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두산의 롯데전 상대전적은 7승 12패 열세. 사실상 불만족스러운 결과지만, 김경문 감독으로서는 그나마 마지막판 승리로 준플레이오프를 대비해 기세를 되찾았다는 점에서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이날 두산의 가장 큰 수확은 뭐니뭐니해도 역시 선발로 나선 홍상삼이다. 6이닝 3피안타 1볼넷 무실점투. 148km에 달하는 제구 잡힌 직구와 낙차 큰 포크볼로 홍상삼은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롯데 타선을 거의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특히 홍상삼의 맹투가 준플레이오프 상대와의 마지막 시즌 경기서 나왔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홍상삼은 지난 시즌 롯데를 상대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하며 '롯데킬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시즌 중후반 지독한 아홉수에 걸려 결국 10승째를 채우지 못했지만, 김경문 감독은 그의 '롯데강세'를 인정해 준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투입했다. 결과는 6.1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 사실상 홍상삼은 2009 시즌 포스트시즌 전적 포함해 올린10승 중 절반인 5승을 롯데로부터 거둔 셈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홍상삼은 180도 다른 길을 걸었다.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유독 롯데만 만나면 두들겨맞기 일쑤였다. 그 결과 롯데전 4경기서 1패, 평균자책 15.09로 '킬러'가 아니라 '제물'로 전락했다.
이런 가운데 막판 복수전에서 완벽한 피칭으로 자신감을 되찾았으니 김경문 감독과 윤석환 투수코치가 미소를 지을 만하다.
윤석환 코치는 요즘 들어 구위가 좋아지고 있는 팀내 투수로 홍상삼을 손꼽았다. 문제는 홍상삼이 스스로의 공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늘 '자신감을 가져라'고 격려하지만 실제 마운드에서 프로 타선의 위압감을 상대해본 홍상삼으로서는 그게 쉽지가 않았다. 올 시즌 막강 타선으로 거듭난 롯데전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이날 경기 전 윤 코치는 "내가 무슨 얘기를 해주겠느냐, (홍)상삼이는 꼭 도망다니다가 두들겨맞는다. 공격적으로 가야 하는데, 안맞으려다 맞는 상황"이라며 "결국 자신감의 문제다. 자신의 볼에 대해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홍상삼은 이날 경기 전 본인의 컨디션이 좋다고 인정했다. 그는 "요즘 컨디션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웃으며 주눅들었던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겨 눈길을 끌었다. 윤석환 코치의 바람대로 조금씩 기세를 회복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홍상삼은 롯데 타선을 상대로 흔들리지 않았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는 "(이)대호 형이라고 해도 피하고 싶지 않았다"고까지 했다. 최근 조금씩 컨디션이 좋아지면서 본인의 볼에 다시 믿음을 가져가던 홍상삼은 이날 롯데전 호투로 그 믿음을 자신감으로 바꿔낸 것이다.
과연 홍상삼은 준플레이오프서 다시 '롯데킬러'의 명성을 떨칠 수 있을까. 막판 롯데전 1승으로 웃음을 되찾은 그의 존재는 분명 두산에게 있어서는 호재임이 틀림없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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