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의 '광속구 투수' 리즈가 오랜만에 승리를 추가했다. 리즈는 25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5.1이닝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네 번째 등판만에 거둔 승리였다.
이기긴 했지만 불안감을 씻을 수 없는 피칭 내용이었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팀 타선이 점수를 뽑아낸 직후 실점을 허용하는 고질적인 패턴이 반복됐다는 점이다. 리즈는 이날 2회말 LG 타선이 3점을 뽑아주자 3회초 2점, 4회초 1점을 내주며 곧바로 3-3 동점을 허용해 경기를 어렵게 끌고갔다.
◆리즈의 고질병, '버는 족족 까먹는다'
리즈의 고질병은 잘 던지다가도 팀 타선이 점수만 뽑아주면 곧바로 실점을 한다는 것이다.
4월 8일 한화전. 4회초 LG 타선이 폭발하며 6-1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리즈는 5회말 곧바로 3점을 허용하고 6-4까지 쫓겼다. 4월 13일 삼성전에서는 타선이 4, 5회말 3점을 뽑아줘 3-0으로 앞서나갔지만 6회초 3점을 그대로 내주며 3-3 동점을 허용했다. 10회말 박용택의 끝내기 홈런으로 4-3 승리를 거둔게 다행이었다.
4월 19일 SK를 상대로는 2회초 LG가 3-0으로 앞서나갔지만 리즈가 4회말 1점, 5회말 2점을 실점해 동점을 내줬고 결국 3-6으로 역전당하며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4월 24일 KIA전에서도 타선이 2회말 1점을 선취했지만 3회초 곧바로 3점을 내줬다. 5월 5일 두산전에서는 1회초 2-0의 스코어를 지키지 못하고 2회말과 3회말 1점씩 허용하며 동점을 내줬고, 5회초 팀이 또 한 점을 달아나자 5회말 곧바로 다시 동점을 허용했다.
10차례 선발등판이 매번 이런식이다. 이런 공식에서 벗어났던 경기는 지난 11일 9회초 장성호에게 역전 투런포를 얻어맞으며 완봉승을 놓쳤던 한화전(LG 1-2 패)과, 17일 3이닝 7실점으로 조기 강판당했던 KIA전 정도다. 나머지 경기는 모두 팀 타선이 뽑아준 선취점을 지키지 못하거나 추격을 허용하며 불안하게 마운드를 지켰다.
이런 리즈를 두고 박종훈 감독도 "꼭 점수를 준다. 특히 팀이 득점을 한 다음에 곧바로 점수를 준다"며 "그걸 고쳐야 더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대량 실점 없는 리즈, 어쨌든 버티긴 버틴다
10경기에 선발 등판한 리즈의 올 시즌 성적은 3승 5패 평균자책점 4.90이다. 입단 초 160km가 넘는 광속구를 뿌린다며 기대감에 들뜨게 했던 것에 비춰보면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4점대 후반의 평균자책점은 리즈가 아닌 다른 외국인 투수라도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리즈는 이닝 소화력 면에서는 팀에 적잖은 공헌을 하고 있다.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는 것도 팀으로서는 반갑다. 리즈는 총 60.2이닝을 소화해 전체 투수 중 4번째로 많은 이닝을 던졌다(기록은 25일 현재). 팀내에서는 박현준(65.1이닝)에 이어 2위다.
불펜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LG로서는 선발투수들이 최대한 길게 이닝을 끌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리즈는 제 몫을 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점수를 내주긴 해도 대량실점하며 한꺼번에 무너지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경기당 평균 6이닝 이상을 마운드에서 버티고 있는 리즈지만 7이닝 이상을 던진 것은 지난 11일 한화전에서 9이닝 완투패를 당한 것이 유일하다. 팀에서는 리즈가 더 길게 마운드에서 버텨주길 바라고 있다. 그럴 능력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9이닝당 4.15개 꼴로 내주고 있는 볼넷 수를 줄이려는 노력은 필요해 보인다.
LG가 올 시즌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선발진을 꼽을 수 있다. 다승 1위를 달리고 있는 박현준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수 주키치, 리즈가 2, 3선발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하지만 리즈의 안정감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걱정거리다. 리즈가 '고질병'을 극복한다면 LG의 선발진은 한층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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