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KBO 규약 바꿔서라도 유영구 총재 재선임해야"

[한상숙기자] "KBO 총재 자리는 정치인들의 휴식처가 아니다."

유영구 한국야구위원회(KBO) 전 총재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김성근 SK 감독이 유 전 총재의 재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유 전 총재는 학교법인 명지학원의 공금으로 비자금을 조성, 횡령해 고발된 후 친인척 등 측근들을 동원해 증거인멸을 시도한 혐의로 지난 3일 구속됐다. 이에 공석으로 남아있는 KBO 총재직에 몇몇 정치인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사태에 대해 김성근 감독은 8일 문학 KIA전을 앞두고 "현재 프로야구는 한 사람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야구인과 팬들, 자원봉사자 등 수많은 사람들의 땀으로 일궈낸 터전"이라며 "KBO 총재 자리가 정치인들의 휴식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감독은 9구단 창단 등 유 전 총재의 업적을 높이 샀다. 김 감독은 "유 전 총재가 표면화된 작업을 많이 실행하지 않았나. 9구단과 최근 600만 관중 목표 등 유 전 총재가 일궈낸 일들이 많다. 귀를 열고 한국 야구의 위상을 높여준 사람이 바로 유 전 총재"라고 전했다.

김 감독은 사견임을 전제로 "KBO의 현재 규약을 바꿔서라도 유 전 총재를 다시 선임해야 한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발상을 바꾸면 된다"고 말한 김 감독은 "인정할 공로는 인정하고, 용서할 과거는 용서하면 된다. 이전 사건보다 현시점을 볼 줄 알아야 한다. 가까스로 한국 야구가 하나로 뭉쳤는데 다시 새 사람이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은 낭비"라고 말했다.

특히 야구와 관련이 없는 정치인들이 총재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김 감독은 "정치인들이 논의되는 자체가 문제다. 야구 발전을 볼 때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고 주장했다.

김 감독은 "공로자에 대해서는 아량을 베풀 줄 알아야 한다. 야구인들이 탄원서를 제출하자는 제의도 있었다. 고민할 필요 없이 현재 규약을 수정하면 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