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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수의 길 좇는 유준수, 드래프트 1순위의 맛을 보여준다


[이성필기자]

목사인 아버지는 두 손을 모으고 조용히 기도를 하고 있었다. 차마 그 광경을 볼 수 없었던 아들은 본부석에서 15개 프로팀 관계자들이 머리싸움을 하며 선수를 호명하는 것만 바라봤다. '과연 내 이름은 언제 불릴까'라는 초조함은 타는 목마름으로 이어졌다.

잠시 뒤 인천 유나이티드 쪽에서 기쁨을 안겨주는 목소리가 들렸다. '유준수'라는 이름 석 자가 드래프트 회장을 울린 것. 깜짝 놀란 유준수(23)는 여전히 기도에 열중하고 있던 아버지를 바라보며 속으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3개월이 지난 현재 아들은 대학생 티를 벗고 '프로'가 됐다. 완벽한 프로는 아니지만 생존 경쟁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게 된 K리그 새내기로 변신했다.

대학 무대에서는 나름대로 이름께나 알렸었는데…

지난해 전국대학선수권대회에서 고려대의 우승을 이끌었던 유준수는 골 넣는 동작이 너무나 부드러워 주목을 끌었다. 인천에 입단함으로써 2010 득점왕 유병수와 함께 팀의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 기대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인천은 최근 드래프트 1순위로 입단한 유병수를 비롯해 남준재, 안재준(이상 전남 드래곤즈 이적), 안현식 등이 매 시즌 주전 자리를 꿰차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역시 1순위로 입단한 유준수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편이다.

지난 1월 괌, 2월 목포에서 치른 동계훈련을 통해 유준수는 허정무 감독의 칭찬과 질책을 동시에 받으며 강한 공격수로 업그레이드 중이다. 허정무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 아래에서 침투해 슈팅까지 만들어내는 동작이 상당히 좋다. 조금만 단련시키면 좋은 공격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유준수는 프로 첫 시즌의 목표로 10골 10도움을 설정했다. 그 정도라면 충분히 해낼 것 같았다. 2009년 K리그에 입문했던 유병수가 14골 4도움으로 신인왕 후보에 올랐던 것을 떠올리며 자신감도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첫 훈련에서 GPS 수신기가 부착된 심박측정기로 체력 상태를 확인한 뒤 생각을 고쳐먹었다. 유준수는 "첫 훈련에서 수치를 확인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다른 선수들보다 1~2㎞ 정도를 덜 뛴 것에 반성 많이 했어요"라며 이를 악물었다고 한다.

프로에 와 받은 충격에는 '대학물'을 덜 뺀 것도 한 몫 했다. 아직 대학 시절의 습관이 남아 있어서 조금은 힘들다는 것. 그는 "누가 몸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유병수 장점 흡수 위해 노력…바람처럼 사라지는 선수는 NO!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방목형'으로 자신을 성장시킨 부모님의 덕이 컸다. 목사인 아버지와 간호사인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은 유준수는 "아들을 많이 믿어요. 간섭하지 않고 스스로 하기를 바라셔요"라고 전했다.

그는 "못 뛰는 선수들도 많은데 출전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예비 엔트리라도 들어가면 너무나 감사할 것 같다"라며 선발, 후보 가리지 않고 팬들에게 존재감을 알리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프로 선배지만 동갑내기인 유병수 따라잡기에도 집중하고 있다.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스타일인 유병수는 유준수에게 좋은 참고서다. 같이 호흡을 맞춰보면서 유병수의 기량에 놀라움을 나타낸 유준수는 "왜 좋은 선수인지 알 것 같다"라며 감탄사를 날렸다.

인천은 유준수가 초반에 일을 내주면 '수-수 콤비'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은근히 둘의 화력이 함께 터져주기를 기대하는 것. 유준수는 "(유)병수는 볼터치나 슈팅 능력이 너무나 좋다. 아직은 배워가는 입장이지만 언젠가는 라이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상생하면서도 뛰어넘는 상대가 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성장시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때문에 마음가짐도 달리했다. 수많은 선수들이 피고 지는 프로에서 평범한 선수로 남지 않겠다고 다짐한 유준수는 "생각의 차이가 실력의 차이를 만드는 것 같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나서겠다"라고 강조했다.

올 시즌 인천의 목표인 6강 플레이오프 진입에 꼭 기여하고 싶다는 유준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선수는 절대로 되지 않겠다"라며 프로 첫 시즌에 나서는 각오를 예술적으로 비유했다.

뜨거운 열정으로 뭉친 유준수는 지금 개막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조이뉴스24 목포=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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