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신인왕은 못 받아도 상관 없어요. 그런데, 가을야구는 꼭 해보고 싶어요."
신인왕 등극을 위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지만 신인왕에 대한 욕심은 버린 지 오래다. LG 트윈스의 신인 '마당쇠 투수' 임찬규의 이야기다.
임찬규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1-2로 뒤지던 8회초 2사 후 등판해 아웃카운트 한 개만을 잡아내고 행운의 구원승을 따냈다. 8회말 공격에서 터진 정성훈의 역전 3점포에 힘입어 LG가 4-2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이날 승리투수가 된 임찬규는 시즌 9승째를 따내며 10승 고지를 눈앞에 뒀다. 신인 10승은 2006년 류현진(한화) 이후 5년만에 나오는 의미 있는 기록. 대형 신인 기근 현상을 겪고 있는 최근 프로야구에서 그만큼 임찬규의 활약은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물론 8일 두산전처럼 행운의 승리도 많았다. 하지만 9승이나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좋은 구위를 유지하며 꾸준히 마운드에 올랐기 때문이다. 시즌 중반, LG의 뒷문이 흔들릴 때는 중간계투에서 마무리로 보직을 옮겨 7세이브를 거두기도 했다. 임찬규가 소화한 67.2이닝이 LG의 불펜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라는 것을 떠올려 보면 임찬규가 LG 마운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쉽게 알 수 있다.
9승째를 따낸 뒤 임찬규는 "(승리투수는) 기대도 안하고 있어 얼떨떨하다"며 "정성훈 선배님이 한 방을 쳐주시고, 송신영 선배님이 잘 막아주신 덕분이다. 운이 너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신인왕에 대해 물었다. 임찬규의 대답은 "전혀 욕심 없다"였다. 임찬규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욕심 없다"며 "대신 가을 야구는 꼭 해보고 싶다. 포스트시즌 마운드에서 꼭 공을 던져보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최근 임찬규는 송신영과 단짝처럼 붙어다닌다. 연인처럼 손을 잡고 라커룸을 걸어다닐 정도다. 임찬규는 "(송)신영이 형한테 변화구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원래 던지던 구종이지만 형의 조언을 받아 변형을 시켜 던졌더니 효과가 있더라. 원래 스리볼에서는 변화구를 못던졌는데 이제는 던질 수 있게 됐다"고 15살 터울의 선배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선배들의 기술을 흡수하며 하루하루 성장해나가는 임찬규. 이제는 1승만 더하면 10승을 채워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오르게 된다. 지금처럼 욕심내지 않고 팀을 위해 묵묵히 던져준다면 가을야구와 신인왕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듯하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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