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지난해 12월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월드컵에서 왼쪽 무릎 십자인대 부상을 당한 후 7개월 만에 복귀한 성남 공격의 핵 라돈치치(28). 그의 복귀는 성남에 커다란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라돈치치는 지난달 27일 부산과의 FA컵 8강전에 복귀해 극적인 결승골을 넣었고, K리그 20라운드 상주 상무와의 경기에서는 쐐기골을 뽑아내는 등 부상을 털어내고 건재한 모습을 보였다. 라돈치치의 복귀는 성남의 스쿼드를 두텁게 해주는 동시에 성남 선수들의 자신감도 높여주고 있다. 그래서 라돈치치가 복귀하자 성남의 팀 분위기는 좋아지고 있고 성적도 나아지고 있다.
그런데 20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경남FC와의 K리그 22라운드에 라돈치치는 등장하지 않았다. 라돈치치는 복귀 후 항상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직 몸상태가 완벽하지 않기에 신태용 감독은 후반 조커로 라돈치치를 활용했다. 하지만 이날 경남전에서는 대기명단에도 라돈치치의 이름이 없었다.
라돈치치가 대기명단에도 없었던 이유. 그의 컨디션이 나빠서가 아니다. 부상을 당한 것도 아니다. 오는 24일 펼쳐지는 포항 스틸러스와의 FA컵 4강전. 오직 이 경기 승리를 위해 신태용 감독은 라돈치치를 철저하게 감춘 것이다. 신 감독은 이미 FA컵에 올인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현재 K리그에서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힘들어진 상태라 성남에 남은 마지막 희망이 FA컵이다.
그래서 신 감독은 경남전에서는 라돈치치의 빈자리로 인한 허전함을 조금은 느끼더라도 FA컵 승리를 위해 라돈치치 카드를 과감히 제외시켰다. 그에게 휴식을 줘 컨디션과 몸상태를 끌어올린 후 포항과의 FA컵 4강전에 모든 것을 쏟아붓게 만들겠다는 의지다.
이날 경기장에는 황선홍 감독을 비롯한 포항의 코칭스태프가 총출동했다. FA컵 4강 상대 성남의 전력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은 경계대상 1호, 성남 공격의 '핵' 라돈치치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경기 전 만난 신태용 감독은 "라돈치치는 포항과의 FA컵 비밀병기다. FA컵 4강전 포항전을 위해 오늘 경남전에 라돈치치를 대기명단에도 올리지 않았다. 라돈치치에게 이번 주는 푹 쉬라고 했다"며 라돈치치를 제외시킨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성남은 경남과 1-1 무승부를 거뒀다. 특히나 라돈치치의 빈자리가 절실히 느껴지는 경기였다. 동점 상황에서 후반 성남은 연이은 공세로 경남을 두드렸지만 결국 골문을 열지 못했다. 결정적 한 방, 공격수의 골결정력이 아쉬웠던 한판이었다. 라돈치치가 있었다면 다른 결과를 낼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경기 후 만난 신 감독은 라돈치치의 공백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고는 있었지만 포항과의 FA컵 4강전을 위해 충분히 희생할 만한 가치가 있었던 아쉬움이었다고 강조했다.
신 감독은 "라돈치치를 경남전에 어떻게 쓸지 머릿속이 상당히 복잡했다. 라돈치치를 후반에 20분 정도 뛰게 준비시키는 것이 낫지 않나 생각을 했지만 결국 제외시켰다. 오늘 경기에서 후반 라돈치치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성남의 1차적 목표는 FA컵이다. 포항전에서 승리하면 오늘 라돈치치를 뺀 것도 잘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태용 감독은 라돈치치에게 K리그 22라운드 휴식을 주며 몸상태를 끌어올리게 만들었다. 혹시 신 감독이 그동안 교체 카드로 활용해온 라돈치치를 포항전에는 선발로 내세우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에 신 감독은 다음과 같이 잘라 말했다. "라돈치치의 선발 여부는 말해줄 수 없다."
조이뉴스24 성남=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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