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후배들의 철없는 행동에 최선참은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1997년 K리그 최초의 시민구단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프로축구에 뛰어든 대전 시티즌. 창단 후 한 차례도 팀을 옮기지 않아 '원클럽맨'이라고 불렸던 골키퍼 최은성(40)은 팬들에게 사죄하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최은성은 29일 오후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 오일뱅크 K리그 2011 12라운드 전북 현대와의 경기에 나섰다. 경기 전까지 4무7패(컵대회 포함)로 11경기 무승에 시달리던 고통을 끊어 내기 위해 선방에 선방을 거듭했지만 결국 2-3으로 패하고 말았다.
경기 뒤 인터뷰룸에 들어선 최은성은 침묵에 빠지다 입을 열었다. 전대미문의 승부조작 파문으로 4명이 구속되고 4명이 추가 조사를 받는 등 팀 창단 후 최악의 상황에 빠져 있었다.
대전에 있는 동안 최은성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다. 감독-코치 간 폭행 시비, 극적인 6강 플레이오프 진출, FA컵 우승, 불미스러운 감독 사퇴 등 시민구단의 선수로 온갖 환희와 좌절을 함께했다.
그래도 잘 견뎌왔지만 이번 승부조작 사건은 그야말로 대전을 뿌리째 흔들었다.
그는 "이번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대전 선수들을 대표해서 축구를 좋아하고 아끼는 팬들에게 사과의 말을 드리겠다"라고 입을 열었다.
대전은 전북전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쉽지 않았다. 2-1로 리드하다가 후반 두 골을 내주며 역전패했다. 모두가 자리에 주저앉았고 경기 뒤 선수 대기실에서는 주장 박성호가 눈물을 쏟아냈다.
이를 잘 알고 이던 최은성은 "오늘 선수들은 경기에서 이기는 것보다도 (잘못에 대해 속죄하기 위해) 열심히 뛰었는데 잘 안됐다"라고 조용히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하겠다"라며 말을 이어가다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그렇게 대전의 살아있는 전설은 조용히 경기장을 떠났다.
조이뉴스24 대전=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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