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식기자] 로이 할러데리(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생애 통산 60번째 완투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공동 708위에 해당하는 보잘 것 없는 기록. 하지만 역할 분담과 투구수에 목을 매고 있는 현대 야구의 철저한 투수 관리를 감안하면 돌연변이에 가까운 수준이다.
6일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는 장문의 기사를 싣고 할러데이가 현대야구에서 얼마나 보기 힘든 투수인지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현역 투수 중 할러데이보다 더 많은 완투를 기록한 투수는 없다. 거기에 2003년부터 지금까지 같은 기간 팀 완투 합계가 할러데이 혼자 기록한 55번보다 많은 팀은 고작해야 다섯 개 팀.
토론토 블루제이스(77번), 클리블랜드 인디언스(66번), 오클랜드 애슬레틱스(59번), 시카고 화이트삭스(57번), 필라델피라 필리스(56번)가 할러데이보다 많은 팀 완투를 기록했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할러데이와 같은 55번을 기록했다.
토론토가 가장 많은 완투를 기록한 것이나 필라델피아가 많은 완투를 기록한 것은 순전히 할러데이가 그 팀에서 뛴 덕분이다.
개인적으로 따져도 현역 2위와의 격차는 크다. 2003년부터 개인 완투 2위는 CC 사바시아(뉴욕 양키스)로 할러데이의 절반밖에 안 되는 28번이다. 리반 에르난데스(워싱턴 내셔널스)와 클리프 리(필라델피아 필리스)가 각각 26번과 21번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단순한 차이가 아니라 차원이 다르다고 할 정도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찰리 매뉴얼 감독은 "할러데이는 복서로 치자면 12라운드 경기를 하기 위해 25라운드를 뛸 준비를 한 선수와 같다"고 말했다. 준비가 그만큼 철저하다는 것이다.
완투가 많은 것 뿐만 아니다. 할러데이는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투구수에 신경을 쓰지 않는 몇 안되는 투수 가운데 한 명이다.
할러데이는 4월24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130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뒤 4월 30일 뉴욕 메츠전에서 완투승을 거뒀다.
할러데이는 주변의 놀라워하는 반응에 "불펜피칭에 롱토스와 이닝 중간 중간 던지는 투구수까지 합치면 선발로 등판하는 날 하루 350개의 공을 던진다"며 "130개면 115개를 기준으로 할 때 15개 정도 더 던진 건데 하루 기준 350개를 생각하면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투구수에 대해서도 "투구수보다는 자신의 몸 상태가 중요하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결코 투구수를 세지 않지만 130개 이상을 던진 날에는 통보를 받는다. 다음 등판을 준비할 때 훈련 강도를 조금 떨어뜨리며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완투가 많은 건 역시 타자 한 명을 상대할 때마다 빠른 승부를 한 덕분이다.
할러데이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합쳐 2만5천182개의 공을 던졌다. 투구수로 따지면 같은 기간 활약한 투수 중 11위. 하지만 투구 이닝은 1천768이닝으로 4위에 올라 있다.
또 할러데이는 같은 기간 7천470개 이상의 투구수를 기록한 234명의 투수 가운데 타자들이 방망이를 내밀지 않은 공의 비율이 220번째다. 그만큼 많은 공을 스트라이크존 주변으로 던졌고 타자들은 방망이를 많이 휘둘렀다는 뜻. 이는 그의 경기 운영이 간결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연 남은 시즌 할러데이가 얼마나 더 많은 완투를 추가할지 지켜볼 일이다.
/알링턴=김홍식 특파원 di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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