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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가 독수리를 삼키다'…신태용, 최용수와 대결서 완승


[최용재기자] 신태용 성남 일화 감독과 최용수 FC서울 감독대행. 두 사령탑은 같은 시대에 화려한 선수시절을 보냈고 또 같은 시대에 각각의 출신 클럽에서 지도자로 있다. K리그 젊은 수장의 기수 역할을 하며 K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온 둘은 막역한 사이다.

취재진은 경기가 열리기 전 감독들을 만나보러 간다. 한 팀의 감독을 만나고 또 다른 감독을 만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29일 성남 일화와 FC서울의 경기가 열리기 전에는 특별한 광경이 연출됐다. 홈팀 라커룸과 원정팀 라커룸의 중간에서 신태용 감독과 최용수 감독대행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다. 경기를 앞두고 적으로 만나는 상대이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서로에 대한 경계심과 기선제압의 이유 등으로 경기 전 양 팀 감독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태용 감독과 최용수 감독대행이 얼마나 막역한 사이인지를 말해주는 장면이었다.

두 감독과 취재진은 많은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예전 선수시절 이야기부터 최근 승부조작 파문에 대한 고민까지. 경기 시간이 다가오고 이제 각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즈음, 최용수 감독대행이 한 마디 던졌다. "신태용 감독은 선수 시절 별명이 여우였다. 나는 독수리다. 독수리와 여우가 싸우면 누가 이길 것 같은가. 독수리가 이긴다"고 말했다.

최용수 감독대행의 일종의 도발이었다.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다. 먹이사슬에서 여우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하늘의 지배자 독수리. 최용수 감독의 눈빛과 말투는 자신감이 넘쳤다. 금방이라도 여우를 잡아먹을 듯한 독수리의 모습이었다. 이 말을 들은 신태용 감독은 멋쩍은 미소로 화답했다.

경기는 시작됐고 최용수 감독대행의 예상과는 반대로 흘러갔다. 결국 조동건과 김진용의 연속골로 성남이 2-0 완승을 거뒀다. 성남이 8경기 만에 거둔 짜릿한 승리였고 '디펜딩 챔피언' 서울을 꺾으며 분위기 반전을 노릴 수 있는 소중한 승리였다. 독수리의 날개가 꺾였다. 여우의 지략이 독수리의 매서움을 누른 것이다.

여우가 독수리를 삼킬 수 있었던 비결. 신태용 감독은 "서울에 데얀과 몰리나가 나오지 못해 공격력이 떨어졌다. 그래서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공격했다. 또 서울이 ACL에 나가면서 체력이 다운됐고 중원에서부터 압박을 했는데 잘 먹혀들어간 것 같다. 서울 선수들이 체력이 다운되니 헤쳐나오지 못했다. 우리의 승리 작전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밝혔다.

최용수 감독대행은 "힘든 일정 속에서 체력적 문제가 여지없이 드러났다. ACL을 병행하다 보니 체력적 문제가 컸다. 또 데얀의 공백도 컸다. 성남이 우리보다 몇 배 더 승리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며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올 시즌 여우와 독수리의 첫 대결은 여우의 완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다 끝난 것이 아니다. 서울과 성남은 아직 정규리그 1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FA컵에서도 6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가능성도 남아있다. 그렇기에 독수리는 여우를 사냥할 수 있는 반격의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조이뉴스24 성남=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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