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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희생의 기운'이 1위를 이끌다


[이성필기자] 축구에서 강팀이 되기 위한 주요 조건 중 하나는 선수 개개인이 자신만 아니라 아닌 남을 생각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것을 말한다.

전북 현대의 장신 공격수 정성훈(32, 190cm)이 그렇다. 정성훈은 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K리그 24라운드에서 후반 28분 루이스를 대신해 교체 투입됐다. 그리고 역전 결승골 포함 두 골을 몰아넣으며 전북의 4-2 승리에 주역이 됐다. 이 경기 승리로 전북은 1위 자리를 단단히 다졌다.

정성훈이 교체로 나선 순간부터 전북은 이동국-정성훈 투톱 체제로 운영됐다. 사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올 시즌 전남 드래곤즈와 개막전에서 이동국-정성훈을 투톱으로 내세웠지만 0-1로 패하면서 실패한 공격 조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둘의 정적인 움직임이 상대 수비에 충분히 읽혔기 때문이다.

이후 정성훈은 벤치로 밀려났다. 골 넣는 감각이 탁월한 팀 간판공격수 이동국을 중용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정성훈이 올 시즌 선발로 나선 것은 딱 세 차례였다.

울산 현대, 대전 시티즌, 부산 아이파크 소속으로 있을 때 주전으로 활약했던 그의 입장에서는 속이 터질 일. 2002년 프로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43골 14도움을 해낼 정도로 나름 경륜도 있어 주전 욕심은 당연했다.

그럴 때마다 최강희 감독은 정성훈을 다독였다. 스타들이 즐비한 팀에서 선수들의 심리를 꿰뚫어 보고 치유하는 것은 전술을 짜는 것만큼 중요한 일. 묘하게도 지난 23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전에 이어 24라운드 인천전에서 정성훈은 교체로 나서 잇따라 결승골을 터뜨리며 기회를 준 감독에게 보답했다.

정성훈은 "팀이 늘 같이 있다가보니 가족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희생을 하는 마음으로 뛰다보니 팀도 잘 돌아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희생'의 기운은 정성훈뿐 아니라 전북 선수단 전체에 두루 퍼져 있다. 정성훈 외에도 김동찬, 이승현, 진경선, 김영우 등이 타 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다 전북으로 이적해 교체 요원으로 전락했지만 외부적으로 불만의 소리는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인천 허정무 감독도 이날 전북의 교체명단을 가리키며 "우리팀으로 오면 모두 주전급"이라고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들이 타 팀으로 이적시켜 달라는 우회적인 불만은 구단 프런트들조차 들어보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 3일부터 '축구종가' 잉글랜드에서 지도자 P(Professional)급 라이선스 취득을 위해 공부를 하고 온 최강희 감독은 "팀을 만드는데 있어 욕심이 과하면 분명 문제가 생긴다. 주변에서 보면 전북이 화려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내부의 사정을 몰라 그렇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이번 교육에서 선수들의 심리적인 부분을 다스리는 것도 배웠다"라며 선수들의 마음을 깊게 헤아려 대권에 도전하는 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승을 위해서는 경기 출전 기회가 적은 이들을 적재적소에 투입해야 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더욱 그렇다. 최 감독은 선수들이 한 배를 탄 공동체 운명임을 알고 희생의 가치를 알아채기를 바랐다.

조이뉴스24 전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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