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와의 평가전은 2000년대 한국 축구의 핵심 아이콘이었던 두 선수의 흔적을 지우는 출발점이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10일 새벽(한국시간) 터키 트라브존 후세인 아브니 아케르스타디움에서 치른 터키와의 평가전에서 0-0으로 비겼다.
터키전을 한국은 지난달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알 힐랄)의 대체 자원을 찾는 시발점으로 삼았다.
조광래 감독은 박지성이 활약했던 왼쪽 측면에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카드를 던졌다. 원톱 지동원(전남 드래곤즈) 아래 처진 공격수로 나섰던 박주영(AS모나코)도 구자철과 쉼 없이 자리를 바꿔가며 제 역할을 해내는데 집중했다.
왼쪽 풀백 이영표의 공백은 홍철(성남 일화)이 메웠다. 조 감독은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왼쪽 미드필더와 풀백으로 나서 공격력을 과시했던 홍철의 가능성을 확인해봤다.
그러나 박지성과 이영표의 그림자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왕성한 활동력으로 상대의 공간을 깨는 열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던 박지성을 완벽히 대체하기란 어려웠다. 영리하게 상대의 파울을 유도하며 좋은 위치에서 세트피스 기회를 만들어내는 장면도 보이지 않았다. 지능적인 수비로 상대 공격을 끊는 이영표의 노련함도 그리워졌다.
중앙에서 활약하는 습관에 젖어있는 구자철은 측면에서 볼을 끌다가 상대에 가로채기를 당하며 공격의 맥을 끊는 모습을 보여줬다. 박주영은 재치있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동료와 패스를 주고받는 호흡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지동원은 몸싸움에서 밀리며 자주 넘어졌다.
한국 수비는 줄곧 흔들렸다. 홍철이 오버래핑을 나가면 중앙 수비수가 뒷공간을 커버했다. 자연스럽게 이용래(수원 삼성)-기성용(셀틱) 두 중앙 미드필더가 내려와 수비에 가담하면서 한국진영 중앙에 공간이 생겨 하밋 알틴톱 등에게 연이어 위협적인 슈팅을 내줬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른 홍철은 공수 균형을 맞추지 못하며 혼란스러워했다. 그 결과 측면의 한 축이 무너지며 터키에 낮은 패스와 가로지르기를 허용했다. 중앙수비 이정수(알 사드)-황재원(수원 삼성) 콤비가 볼을 어렵게 처리하다 자책골에 가까운 장면을 연출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따랐다.
그래도 후반부터는 안정감을 찾으며 새로운 팀으로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줬다. 구자철, 지동원, 박주영은 유기적인 패스로 해결책을 찾는데 집중했고 홍철도 다소 미숙한 수비를 거침없는 공격력으로 커버하며 선배의 그림자 지우기에 힘을 기울였다.
한국은 다음달 몬테네그로 등 두 차례 평가전을 앞두고 있다. 박지성, 이영표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될 대표팀의 과제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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