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참가 중인 '잠수함 투수' 김선규(25)가 기대를 잔뜩 받고 있다. 박종훈 감독은 올 시즌 기대되는 선수로 김선규를 꼽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으며 김선규 역시 최근 연습경기에서 호투를 이어가며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김선규가 기대대로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LG로선 한 가지 악연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잔혹사'로 평가 받는 LG의 트레이드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선규는 효천고를 졸업한 뒤 2005년 SK 와이번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문했다. 지난 시즌 개막도 SK의 유니폼을 입고 맞았지만 시즌 중 LG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당시 LG는 김선규와 함께 박현준, 윤상균을 받는 대신 SK에 권용관, 최동수, 안치용, 이재영을 내주는 3대4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팀 전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인 트레이드는 수 년간 LG에게 잔혹한 결과만을 낳았다. LG에서 자리잡지 못하던 선수들은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옮기면 펄펄 날아다녔고 LG에 새 둥지를 튼 선수들은 갖고 있던 기량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2004년 외야수 자원을 정리하려던 LG는 이용규와 홍현우를 KIA로 보내고 소소경과 이원식을 받아왔다. 이용규는 곧바로 KIA의 톱타자로 자리잡았고 국가대표 외야수로 성장했다. 반면 LG로 옮겨온 두 선수는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2009년 LG는 또 한 번 배아픈 트레이드 경험을 했다. KIA로부터 강철민을 받는 대신 김상현과 박기남을 내준 것. 김상현은 그 해 홈런왕과 시즌 MVP를 수상했고 박기남 역시 백업 내야수로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이런 LG의 뼈아픈 역사는 즉시 전력감인 선수를 받는 대신 유망주를 내주는 트레이드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김선규가 포함된 트레이드는 그 반대였다.
SK로 옮긴 네 명의 선수는 누가 봐도 당장 주전으로 쓸 수 있는 선수들이었다. 반면 LG가 데려온 세 명의 선수는 아직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유망주들. 트레이드 당시 SK 전력 보충용 트레이드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LG에게는 당장의 성적보다 미래를 내다본 조치였다.
LG에 트레이드 효과가 당장 올 시즌부터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가 솔솔 풍기고 있다. '공이 좋아졌다'는 박종훈 감독의 칭찬을 받고 있는 김선규는 최근 연습경기에서 좋은 구위를 뽐내고 있다. 지난 14일 삼성과의 연습경기와 17일 일본 주니치전에 등판해 각각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것.
물론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2이닝을 던진 것만 가지고 올 시즌을 내다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시즌이 시작되면 여러 가지 변수들이 선수를 괴롭힐 수 있다. 좋은 컨디션을 시즌 내내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1군 통산 28.2이닝을 던진 것이 전부인 김선규가 스프링캠프에서의 좋은 페이스를 얼마나 길게 이어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LG 트윈스는 최근 8년 동안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계속됐던 트레이드 실패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선규가 만약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LG는 거듭된 트레이드 악연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곧 마운드가 고민인 LG의 가을 잔치 진출 가능성도 높이게 된다.
그 동안 LG 팬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SK 팬들이 김선규를 보며 쓰린 속을 달래게 될 경우, 그 순간이 바로 LG의 트레이드 역사가 새로 쓰여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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