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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범]이승엽의 재발견, 그는 역시 대단하다


[권기범기자] 27일, 김태균이 지바 롯데와 결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허리부상차 한국으로 온 것이 완전한 귀국길이 됐다. 이범호에 이어 김태균까지, 2009 시즌 후 FA를 선언하고 일본으로 진출했던 강타자들이 잇달아 적응에 실패하고 한국으로 유턴한 셈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이승엽(오릭스)은 오비히로 구장서 열린 니혼햄과의 원정경기서 6번 1루수로 선발출장해 3타수 1안타(2루타) 2볼넷 1득점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알렸다. 오릭스 투수들이 초반부터 주구장창 두들겨맞아 5-13으로 팀은 완패했지만, 이승엽은 당당히 자신의 위치를 지켰다.

이범호에 이은 김태균의 국내 복귀, 그리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일본 무대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승엽. 이 대목은 많은 점을 느끼게 한다. 한국 스타 선수들의 일본 프로야구 진출은 1990년대부터 이어졌지만, 성공을 거둔 이는 소수다.

선동열, 조성민, 이상훈, 정민철, 정민태, 구대성, 임창용, 이혜천, 박찬호(물론 메이저리그 출신 박찬호는 다른 경우다) 등 투수들의 진출이 봇물을 이뤘고, 타자들 역시 1998년 이종범을 시작으로 이승엽, 이병규, 김태균, 이범호까지 더 큰 꿈을 좇아 일본행을 선택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는 부진과 부상불운 등으로 날개를 펼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여전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승엽의 가치는 단연 돋보인다. 특히 타자들의 경우를 비교해보면 이승엽의 존재감은 확연히 빛난다.

이종범은 1998년 주니치 입단 후 '바람의 아들'로 인기몰이를 하며 큰 기대감을 받았지만, 한신전서 사구에 맞아 팔꿈치가 골절되는 부상을 당한 뒤 그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국내로 돌아왔다. '안타제조기'로 불리던 이병규도 2007년 주니치에 입단했지만, 실망감을 안기고 2009 시즌 후 방출돼 친정 LG로 복귀했다.

2009 시즌 후 FA 자격을 얻어 소프트뱅크에 진출한 이범호 역시 부진으로 대부분 2군에만 머물다 전력외 판정을 받고 1년만에 사실상 방출이나 다름없는 절차로 국내 유턴해 KIA 유니폼을 입었다. 이범호와 함께 일본으로 떠났던 김태균 역시 일본진출 2년차에 허리부상과 일본 대지진에 의한 심리적 영향으로 시즌 도중 스스로 구단과의 계약을 포기했다. 타자들의 경우는 사실상 대부분이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승엽은 2003년 아시아 홈런신기록을 세운 후 2004년 지바 롯데로 이적했다. 첫 해엔 적응을 제대로 못해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타율 2할4푼 14홈런 50타점으로 당시 일본에서는 '아시아홈런왕'이라는 닉네임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5년 발렌타인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 속에서도 타율 2할6푼에 30홈런 82타점을 기록, 한국거포의 자존심을 살렸다. 더구나 이승엽은 그 해 일본시리즈에서는 홈런 3개를 쏘아올리면서 한신 공략의 일등공신이 됐다.

지바 롯데에서의 활약을 발판으로 2006년 요미우리에 스카우트된 이승엽은 첫 해 타율 3할2푼3리 41홈런 108타점으로 폭발한 뒤 2007년에도 30홈런 고지를 밟으면서 일본에서의 전성시대를 보냈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지난 시즌 후에는 요미우리와 재계약에 실패, 오릭스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올 시즌 초반 부진 속에서도 전반기 막바지 타격감을 끌어올리며 타국에서의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한국무대를 평정한 이승엽의 일본 진출 후 기록은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2005~2007년까지 3년 연속 30홈런 고지를 밟으면서 자존심을 세웠지만, 그 이후의 행보는 현재까지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승엽은 포기하지 않고 해마다, 또 매일같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노쇠화로 인한 기량저하라는 팬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이승엽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면서 8년째 일본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이승엽은 올 시즌 전 오릭스 입단 회견에서 "아들이(요미우리 경기를 보면) 나보고 왜 경기장에 있지 않고 집에 있느냐고 하더라.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니 일본에서 꼭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대로 한국에 간다면 죽을 때까지 후회할 것 같았다"고 편할 수 있는 한국복귀를 선택하지 않고 팀을 옮겨 일본무대 도전을 계속하는 이유를 전했다. 그리고 그는 "일본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야구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해왔다"고 덧붙였다.

2004년 일본 진출 후 8년째 맞은 일본생활. 그 동안 수많은 좌절이 있었지만 이승엽은 꿋꿋이 견뎌내며 여전히 부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복귀는 그의 머릿속에 없다. 이승엽이 더욱 대단해 보이는 이유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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