 경합 과정에서 로번의 허벅지를 발로 가격해 주심으로부터 퇴장 명령을 받아 수적 열세에까지 몰린 상태로 남은 시간을 보냈다.
브라질은 38분 카카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슈팅을 시도하고 연이어 프리킥 기회를 얻었지만 날카롭지 못했다. 조바심을 숨기지 못한 브라질은 슈팅을 난사하다 자멸하며 남아공에서의 도전을 허망한 역전패로 마무리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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