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이 일을 저질렀다.
한국 17세 이하 여자 축구대표팀이 트리니다드 토바고 포트 오브 스페인의 하슬리 크로포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U-17 월드컵 결승전에서 3-3으로 연장을 마친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128년 축구 역사상 FIFA 주관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개가를 올렸다.
지난해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16세 이하(U-16) 아시아 선수권대회 4강에서 1-0 승리를 거두며 한국의 우승 과정에 길목 역할을 했던 일본은 또 한 번 한국에 무릎을 꿇었다.
전반은 골 공방전이었다. 전반 6분 이정은이 아크 정면 앞쪽에서 오른발 슈팅을 시도한 것이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히라오 에리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일본도 만만치 않았다. 11분 문전 혼전 중 흘러나온 볼을 잡은 나오모토 히카루가 왼발로 슈팅한 것이 김미나 골키퍼의 손에 맞고 골문 안으로 꺾이며 1-1 동점이 됐다.
몰아친 일본은 17분 다나카 요코가 수비진의 압박이 헐거워진 틈을 타 미드필드에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고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가며 2-1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일본은 약속이라도 한 듯 쉴새없이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며 한국 수비를 흔들었다. 당황한 한국은 파울로 끊으며 공격 흐름을 차단하는데 집중했고 28분 김아름의 프리킥이 크로스바에 맞고 나오는 것을 시작으로 공세로 전환했다.
36분 이금민을 빼고 백은미를 투입해 일찌감치 승부수를 던진 한국은 전반 종료직전 김아름이 미드필드 정면에서 시도한 프리킥이 그대로 골로 연결되며 2-2로 전반을 마쳤다.
후반 시작과 함께 한국은 주수진을 빼고 조별리그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했던 김다혜를 투입해 공격을 강화했다. 일본도 나가사와 유메를 넣어 미드필드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균형은 후반 12분 다시 깨졌다. 요코야마 구미가 왼쪽 측면을 파고들어 가로지르기를 시도했고 골키퍼가 펀칭으로 막으며 흘러나온 볼을 가토 치카가 넘어지며 밀어 넣어 펠레 스코어가 됐다. 골을 터뜨린 일본은 기세를 올리며 추가골 사냥에 집중하며 한국을 흔들었다.
오랜 여정에 지쳤는지 한국의 패스 연결은 원활하지 못했다. 운도 따르지 않아 26분 여민지의 프리킥은 벗어났고 29분 장슬기의 슈팅은 크로스바와 골키퍼에 연이어 맞고 밖으로 튕겨 나왔다. 그래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34분 이소담이 미드필드 정면에서 강하게 찬 슈팅이 골망을 흔들며 3-3을 만들었다.
결국, 경기는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체력이 떨어졌는지 선수들은 무릎에 손을 대고 지친 자세를 취했고 정신력으로 버티며 시간을 소비했다. 연장 전반 추가시간 아크 앞에서 프리킥을 허용했지만 수비벽을 잘 쌓으며 위기를 모면했다. 연장 후반에도 별다른 소득은 없었고 가혹한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일본이 선축으로 나선 가운데 다섯 번째 키커까지 한 차례씩 실축을 한 가운데 4-4로 팽팽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긴 승부는 여섯 번째 키커에서 갈렸다. 무라마츠의 킥이 크로스바에 맞고 나오면서 마지막 기회는 한국에 왔다.
마지막 키커로 나선 장슬기가 성공하며 한국 축구 새 역사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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