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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떠나는 이운재...롱런의 비법을 공개하다


축구대표팀 은퇴 기자회견을 하러 온 사람치고는 너무나 여유있는 얼굴이었다. A매치 131경기를 소화하면서 쌓인 연륜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수문장은 거침없이 지난 기억들을 쏟아냈다.

'거미손' 이운재(37, 수원 삼성)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은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는 11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나이지리아와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대표팀 마지막 경기임을 선언한 이운재는 "대한민국을 위해 땀흘렸던 많은 일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라며 입을 열었다.

대표팀에 대한 미련, 더 이상 없어요

이운재는 대표팀을 떠나는 것보다 후배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더 좋은 기량을 가진 후배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던 이운재는 "공식적으로 은퇴를 하고 싶었다. 더 많은 경기에 뛸 수 있었지만 숫자와 기록에 대해서 연연하고 싶지 않았다"라며 욕심을 버렸다고 전했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때마다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이운재는 "대표팀과 축구 인생의 절반을 했다. 모든 일에서 대표팀 생활이 영향을 끼쳤다"라고 말했다. 이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라고 태극마크와 함께했던 기억을 되짚었다.

2002 한일 월드컵 폴란드전 선발, 너무 기뻤다

국가대표 선수로서 많은 순간이 머릿속에 남는 이운재는 2002 한일 월드컵 4강전보다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 선발로 나섰던 것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이운재는 '라이벌' 김병지(경남FC)와 대표팀 수문장을 놓고 보이지 않는 주전 전쟁을 치렀다.

그는 "매 순간이 행복했지만 특히 폴란드전에서 선택을 받았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라고 기억을 되짚은 뒤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도 많이 생각난다"라고 설명했다.

기억하기 싫은 순간은 역시 2007 아시안컵 '음주 파동'이다. 당시 이운재는 김상식, 이동국(이상 전북 현대), 우성용(현 인천 유나이티드 코치) 등과 경기를 앞두고 술집에서 음주를 한 사실이 밝혀져 눈물로 사죄를 해야 했다.

그는 "앞으로도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다. 다른 후배들은 그런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표현했다. 이어 "그 당시 너무나 충격을 받았다. 내 자신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라 힘들었다. 팬들이 내게 실망해 명예회복을 위해서 운동장에서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쓰라렸던 기억을 떠올렸다.

대표팀 수문장이라면 '강심장'을 가져야

온갖 논란과 함께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온 이운재는 정성룡(성남 일화), 김영광(울산 현대) 등 차세대 대표팀 수문장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느냐에 따라 어느 누구든 주전을 차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자만하면 다른 선수가 치고 들어올 수 있다고 표현한 이운재는 "남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리면 언젠가는 자신의 포지션이 될 것이다. 그런 신념을 가지고 도전해야 할 것"이라는 평소 지론을 내놓았다.

경기마다 팬들이 지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감 있게 받아들이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자신에게 늘 붙어다녔던 체중 논란을 예로 들며 "내게 관심이 없다면 아무런 말도 없었을 것이다. 단점이 있었기에 좀 더 오래 대표팀을 할 수 있었다. 신경도 쓰고 악착같이 하다가 보니 좋은 자리가 내게 왔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이어 그는 "대표팀 골키퍼는 그만한 관심과 질타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강심장을 가져야 한다. 주변에서 많은 이야기를 해도 흔들리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대표팀에서 은퇴하는 이운재는 수원과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다. 큰 문제만 없다면 선수생활을 더 이어갈 생각인 그는 "완전한 은퇴 후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이론을 접목시켜 후배를 육성하는 데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앞으로 좋은 지도자가 되겠다는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김현철기자 fluxus1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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