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초 토종타자 20홈런 5명. 올 시즌 두산 베어스가 목전에 둔 기록이다. 타선의 장타력을 단숨에 볼 수 있는 이 기록은 분명 올해 두산의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절반의 성공'이다.
지난 5일 최준석은 극적인 끝내기 역전 투런포를 터뜨렸다. 잠실 KIA전, 3-4로 뒤진 9회말 2사 1루서 대타로 등장한 최준석은 풀카운트 접전 끝에 안영명의 9구째 공을 좌월 투런포로 연결시키며 짜릿하게 경기를 매조지했다.
이날 일격으로 최준석의 시즌 홈런수가 19개가 됐다. 2002년 롯데서 데뷔한 이후 첫 20홈런 고지까지 단 1개를 남겨두면서 최준석은 올 한 해 그야말로 '덩치값'을 제대로 해주고 있는 셈이다.
올해 두산은 20홈런을 쏘아올릴 수 있는 토종타자 5명을 보유한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6일 현재 김현수(21개), 이성열(21개), 김동주(20개)가 20홈런 고지를 넘어선 상태다. 잔여 13경기서 최준석(19개), 양의지(18개)가 조금만 더 분발하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홈런야구'를 표방해 홈런타자를 양산한 두산이 정규시즌을 3위로 마감할 공산이 크다는 것. 일단 정규시즌 성적만으로는 최근 몇 년간 팀 컬러를 대표했던 '발야구'를 뛰어넘지 못한 셈이다.
김경문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정규시즌 및 한국시리즈 우승 욕심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평소 말을 아끼던 김 감독은 "우승 아니면 없다"고까지 언급하면서 각오를 다졌다. 히메네스, 왈론드, 이현승의 수혈로 선발투수진에 활력이 돌면서 자신감도 생겼고, 김동주의 꾸준함과 김현수, 최준석의 발전도 기대했다. 또 이성열의 장타력에 대한 믿음도 숨기지 않으면서 야심차게 2010 시즌을 맞이했다.
와중에 김 감독이 표방한 새로운 '스타일' 중 하나가 홈런야구였다. 김 감독은 "야구는 한 방이다. 시원하게 홈런을 쳐서 이기면 관중도 좋고 얼마나 재미있느냐. 발야구도 좋지만 올해는 홈런 치는 야구를 해보고 싶다"고 언급하고 전지훈련을 떠났다.
실제로 두산은 시즌 초·중반까지 속칭 '뻥야구'로까지 불릴 정도로 막강한 장타력을 과시했다. 이성열과 양의지까지 대포 대열에 합류하면서 두산은 한때 팀홈런 1위 뿐만 아니라 팀타율 3할이라는 무시무시한 화력군단으로 리그를 지배했다. 하지만 시즌 중·후반 들어와 화력의 무게감이 떨어졌고, 투타 엇박자까지 이어지면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사실 김경문 감독의 '한 방 야구'는 기존 '발야구'에 일발 장타를 갖춘 화력까지 추가한 것으로 봐야 하지만, 고영민의 계속된 부진 등으로 발야구가 예전같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 두산은 '화끈한 야구'만으로 시즌을 치른 셈이다.
결과는 정규시즌 3위.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이 목표였지만 현재는 롯데와 준플레이오프부터 치러야 되는 아쉬운 상황이다.
결국 20홈런 타자 5명 보유 기록을 눈앞에 두면서 '홈런야구'라는 색깔을 팀에 더하기는 했지만 두산으로서는 결과적으로는 목표였던 1위 등극이 무산되면서 완벽한 성공을 거뒀다고는 보기 힘든 것이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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