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2골로 K리그 득점왕에 오른 '월미도 호날두' 유병수(인천 유나이티드)가 2011아시안컵에서 또 비운의 남자가 됐다.
유병수는 지난해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득점왕이었음에도 공격수 부문 베스트11 에 선정되는데 실패했다. 준우승팀 제주 유나이티드 김은중, 그리고 우승팀 프리미엄을 안은 FC서울 데얀에 밀려 득점왕 외에는 빈손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래도 아시안컵 대표팀 최종 명단에 들어 부푼 가슴을 안고 카타르 도하를 찾았다. 마침 박주영(AS모나코)이 무릎 부상으로 최종 낙마하면서 '조커' 유병수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유병수에게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호주와 조별리그 2차전 후반 22분 지동원(전남 드래곤즈)과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45분 윤빛가람(경남FC)과 다시 교체되며 벤치로 물러나는 굴욕을 겪었다.
마음이 쓰렸던 유병수는 개인 홈페이지에 해석하기에 따라 조광래 감독에 대한 항명으로 느낄 수 있는 글을 올렸다. 대회 중이라 파장이 커지는 듯했지만 스스로에게 화가 난 것을 표현했다고 수습하며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이후 유병수는 한국팀이 3-4위전까지 치르는 동안 1분도 뛰지 못했다. 스스로를 억눌렀지만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끓어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시안컵을 조용히 되돌아본 유병수는 "아쉽다"라고 첫마디를 던졌다. 많은 의미가 담긴 함축적인 표현이었다.
그는 "K리그 득점왕을 했지만 대표팀에서는 더 발전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라며 "아쉬움도 있지만 많은 도움이 됐던 대회였다"라고 자평했다.
'항명 해프닝'은 오히려 한 번 더 자신을 되돌아보며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국가대표'라는 위치와 자격을 다시 생각하고 돌아볼 계기도 됐다고 한다.
유병수는 "아시안컵을 통해 득점왕을 했던 지난해보다 올해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 아직은 부족한 게 많다. 올해는 득점왕보다는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겠다"라고 말했다. 더욱 많이 움직이고 주변 동료를 이용하는 플레이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이다.
새로운 시작과 목표 설정을 해준 아시안컵이라고 정의한 유병수는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훈련과 경기에 나서겠다. 아시안컵을 통해 큰 목표가 생겼고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라며 일대 변화를 예고했다.
조이뉴스24 도하(카타르)=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