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둥가 브라질 감독은 새로운 브라질 축구를 전 세계에 내놓았다.
바로 '실리축구'다. 이전 브라질 축구는 한 마디로 화끈한 공격 축구였다. 화려한 공격진을 앞세워, 또 슈퍼스타를 앞세워 상대를 몰락시켰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개인기와 상대 수비를 혼란에 빠뜨리는 짧고 정확한 패스, 그리고 물 흐르듯 쉽게 골을 만드는 여유까지. 브라질은 공격 축구 그 자체였다. 수비는 자연스레 그 다음이었다.
하지만 둥가 감독의 브라질은 달랐다.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에 중점을 뒀다. 중원에서 눈치를 보다 틈이 날 때마다 매서운 공격을 펼쳤다. 슈퍼스타에 의존하기보다는 11명 팀원들의 조직력에 중점을 뒀다.
브라질의 달라진 축구 스타일에 비판도 일었다. 예전의 화려한 공격 축구를 그리워하던 축구팬들의 비판, 그리고 브라질 축구계 선배들은 브라질 축구의 명성을 이어가지 못했다며 둥가 감독 비난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런 비난 속에서도 둥가 감독은 굳건했다. '실리 축구로도 브라질은 우승할 수 있다, 세계적 강호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8강에 오르기까지 브라질 실리축구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새로운 컬러의 브라질 역시 강했다. 우승후보로 모자람이 없었다.
하지만 브라질 실리 축구는 그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 채 멈춰서야만 했다. 브라질은 2일 밤(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 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0 남아공월드컵 8강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1-2로 역전패 당했다. 둥가의 실리축구가 8강에서 멈춘 것이다.
네덜란드전에서 브라질은 역시나 실리 축구를 들고 나왔다. 수비 안정을 기본으로 한 후 공격 찬스를 노렸다. 이런 실리 축구는 전반전에는 먹혀 들었다. 선제골도 브라질이 넣었다. 전반 10분 멜루가 네덜란드 수비진을 한 방에 몰락시키는 스루패스를 호비뉴에 연결시켰고,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이한 호비뉴는 여유롭게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후반 브라질의 실리 축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비의 안정성을 강조했지만 브라질은 수비수의 자책골로 무너지고 말았다. 후반 8분 멜루의 헤딩 자책골이 출발이었다. 23분엔 기세가 오른 네덜란드의 스네이더르에 역전 헤딩골을 허용했다. 그리고 28분 멜루가 로번에 쓸데없는 파울을 범해 퇴장까지 당하고 말았다. 브라질의 실리 축구는 스스로 자멸한 것이다.
둥가 감독이 선보인 브라질의 실리 축구. 분명 둥가의 새로운 도전은 신선했지만, 결과적으로 브라질 축구를 좋아했던 팬들도 잃고 6번째 월드컵 트로피도 잃었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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