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리그제로 새롭게 제도를 바꾸고 첫 해를 맞는 고교야구계가 본격적인 시즌 준비를 하고 있다. 각 팀별로 전지훈련을 실시하거나 연습경기를 통해 기량 끌어올리기에 한창이다.
경상권에서 B조 강호로 손꼽히는 대구고는 비록 연습경기지만 경상권 A조의 강력한 우승후보 부산고를 상대로 장단 16안타를 몰아치며 14-0 대승을 거둬 무서운 돌풍을 예고했다.
2011년 고교야구 최강 전력을 자랑하는 두 팀의 만남은 10일 대구고등학교 야구장에서 이뤄졌다. 오는 3월 26일부터 시작되는 권역별 리그에 나서기 위해 전국의 고교야구팀들은 일찌감치 동계전지훈련을 국내나 해외에서 실시했고, 2월 들어서는 실전감각을 끌어올리고자 연습경기나 대회에 참가하며 기량점검에 나서고 있다.
고교팀들의 훈련은 대부분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진행중이다. 대구 지역에서는 대구고, 상원고, 경북고를 중심으로 인천고, 부산고, 김해고, 효천고, 포철고, 청원고가 원정길에 올라 3개 고교 운동장을 돌며 번갈아 연습경기를 치르고 있다.
10일에는 대구고와 부산고의 첫 만남이 있었다. 두 팀은 권역별 리그 3위권내 진입은 물론이고 왕중왕전 정상까지도 노려봄직한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고 있는 우승 후보들이다. 특히 이민호(부산고3, 우완)와 박종윤(대구고3, 좌완)이라는 전국구 에이스를 보유하고 있어서인지 이날 연습경기에는 몇몇 국내외 스카우트가 직접 방문해 두 팀의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방형철(대구고3, 우완)과 오세현(부산고3, 우완)이 선발투수로 나섰는데 초반부터 대구고 타선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1회에 안타 4개와 야수선택을 묶어 4득점, 3회에도 2사 이후 연속 2개의 2루타로 2점, 4회에는 안타 3개와 사사구 2개로 4점을 더 도망가 승부를 일찌감치 결정지었다.
관심을 모았던 두 팀의 에이스도 출격했다. 작년 화랑대기 MVP에 등극하며 올 프로 신인드래프트서 우완 최대어로 손꼽히는 부산고 이민호는 3회에 구원 등판했지만 컨트롤 난조로 2.1이닝 동안 4안타 4실점을 허용했다.
반면에 대구고 좌완 박종윤은 4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던져 6명의 타자를 깔끔하게 막아냈다. 그 중 3명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고교 최고의 왼손투수라는 명성을 확인시켜줬다.
지난해 봉황대기에서 혼자 4승을 올리며 대구고를 2년 만에 정상으로 이끌기도 했던 박종윤은 174cm의 단신이지만 140km대 초반의 빠른 볼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배짱투구의 장점을 갖추고 있다. 눈발이 흩날리는 등 꽤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이날 박종윤은 최고구속 140km를 찍으며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대구고는 특히 3-4-5번 중심타선이 돋보였다. 구자욱 -김호은-문순찬으로 이어지는 클리업 트리오는 팀의 16개 안타 중 절반에 가까운 7개의 안타를 합작해냈는데 각기 다른 색깔을 드러내며 묘한 조화를 이뤄냈다.
구자욱은 188cm의 장신이지만 부드럽고 간결한 스윙으로 4타수 3안타 3타점에 도루 1개를 기록했다. 작년부터 4번타자로 투수와 중견수를 병행하고 있는 주장 김호은은 5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했고, 8회부터는 마운드에도 올라 2이닝을 던지며 경기를 깔끔하게 마무리짓기도 했다. 문순찬은 1루수로 작년 3할7푼5리(16경기 48타수 18안타)로 팀 내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한 장거리포. 이날 경기서는 4타수 1안타에 그쳤지만 다부진 체격에 거포로서의 자질을 드러내 스카우트의 호감을 샀다.
정식경기가 아닌 연습경기였기에 결과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양강구도'라고까지 불리는 두 팀의 빅매치가 일방적으로 끝나면서 대패한 부산고로서는 부족한 부분을 찾는 계기가 되었다. 대구고로서는 처져있던 페이스가 서서히 정상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기대감을 안게 되었다.
아직은 춥고 싸늘한 날씨 속에서도 최선을 다한 양 팀 선수들의 마음 속에는 벌써 힘찬 '플레이 볼'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는 듯했다.
조이뉴스24 대구=홍희정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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